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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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던 끔찍하고도 슬픈 기사에 댓글 시가 달렸습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는 많은 이의 마음을 울렸고, 이후 그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댓글 시를 모은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20년 제페토는 <우리는 미화되었다>라는 시집을 통해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올겨울은 따뜻하겠구나

어디선가 불 지피는 사람들이 있으니.


<좋은 사람들> - 거리에서 파란 담요를 덮은 동물들이 발견된 사연




우리의 삶은 여전히 슬펐고, 외로웠고, 아름다웠습니다.

뉴스에 기록된 이야기들.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함축된 언어로 풀어냅니다.

가끔은 은유로, 가끔은 직설적으로.


그의 언어는 펜 끝의 날카로움보다는 석필과 같아, 후우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으면서도 또박또박 마음에 새겨집니다.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써 올렸던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가 된 셈이다. 나는 지난 책의 서문에서, 풍선을 더듬는 바늘의 위로와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뾰족하고 까끌거린 것만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서문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비록 나의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하는 이유다.


-서문




그는 스스로가 뾰족하고 까끌거린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부드러움은 시를 잘 모르는 내게도 전해져 더욱 마음이 아려옵니다.



<우리는 미화되었다>를 펼쳐보면, 왼쪽에는 뉴스 기사가, 오른 편에는 제페토의 시가 놓여있습니다.

과거의 기사를 다시 읽으며 또다시 마음 아파하고, 제페토의 시로 인해 눈물짓습니다.




먼 곳에서 날아와

이승에 발끝 적시고 날아간 새.



다시 오는 날에

세상이 있을지 모르겠다.



남아나지 않는 인연이 싫다.


<작은 새> - 친부 손에 숨진 아기, 형사들이 장례




책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은 쉬이 사라지지 않아,

가슴에 한숨을 더합니다.




손잡을 수 없어서

포옹할 수 없어서



무더운 여름날

고마움을 어찌할지 모르겠다.



협조가 충분했나 생각하면

미안함이 땀처럼 흐르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적한 동선으로 멀어지는 것뿐



다가갈 수 없으므로

먼 데서 띄우는 약소한 인사



고맙습니다

덕분에


<덕분에>- 여름도, 덕분에




수오서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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