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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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힘들어짐을 느끼는 건 왜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몇 시간의 법칙, 이런 책을 보면 꾸준히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그 방면에 프로가 된다고 하던데 저에게는 그 말이 맞지 않나 봅니다. 하루에 2만 자 이상의 글을 쓰고 있는데도 뭔가 어법에 맞지 않는 구성, 흐름이 생겨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퇴고를 하다 보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표현이나 문맥이 이상하거나 같은 단어의 중복 사용, 전체적으로 너무 빈번하게 쓰이는 단어들을 솎아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히 너무 곤란하다 싶을 때에는 딸에게 봐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녀석은 만일 2000자 내외의 글을 쓴다면, 몇 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신중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글을 편집하고 윤문하는 건 어찌나 잘하는지, 단순 명료 깔끔하게, 문장 안에 필요한 내용만을 추려서 정돈합니다. 대입 때는 자신의 자소서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의 문장까지 첨삭해 줄 정도였으니까요.



생각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쓰곤 하는 저와는 상당히 다른 패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딸이 퍼펙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서 거론했듯이 자신의 글을 쓰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 보고서 작성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무척 심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결국 저와 딸 둘 다 이유는 다르지만 글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무척 편하게 글을 쓰곤 했습니다. 블로그만 하더라도 네이버 이전부터 19년쯤 되었으니 포스팅만으로도 글쓰기 연습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략 1년 전부터 힘듦을 느껴 블로그에 글쓰기도 부담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독서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풍부한 단어와 구성력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하면 저도 모르는 새 모양을 잘 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예전에 비해 독서량이 삼분의 일 정도로 줄었습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책을 읽을 읽으며 흡수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 즈음에 <문장의 비결>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의 저자 정희모는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글쓰기 교육을 연구하며 지도해왔습니다. 인문계 교수님이 저술한 책이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에는 무척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문장과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받아서 펴본 순간 오해였다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 이상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대중적인 저술 작업을 이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글쓰기를 알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서 목록만 살펴보아도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글쓰기'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승전결과 같은 흐름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기는 한데, 일일이 신경을 쓰기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글쓰기 대신 차선을 택하며 이만큼만 쓰자는 식으로 타협을 보곤 했습니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합니다. 강연을 듣거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일 년짜리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삶에 발목을 잡혔기에 꿈은 몇 년 후로 미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문장의 비결>을 만나고서는 다시 욕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만 여러 번 독파하더라도 발전하리라는 걸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번 읽어서는 안되고 반복하며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하드커버에 가름끈까지 있나 봅니다. 제본도 잘 되어 있어서 쫙 펴놓고 독서대에 두어도 좋습니다. 내용은 물론 만듦새까지 좋은 책입니다. 만난 사람들이 손때 묻혀가며 볼 책이라는 걸 출판사에서도 느낀 것 같습니다.


<문장의 비결>은 짜임새 있고 단단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문법에 한정되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잘 구성하는 요령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이 좋은 글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단박에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며 노력하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최단점은 명사형 문장을 쓴다는 건데,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을 리뷰하는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꾸준히 읽고 쓰면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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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 인생의 비밀을 밝히다
김우상 지음 / 명현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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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로 대표하고 있지만 원제목은 제법 긴 편입니다.


'코드, 인생의 비밀을 밝히다 - 인생의 비밀을 밝히다' 이니까요. 요즘은 코드라고 하면 C언어나 JAVA, 파이썬 같은 언어를 가지고 짜는 걸 먼저 연상하기 쉽습니다. 이 책도 그런 범주에서 접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서적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제대로 프로그래밍 되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도움 되는 도서입니다.



자기 계발서나 사회과학 도서를 읽으면 누구나 부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축을 하거나 주식 혹은 부동산 심지어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중요한 시대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맹목적으로 이를 쫓기만 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건, 매일의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 성공이 필요하기에 언제나 이를 갈구합니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목표와 수단이 달라지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건 불가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더라도 남들이 간 길을 뒤늦게 따라가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어쨌든 무언가를 해야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돈이 굴러들어 온다는 걸 알기에 이를 위한 방법을 찾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책을 읽고, 인터넷 자료를 긁어모으며 나름대로의 공부를 하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점점 도태되는 것만 같고 낙오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때문입니다.



<코드>에서는 컴퓨터 언어를 이용하여 코딩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처럼 인간의 삶 또한 코딩해야 한다고 이릅니다. 다만 이 코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이 짜놓은 이치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걸 골자로 합니다. 예전의 표현으로 하자면 순리를 따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기대만 해서는 안 되며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개발하기만 해도 우리 앞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진다. 우리의 어려움은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에 순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빛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p.17


자연이 짜놓은 길이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는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131가지의 코드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부 또는 명예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노력과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덕목들이 있습니다. 책에는 저자의 삶과 태도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앞으로 빛나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합니다. 영혼을 키워 자신을 스스로 위대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련이 닥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서 더욱 굳건하게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고 이를 실천하면 누구나 인생의 비밀을 깨닫고 완성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루를 일 년처럼 소중하게 보내는 성실한 나날을 보내다 보면 원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내 품 안에 안기게 된다고 합니다.



다만 자신의 욕심과 욕망에 치우치는 건 자연의 순리가 아니기에 공익을 위한 태도도 갖추어야 한다고 알립니다. 어떻게 살지 결정하고 그 길을 항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만 나만의 것이 아닌 타인까지 고려한 삶인가 고찰하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지구 위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코드>는 복잡하게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마치 지시하듯 내던집니다. 이를 잘 캐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오롯이 독자의 몫입니다.



저자 김우상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경상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박사까지 마쳤습니다. 현재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대한피부미용성형연구외의 초창기부터 계속 함께 하며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미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풍부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동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이수한 후 진주에 개원하여 고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의료 케어를 넘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하는 철학과 학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의학에 대한 연구와 고찰은 물론이고 심리학과 철학 관련한 도서를 틈틈이 읽으며 자기 성찰과 삶의 태도를 탐구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부족함이나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분석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향되지 않은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꾸준히 일기를 쓰고 고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이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보탬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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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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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흥미 그 이상을 <인류의 여정>에서 얻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부제목에 끌려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이내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피엔스를 읽을 때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겼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무척 젠틀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과거를 이야기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 큰 챕터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커다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들을 살펴보고 알고 있었던 내용은 고찰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음을, 편협한 사고방식 혹은 입시 위주의 관점으로만 보고 기억했음을 느꼈습니다. 알고 있던 일들을 통째로 들어서 재구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플래그를 붙이면서 읽다가도 알게 된 내용을 빨리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띠지에 있는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압도하는 폭과 야망이라는 글이 결코 지나치지 않은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카페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맬서스의 논지가 현대에 들어와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산업 혁명이 어린이를 착취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육으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파악하면서 점점 프레임이 깨지고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은 기이함을 느꼈습니다.



경제학자의 책이라면 무조건 어려울 거라는 편견마저 깨졌습니다. <인류의 여정>은 한 번 읽고 놔두는 책이 아니라 틈날 때마다 다시 열어보고 느껴도 좋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자신이 읽고 나면 타인에게 권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토론 혹은 담소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양서입니다.


​2부에서 느닷없이 우리나라가 등장해서 놀라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이런 분석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70년대 한국의 독재자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는데 과연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로 다투는 건 싫기에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식민 지배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를 침략한 행위 자체를 옹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온전히 인류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과거로부터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인간 사회를 만들어 온 것도 인류인 것처럼 미래를 만드는 일도 스스로에게 달렸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8세기까지는 멜서스의 이론이 지배적이었다면 어쩌면 지금부터는 저자인 갤로어의 담론이 자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류 문명과 발전, 그리고 부의 분배 과정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와 경제, 역사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분야가 아니라 하나로 흐른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인류의 여정>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관적으로 봅니다. 다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과 분별이 필요합니다. 절망적인 미래관보다는 희망이 있는 쪽을 좋아하기에 저는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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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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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저는 여성이 남성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성이 여성의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반대합니다. 남성이나 여성 혹은 그로 구분 지어지지 않는 '성별'자체로 차별받는 상황을 싫어합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의 저자는 영국인입니다. 그래서 동서양의 차이(차별이 아니라)에 따라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 읽다 보니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쓰인 책'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하며 남성 경쟁자에게 밀리는 일은 흔하며 통찰력 있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진다면 대상을 남성으로 바꾸었을 때에도 과연 같은 반응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만일 성별의 차이가 아닌 능력의 차이로 그런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던 건 아닌지 체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편향은 무의식적일 때가 많고

강물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존재를 부정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기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p.71


저는 운 좋게(?) 직장 내에서의 성차별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남자들이 많은 회사에 들어간 적도 없고 대학 전공 역시 여성 쪽의 성비가 높은 학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서 남성이고 여성이고 실제로 접촉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두 번 메신저로 대화하는 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릅니다. - 대부분은 대표님과 커뮤니케이션하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험하고 해괴한지 직접적으로는 모릅니다. 하지만 공대생인 딸이 앞으로 겪게 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신경 쓰였습니다. 실은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 이런 문제로 걱정했었습니다. 대학 자체도 남성 대 여성이 2 대 1인 구조이기 때문에 혹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봐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잘 이해하며 무리 없이 대학 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딸이 성별의 특성을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한 화장을 하고 있는데도 종종 남자로 - 도대체 왜? - 오해를 받을 정도의 중성적인 모습이기에 오히려 성별로 인한 문제를 (아직까지는) 겪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개인의 특성일 뿐 일부러 계획했던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제로 남성의 세계(라고 여겨지는)에 들어가려는 여성은 낮은 목소리를 사용하고 성별의 특성을 억제해야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능력을 펴는데 일부러 그렇게까지 꾸며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성별이 아닌 성품이나 능력 등으로 판단하는 세상이라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 내에서의 고충을 잘 모른다고 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에 대해서도 그런 건 아닙니다. 일생이 차별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좌절과 반대를 겪어야 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런 일들을 겪어왔습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옳고, 나의 판단은 그르다며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였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에 머물도록 하였으며 내 딸의 미래까지 좌우하려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맨스플레인을 싫어합니다. - 잠시 혐오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결론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성차별이 인종과 결부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과거 미국에서 노예 해방이 되었을 때에도 여성의 투표권은 존재하지 않았고, 흑인(이 표현을 싫어하지만) 여성의 권리는 더욱 낮았습니다. 여성 문제나 흑인 권리에 대한 이슈로 떠들썩할 때조차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여성인데 흑인이다가 아니라 흑인인데 여성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이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그들은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흑인인데 의사야? 와 여자 의사라고? 가 결합되면 흑인 여자 의사라니 말도 안 돼. 학위는 진짜 있는 거야?라는 의심을 받기 일쑤라는 겁니다. 만약 사실이라고 밝혀지면 그것참 대단한데!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판단을 하는 데에는 '무능하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흑인을 예시로 들었지만 모든 유색 인종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평등하다는 착각>을 읽는 독자가 만일 여성이라면 챕터 9를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남성이 만든 프레임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여성 스스로도 성차별을 하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흔히 이를 여적여라는 말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면 남자의 적은 남자가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갑자기 급발진했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던 차별적인 관념이 머릿속에 틀어박혀서 내내 무의식중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심리학과 사회학, 정치,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는 물론 구체적인 사례와 인터뷰 등을 들어서 팩트만을 전달합니다. 차별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며 똑같은 조건하에서 성별만 달리해본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이는 무의식중에 보이는 편향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차별'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변에서 자신을 00혐오자로 볼까 봐 조심하는 경향은 높아졌습니다. 그렇지만 바닥부터 새겨져있는 프레임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무의식중에 이런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성 평등 실천 법과 구조적인 인식 변화 등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남성이 아닌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고자 함이 아니라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포스팅의 초반에서 '남성이나 여성 혹은 그로 구분 지어지지 않는 '성별'자체로 차별받는 상황을 싫어합니다.'라고 했던 제 의견과 일치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분노'보다는 앞으로 딸이 겪을 세상에 대해 '걱정'하였습니다. 조금씩 변화하여 모두가 성별이 아닌 능력과 노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오길 기대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으로

여기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성차별을 할 수 있듯이,

나도 모르게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계급 차별,

장애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동안

무의식적 편향이 뇌를 속이려고 할 때마다

편향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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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2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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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는 다나카 야스히로가 산에 있는 괴이한 존재들을 목격하거나 신기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을 취재하여 엮은 책입니다. 전작에서는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민가로 내려온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산에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장소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괴이가 사람을 따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거나 주변을 맴돌기도 하는 등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산에 가지 않는 편이라 '산괴'와 만날 일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그것이 있을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산에 있는 신기한 존재들은 참 다양한 형태 혹은 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놀랍도록 커다란 뱀의 모습을 하거나 여우나 너구리와 같은 짐승의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우에 홀린 것 같다는 표현이 있는 만큼 어쩌면 정말로 나이가 꽉 찬 동물이 둔갑하여 현혹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도깨비불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불구슬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간혹 너무나 크고 환한 불을 만나면 여우나 너구리의 불꽃놀이라고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건 요즘은 매장 (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때에도) 시신에서 발산된 인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산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무서울 거 같긴 합니다.



시신이 땅에 매장된 무덤은 아이들에게 항상 공포의 대상이었다. 발밑에 시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화장해버리면 무섭지 않을까? 답은 '아니다'


-p.149



어른어른 거리는 푸른 불꽃이 저 멀리서 가까이 올듯 말듯 흔들리고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칫 길을 잘 못 들었다가는 등산 용어로는 링 반데룽, 세간의 표현으로는 무언가에 홀려 같은 자리를 맴돌며 더욱 공포에 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괴 2>가 무서운 존재만을 다루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만나서 기쁘거나 행복한 '모노'도 있습니다. 요괴 만화이면서도 힐링 물인 '나츠메 우인장'을 보면서 공포와 감동을 번갈아 느끼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싶었던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행복감이라니, 허무하면서도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작년에 세상을 떠난 짝꿍이 자기처럼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올해도 함께 산에 올라와 주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p.38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해서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가 마냥 사랑스럽거나 훈훈한 건 아닙니다. 두려운 일들 중 간혹 이런 사례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당수의 '모노'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기척을 내고 있으므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마련입니다.



도깨비불의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지만 요즘은 시설 좋은 데에서 화장을 진행하므로 그렇게까지 무서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식 시설이 아닌 화장터에서라면 난감한 일이 종종 벌어지는가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요, 찾아가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신이 타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냄새도 고약하다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방식으로 생활해야 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화장터는 길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느 날 현지 사람이 거기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어라? 이상하네? 오늘은 아무도 태우지 않았을 텐데……."


해괴하게 생각해 길을 내려가 보고, 경악했다.


"관광하러 온 사람이 바비큐를 하고 있었어요, 그 무렵에는 조금이라도 관이 잘 타도록 돌로 아궁이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거든요. 거기서 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p.152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민가에 가까이 와있는 '모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는 <산괴 2>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캠핑 중에 만나는 나쁜 '그것'이나 때때로 도움을 주는 '그것'은 만나는 사람 입장에서 신 혹은 산신령이 되기도 하고 요괴가 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느끼지 않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알면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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