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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4월
평점 :
어린 시절 무척 강압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말로 풀어내자면 한참 동안이나 주절거려야 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죠. 많은 어른들이 저를 괴롭혔지만 주 양육자였던 아버지를 견디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난을 피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100점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나름의 재주로 학교에서 인정받았을 때에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느냐, 세계 1등이냐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겸손이 아니라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루어 내더라도 내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삶을 사는 거조차 저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포기하면 편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삶의 전반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여전히 수정하고 다짐해야만 하는 힘듦이 있습니다.
딸에게도 저의 이런 성향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생적으로 예민한 편인데다가 환경의 불안함, 엄마의 까다로움이 아이 스스로 '만족'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완벽하지 못할 바에는 포기하자는 생각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자기 멸시가 지나친 나머지 중학교에 올라가 첫 번째 수학 시험을 보고 나서는 피가 나도록 팔을 뜯는 자해를 하였습니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멍청하다는 소리까지 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시험을 조지러 갔다가 내가 조저 졌네...'라며 자조적인 농담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노력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중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다 오히려 엉망진창이 되거나 건강을 해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딸은 전화하는 걸 두려워하고, 저는 댓글 남기는 걸 무서워합니다. '실수' 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희이기에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이 끌렸습니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p.11)
-'있어야 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스트레스, 걱정의 늪에 빠진 사람
-완벽주의가 삶을 장악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사람
-대체 왜 집착을 버릴 수 없는지 궁금한 사람
-나는 부족하고, 쓸모없는 존재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마음속 깊이 믿는 사람
-완벽주의가 지긋지긋하지만 딱히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르는 사람
-1년 전보다 삶에 더 만족하는가?
-삶이 원하는 방식대로 흘러가는가?
-불안, 스트레스, 걱정에 지배되는 삶은 추구할 가치가 있는가?
-만약 이 게임(완벽주의 게임)이 삶을 통제하도록 방치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위 내용(p.25 인용)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 보고 스스로 내린 답변이 애매하다고 느껴지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은 자기 증명과 인정 욕구로부터 벗어나는 열 가지 심리학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서 편안하게 다루는 게 아니라 리드하듯 강한 문체로 서술하였습니다.
완벽주의는 넓은 의미로는 높은 기준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잉 성취자'를 완벽주의의 전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과잉성취보다 다소 복잡한 개념이며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된다.
-p.37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완성하는 건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실천 가능한 정도를 설정하고 과정도 칭찬하며 하나씩 성취하는 즐거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성취와 높은 생산성으로 보상과 자기만족을 얻는 걸 '적응적 완벽주의'라고 합니다. 그에 반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긴장하고 통제하며 완성되지 않은 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 '부적응적 완벽주의'라고 합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작은 자극에도 '나는 왜 이럴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라는 식으로 자기 비하를 합니다.
결국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에 사로잡혀 헤어나기 어려워합니다. 자신을 혐오하고 지나친 자기반성을 한다면 부적응적 완벽주의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자기 친절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다루며 삶의 우선순위가 밖에 있지 않다는 걸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풀어야 합니다.
9장의 '실패를 책임지는 방법'만 알아도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완벽'이라는 미지의 목표가 아닌 실천 가능한 스마트(SMART) 목표를 세움으로써 차곡차곡 나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완벽'하게 실천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어쨌든 시도가 중요하니 그런 결과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스트레스와 긴장, 자기 비하와 우울로 범벅된 삶이 조금이라도 밝아지길. 모두의 삶을 응원합니다.
완벽주의를 이해하고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을 실천하더라도 가장 완벽한 버전의 자신이 되고 싶은 욕구와, 실패를 피하고 싶은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늘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고속도로를 잘못 타면 다시 새로운 경로를 찾는 것처럼 두려움 대신 가치를 선택할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할 선택, 일과 여가의 균형을 적절히 맞출 선택은 오로지 당신만이 할 수 있다.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