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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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기버>라는 영화의 소개를 TV에서 보고 '호! 참 기발한 설정이군...'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원작 소설이 뉴베리상 수상, 미국내서 350만부나 팔린 슈퍼 베스트 셀러라고 하니 눈귀가 번쩍 뜨이지 뭔가요. 뉴베리상 뿐만 아니라 여러상을 휩쓴 이 책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더 기버 : 기억전달자>라는 이 책은 미래, 그것도 아주 먼 미래를 그린 소설입니다. '늘 같음 상태'라는 마을에 사는 조너스는 12살이 되는 12월 기념일에 기억 보유자라는 직위를 받게 됩니다.

이 마을은 인간이 감정같은 것 때문에 고통받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 완벽한 행복을 구축하기 위해 사랑도 우정도 없는 상태를 유지하지요. 피부색이나 언어, 심지어 복장까지 모두 동일한 마을입니다. 어떠한 차별도 없어 상항 평안한 상태이며 마을 구성원들은 원로회에서 정해준 스케쥴에 따라 생활합니다.

저녁시간은 온 가족이 하루를 보내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침에는 꿈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가족간에도 거짓말은 용납되지 않으므로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배우자도 신청하면 적절한 사람으로 골라주고 아이들도 '산모'라는 직위를 가진 여성들이 낳은 아이를 신청자에게 12월에 배급해주는데, 한 가정에 남여 한명씩만 배치됩니다. 언뜻 보면 완전한 평등 평화가 있는 세상이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은 무채색의 세상입니다. 컬러라는 것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 수 있기에 그들은 죽어있는 흑백의 세상에서 감정없이 감시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나름대로 행복한 것 같습니다.

12월 행사때 가장 영예로운 지위인 '기억보유자'로 임명된 조너스는 지금까지의 기억보유자였던 노인, 지금은 기억 전달자(기버)가 된 노인으로 부터 기억을 전달받습니다. 그로인해 색채가 그에게 돌아왔고 희노애락 뿐만 아니라 사랑, 고통, 공포 같은 것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조너스는 괴로워 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세상이지만, 지나치게 완벽합니다. 장애인도 없고 쌍동이도 없고, 노쇠한 노인도(어느정도 연령까지는 있지만) 없습니다. 그들은 임무해제 당하는 것이지요. 임무해제의 의미를 어렵풋이 짐작하며 읽고 있었지만 조너스가 직접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겉으로는 유토피아 인 듯 하지만, 사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통제 당한채로 그런 마을에서 살아야한다면 그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 더 기버>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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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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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저를 매료시켜왔습니다. 특히 미래보다는 과거로의 여행이 그러한데, 확실히 상상 가능한 세상이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모르는 것 투성이인 미래에서 당황하는 주인공보다 과거에서 - 미래를 아는 사람으로서 활약하는 모습이 좀 더 신나기 때문이지요.

스티븐 킹의 <11/22/63>이라는 작품은 책의 뒷면만 보고 덜컥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앞뒤 표지를 보고 고르는 편이긴 하지만, 뒷면을 읽었을 때는 평범한 서른 다섯살의 교사인 제이크 에핑이 동네 단골 음식점 주인이자 친구인 앨로 인해 1958년 9월로 타임슬립해 1963년 케네디 암살을 막는 대 모험이 펼쳐지는 SF스릴러물이라고 착각하고 말았었지요.

물론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자면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게되었습니다.

 

제이크는 앨이 폐암으로 죽어가면서 JFK의 암살을 막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타임터널 (토끼굴이라 부르는)을 통해 1958년으로 갑니다. 토끼굴을 한 번 통과하면 과거는 리셋되어 다시 1958년 9월 9일에서 시작한다는 희한한 설정이긴합니다만, 어쨌든 갑니다. 첫번째 맛보기 여행과 두번째 학교 수위이자 어두운 과거를 가진 해닝을 어린시절 구해내려는 시도를 통해 과거를바꾸는 것이 반드시 플러스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만일 케네디의 암살을 막아내면 세상이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으로 과거에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만약 일이 잘 못될땐 2011년으로 되돌아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리셋되기에 부담없다 하더라도 케네디 암살을 저지하려면 그 곳에서 4년이나 살아야 했습니다. 2011년의 공간에서는 한번의 시간 여행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느냐와 상관없이 무조건 2분만이 흐르지만, 과거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받는 육체를 가졌기에 나이를 먹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번의 시도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기껏해야 두번 정도가 가능하겠지요. 게다가 과거라는 녀석은 정해져있는 운명을 바꾸기 싫은듯, 강력하게 -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저항합니다.

초반에 앨과의 실랑이라거나 짧은 두번의 여행에서는 무척 스릴있게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번째 본격 여행편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시간이 흘러가지요. 늘어지는 기분이랄까. 평화롭습니다. 밝습니다. 심지어 제이크는 학교의 기간제 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연극지도를 해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질 않나, 예쁜 사서 선생님과 사랑을 하게 되질 않나... 무척 사랑이 넘치는 일상을 보냅니다. 지나치게 순박하고 아름답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문득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어딘가 갇힌 기분, 어둡거나 안개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게 했는데 이 소설은 왜 밝은 걸까? 하지만, 이내 깨달았습니다. 그는 역시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시간에, 그리고 정해진 운명에.

 

궂이 케네디를 구해야 할 건 뭡니까. 그냥 그녀와 함꼐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 제이크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스왈드를 추적하고, 케네디 저격의 그날, 1963년 11월 22일을 대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난관들 - 과거가 바뀌기를 거부하는 몸부림 - 을 뚫고 저격범 오스왈드를 저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래서 그는 행복해졌을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스티븐 킹에게 낚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찡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제가 늘어진다고 생각했던 그 밝은 부분이 사실은 정말로 무척 필요한 장면들이었고, 제이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울지못해 이혼당한 남자 제이크가 마음이 아파 주체 못할 정도로 울고 사랑하는게 어떤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는 것이야말로 이 타임슬립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소설은 타임슬립 액션 스릴러 물이 아닙니다. 액션과 스릴이 있는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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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 종자는 누가 소유하는가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제작팀 지음, 정현덕 기획, 장경호 엮 / 시대의창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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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펴낸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책들은 저 같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요. TV를 잘 보지 않아 좋은 방송까지 놓치고 그런 방송이 있었던 것 조차 몰랐다가 책이 눈에 띄어 집어들게 되고 읽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면 참 기쁩니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영상매체로 보는 것과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같은 내용이라도 와닿는 정도나 기억속에 저장되는 양, 그리고 방식은 다른 것 같습니다. 어느쪽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 역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라는 KBS 스페셜(다큐멘터리)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 무척 궁금했습니다. 유전자 변형 종자와 그와 관련한 농약을 판매하는 거대기업 몬산토에 대한 해악은 무척 많이 들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농민들은 그들을 끊어내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미 그들에게서 헤어날 수 없는 노예가 되어있었습니다. 한번 파종한 씨앗은 수확후 종자를 남길 수 없었고, 몰래 재 파종했다가 들키는 날에는 어마어마한 피해보상금을 지블해야만 했기에 매년 종자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고, 개인적으로 남겨 놓은 종자로 농사를 지어도 판로가 막혀 더욱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인도의 농민들 중에는 면화 종자에 대한 몬산토 기업의 진출로 인해 부채와 외래종 해충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 외에는 그들에게서 벗어날 길이 없었기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겠지요. 비단 인도나 미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IMF 이후 우리나라 종묘상들도 해외 대기업에 합병되어 채소 종자 시장의 50%이상이 이미 장악되었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웠습니다.

 

게다가 한국 GMO 곡류의 수입 규모는 세계 3위라고 하는데요. 우리 소비자는 그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역시요. GMO콩에 관한 이야기는 뉴스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두부나 콩나물 같은 것을 살때 경계하고 있지만, 수입된 GMO곡물들이 가축사료로 사용되어 고기, 달걀, 우유 형태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GMO표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구입해 먹게 되지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에서는 말 할 것도 없구요. 특히 GMO옥수수의 경우 액상과당의 원료로 사용되어 청량음료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음료에는 액상과당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햄, 소시지, 음료등에는 GMO표시가 되지 않고 있지요. 심지어 GMO에 대한 안전성을 심사 할때에도 서류로만 - 기업에서 제출하는- 심사를 하고서 OK 사인을 하지요.

 

식물에 대한 특허권이라니. 몬산토를 비롯한 초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종자에 특허를 내고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수로라도 파종했다가는 큰일이지요. 이런 특허권은 말도 안되는 것임에도 그들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인도의 생태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종자는 인류공동의 지혜를 뜻하며 여기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일은 '생물 해적질'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몬산토, 듀촌, 신젠타 등이 대표적인 생물 해적이라는 말이지요.

 

책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가졌던 식물에 대한 유전공학 (포메이토 같은)의 환상이 무참히 부서졌습니다. 세계의 농업은 과연 누구를 위한 농업인가요? 농민도 아니고 소비자들도 아니고 일부 초국적 기업들을 위한 셈인데, 과연 그들에게 지구와 인간들을 병들게 하면서 부를 축적할 권리가 있을까요?

종자는 소수 자본과 기업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자산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손에 관리되어야 한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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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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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샤이닝은 등장인물들 중 누구의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강력한 샤이닝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30년후 <닥터 슬립>의 주인공이 되는 대니,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휘둘리다가 이제는 남편에 의해 운명이 휘둘리고 마는 웬디, 내면에 무언가가 가득(지나치게) 쌓여있지만 제대로 표출시키지 못하고 억눌러온 왕년의 알콜중독자 잭. 이 토런스 가족 세명의 입장은 서로 다르겠지만, 마음의 상처가 남을 정도의 사건을 함께....아니 각자 서로 겪었다는 것이 공통점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무섭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아니, 역시 무섭습니다. 그리고 불안합니다.

최근 출판된 <닥터 슬립>이 샤이닝을 가진 자들과 외부의 적들과의 싸움이라면, 이 책은 철저히 내부적인, 그리고 내면에서의 싸움이었습니다.

지형적으로도 고립되어 있고, 계절적으로도 고립되어있는 외딴 장소인 오버룩 호텔에서 누구와도 교류하지 못하고 갇혀있는 상황이지요. 억눌러져 있는 자아와 알콜의 유혹을 끊어내려 애쓰는 중인 잭은 스스로가 부여한 열등감 속에 갇혀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전 욱하는 바람에 연약한- 사랑하는 아들의 팔을 부러뜨리고 만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서의 권위가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보여주는 애정도는 변함이 없건만, 스스로가 다시 아들을 상처 입힐까 걱정되고, 아내는 자신을 가끔 가정폭력범 보듯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그 사건이 서로에겐 무척 큰 상처로 남아있었던 것이지요. 딕 할로런이나 대니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샤이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그는 갇혀있는 자신을 지나치게 억눌러 왔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알콜일텐데요. 알콜로 인해 근무중이던 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술은 끊었지만 학생과의 폭력사건이 금주 후유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에 이것저것 참 힘든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생활도 해야하고, 사건도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자존심이 뭉개져가면서 어쩔 수 없이 오버룩 호텔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그의 심리상태는 확실히 불안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잭이 호텔의 스캔들 기사가 스크랩된 것을 발견하자 자존심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고 좋아하며 이를 이용하려다 도리어 오버룩 호텔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것이지요. 애초에 그 스크랩 더미는 오버룩이 그에게 미끼로 놓아둔 것이었는데... 말 그대로 덥썩 문 셈이죠. 미끼를 문 후에도 그는 자존심 상해 합니다. 호텔이 원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샤이닝을 지닌 자신의 아들 대니였기 때문입니다. 잭을 낚은 이유는 대니를 잡기 위한 것이었거든요. 작은 미끼로 큰 미끼를 낚은 후 다시 그것으로 월척을 노리겠다는 호텔의 노림수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지요.

 

웬디는 잭이 대니의 팔을 부러뜨린날, 아니 그 조금 전이었나. 그때부터 가끔 이혼을 생각했지만 돌아갈 친정이 없어(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포기하고 겨우 가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대니를 사랑하는데도, 대니는 어쩌면 위협적일지도 모르는 아빠를 더 많이 사랑하는데 질투도 느끼지만, 여차하면 대니는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살고 있었습니다. 역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것인가요?

 

대니의 입장이 이들 중 가장 안타깝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살인 이 아이는 원해서 가지게 된 능력이 아님에도 샤이닝이라는 능력때문에 아빠의 불안정함, 엄마의 불안을 모두 읽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래를 보기도 하고요. 오버룩의 사악함도 압니다. 그러나, 뭘 어쩔 수 있겠습니까. 겨우 다섯살인걸.

꼬마가 헤쳐나가기엔 너무나 두려운 일들이 바로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대니가 자신들의 세계로 오길 원합니다. 그 아이는 자신들을 자유롭게 할 은빛 열쇠이기 때문에.

 

어쩌다보니 닥터슬립과 샤이닝을 읽는 순서가 뒤바뀌었는데요. 둘 중 어느 작품이 더 나으냐고 묻는다면 샤이닝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닥터 슬립의 초인적 세계는 상상할 수 있는, 혹은 상상 이상의 세계라고 한다면 샤이닝은 현실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유령들이 득시글거리는 오버룩 호텔은 없지만, 샤이닝에서 진정 무서운 것은 유령이나 과거와 겹치는 환상, 공격적인 전정 사자들이 아니라 가족내의 누군가가 서서히 자신에게 공포스러운 존재로 바뀌며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 안전한 요람따위 산산히 부서져버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 그런 점이었습니다. 그런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기에 그 공포와 불안, 두려움에 쉽게 감염되어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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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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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어떤 새로운 환경이 구축되어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현실과는 다른 또다른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새로운 개념이나 환경입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속 독특한 상황을 맞딱뜨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이 실제로 그럴수도 있다는 -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가정이 아니라 - 생각이 듭니다.

닥터 슬립에 나오는 샤이닝이라는 능력도 그렇습니다. 댄이 가지고 있는 특수능력을 샤이닝이라고 부르는데, 이 능력이 강한 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고 또는 아예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타인과는 다른 능력.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요. 텔레파시 수신, 사이코메트리, 예지력, 죽은자를 보는 것등 정말로 다양합니다. 이런 능력들을 통틀어 샤이닝이라고 합니다.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인과 다른 능력때문에 불안해지는데, 그들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겨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특히 타인의 마음속이 들여다 보인다거나 유령인간(유령이지만 인간의 특성도 가지고 있는)을 허구헌날 본다면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요. 스트레스이고 공포일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눈치챈다면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들 역시 힘들어 질테지요. 그래서 어린시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호텔에서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던 어린 댄은(전편 샤이닝에서)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두려운 모습을 보았었기에 본인은 굳건히 잘 커나갈 줄 알았더니 결국 댄 역시 알콜중독자가 되고 맙니다. 대물림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술꾼이기에 술을 먹었다고 하지요. 술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기 일쑤, 폭행 시비에 노숙자나 다름없는 몰골로 헤매던 그는 한 마을에 정착하게 됩니다. 후견인의 도움으로 알콜중독 치료도 무사히 마치고, 호스피스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고요히 임종을 맞을 수 있게 그의 샤이닝을 통해 도와줍니다.

닥터 슬립의 이야기는 세 군데에서 진행됩니다. 호스피스에서 닥터 슬립이라고 불리며 일하는 댄의 이야기와 샤이닝능력을 풍만하게 가지고 있는 소녀 아브라의 이야기, 그리고 샤이닝 능력을 가진 어린이들을 찾아 잔인하게 고문한후 그들의 샤이닝, 혹은 영혼을 흡입(트루낫의 용어로는 스팀이라고 하지요.)하며 살아가는 존재 트루 낫 (true Knot)이라는 존재들. 그 중 로즈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진행됩니다.

아브라는 생후 2개월때 이미 댄과 접촉을 시도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줍니다. 그러다가 한 야구소년(추측컨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이 살해되는 장면을 샤이닝으로 목격 한 후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우연히 잡지에서 그 아이를 찾는다는 실종자 사진을 보고 댄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아브라가 트루낫의 존재를 눈치 챘다는 사실을 로즈가 알아차리고 아브라의 강력한 스팀을 노리고 그녀를 찾으려합니다. 하지만, 아브라와 댄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지요. 그들은 오히려 트루 낫을 제거하려합니다.

두렵지만, 이겨야만 했거든요.

초인적인 존재인 샤이닝들과 트루낫의 대결구도도 볼 만 했지만,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가진 자들의 고뇌 같은 것도 엿보였던 소설입니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 원한다면 - 나쁘게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능력이 그들 안에서 어두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샤이닝이었고, 그들은 강력함과 잔인함, 그러면서도 강인함과 선함을 두루 갖춘 그런 사람. 오히려 선한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심의 목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샤이닝들을 더 친근감있게 느끼게 했고, 우리 주변에도 샤이닝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스티븐 킹에게 말려든 것이겠죠? 샤이닝이라는 건 스티븐 킹이 만들어 낸 능력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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