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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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에는 어떤 새로운 환경이 구축되어있는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현실과는 다른 또다른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새로운 개념이나 환경입니다. 그래서 그의 소설속 독특한 상황을 맞딱뜨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이 실제로 그럴수도 있다는 -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가정이 아니라 - 생각이 듭니다.

닥터 슬립에 나오는 샤이닝이라는 능력도 그렇습니다. 댄이 가지고 있는 특수능력을 샤이닝이라고 부르는데, 이 능력이 강한 사람도 있고, 약한 사람도 있고 또는 아예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타인과는 다른 능력.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요. 텔레파시 수신, 사이코메트리, 예지력, 죽은자를 보는 것등 정말로 다양합니다. 이런 능력들을 통틀어 샤이닝이라고 합니다.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인과 다른 능력때문에 불안해지는데, 그들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겨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특히 타인의 마음속이 들여다 보인다거나 유령인간(유령이지만 인간의 특성도 가지고 있는)을 허구헌날 본다면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요. 스트레스이고 공포일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눈치챈다면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들 역시 힘들어 질테지요. 그래서 어린시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호텔에서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던 어린 댄은(전편 샤이닝에서)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두려운 모습을 보았었기에 본인은 굳건히 잘 커나갈 줄 알았더니 결국 댄 역시 알콜중독자가 되고 맙니다. 대물림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술꾼이기에 술을 먹었다고 하지요. 술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기 일쑤, 폭행 시비에 노숙자나 다름없는 몰골로 헤매던 그는 한 마을에 정착하게 됩니다. 후견인의 도움으로 알콜중독 치료도 무사히 마치고, 호스피스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고요히 임종을 맞을 수 있게 그의 샤이닝을 통해 도와줍니다.

닥터 슬립의 이야기는 세 군데에서 진행됩니다. 호스피스에서 닥터 슬립이라고 불리며 일하는 댄의 이야기와 샤이닝능력을 풍만하게 가지고 있는 소녀 아브라의 이야기, 그리고 샤이닝 능력을 가진 어린이들을 찾아 잔인하게 고문한후 그들의 샤이닝, 혹은 영혼을 흡입(트루낫의 용어로는 스팀이라고 하지요.)하며 살아가는 존재 트루 낫 (true Knot)이라는 존재들. 그 중 로즈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진행됩니다.

아브라는 생후 2개월때 이미 댄과 접촉을 시도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줍니다. 그러다가 한 야구소년(추측컨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이 살해되는 장면을 샤이닝으로 목격 한 후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우연히 잡지에서 그 아이를 찾는다는 실종자 사진을 보고 댄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아브라가 트루낫의 존재를 눈치 챘다는 사실을 로즈가 알아차리고 아브라의 강력한 스팀을 노리고 그녀를 찾으려합니다. 하지만, 아브라와 댄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지요. 그들은 오히려 트루 낫을 제거하려합니다.

두렵지만, 이겨야만 했거든요.

초인적인 존재인 샤이닝들과 트루낫의 대결구도도 볼 만 했지만,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가진 자들의 고뇌 같은 것도 엿보였던 소설입니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 원한다면 - 나쁘게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능력이 그들 안에서 어두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샤이닝이었고, 그들은 강력함과 잔인함, 그러면서도 강인함과 선함을 두루 갖춘 그런 사람. 오히려 선한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심의 목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샤이닝들을 더 친근감있게 느끼게 했고, 우리 주변에도 샤이닝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스티븐 킹에게 말려든 것이겠죠? 샤이닝이라는 건 스티븐 킹이 만들어 낸 능력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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