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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이 사전 : 현대편 ㅣ 세계 괴이 사전
아사자토 이츠키 지음, 현정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5월
평점 :
세상에는 과학이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죠.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음... 어디 보자, 엄마들이 날카로운 촉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세계 괴이 사전에는 그렇게 일상적으로 만나는 일이 아닌 보기 드문 현상들을 담았어요. 언젠가 들어보았던 거 같은 이야기들보다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며 탄성을 자아내는 짤막한 스토리들이 들어있죠.
신비한 이야기들을 대륙별로 나누어서 설명하는데,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일본 편은 따로 모아서 괴이 사전을 만들었나 봐요. 그래서 이 책 <세계 괴이 사전>에는 일본의 이야기는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혹은 나타났었던 스토리들만 담겨있어요. 무척 흥미로운 자료들을 모아서 집대성했다고 보아도 좋아요. 슬랜더맨이나 애나벨 인형의 원래 이야기 같은 게 있으니 호러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이예요.
정말 정리가 깔끔하게 된 책인데요, 저자의 약력만 보아도 세계의 괴이나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괴담 지식과 자료가 탁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수집물을 정리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문학부 전공자로서의 단정한 느낌도 있는 거 같아요. 여기에 번역가의 스킬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일본 문학을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분인데, 미쓰다 신조 시리즈를 옮겼다니 그런 점 만으로도 신뢰감이 가더군요. 잘 번역했으리라는 느낌.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면, 제 생각에는 바다와 인접해있거나 섬 지방에 전설과 같은 미스터리 스토리가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에서도 아시아의 자료가 상당히 많아요. 괴이나 괴물, 신비한 현상과 생물에 대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있죠. 그냥 카더라 하는 것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기이함을 모았기에 뭐랄까... 약간 공식적인? 그런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면 좋겠어요.
세계 괴이 사전이라는 이름답게 내용은 백과사전처럼 정리되어 있어요. 가나다순을 따랐으며 - 여기에서 편집자가 무척 수고로움이 느껴졌어요. - 페이지 구성도 그렇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자간과 줄 간격, 여백 등을 적절히 배치해서 답답하지 않도록 잘 구성하였더군요. 조명이 약간 노란빛이기에 종이가 부드러운 크림색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밝은 톤 갱지 느낌이에요. 살짝 거친 느낌이라서 오히려 책 분위기가 더욱 잘 살아나는 거 같아요.
이 책은 세계 괴이 사전: 현대 편으로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괴상한 현상이나 생명을 다루었어요. 하지만 첫 번째 기록이 19세기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20세기 이후에 출몰한 적이 있다면 수록되었어요. 개인 창작이라고 해도 실제로 나타났던 일이거나 혹은 실재한다는 식으로 소개되었다면 또한 여기에 수록하였어요. 그래서인지 혹시 그 나라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전'이라고 되어있는 만큼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지나치게 묘사하거나 소설처럼 풀어나가지 않았어요. 팩트만을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자료로서 읽을 수 있어요. 여기에 살을 붙이거나 흥을 돋우는 표현을 쓴다면 무서운 이야기 잘 하는 사람으로 특기를 갖출 수도 있을 거 같아요.(살짝 농담이에요.)
사전의 후반부에는 특별기고 편이 있어요. 대학교수나 조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저마다 괴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괴이의 변천이나 인터넷 문화로 인해서 새로이 등장하고 퍼져나가는 데에 대한 이론을 나누죠. 이런 부분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어딘가에 존재하는 괴물과 우리는 어떻게 만나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쪽에 끌린 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요.
괴이 세계사 대조 연표가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어요. 각 대륙에서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 - 실제로 그와는 무관한 일이긴 해도 - 등장한 괴이를 연표로 만들어 놓다니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걸까요? 연표를 보면서 혹시나 역사적인 사건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어지러운 심경이 괴현상을 낳은 걸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지만, 아인슈타인 특수상대성 이론 발표와 비행소년 수용소에 나타난 악령은 무관할 테니 금세 상상을 털어버렸어요.
세계 괴이 사전은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여겼는데요, 색인이 참 잘 되어 있어요. 사전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미덕이기도 하지만 유령, 요괴, 괴인, 미확인 생물 등 장르별로 나누어서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은 건 기타로 분류했어요. 그냥 이름을 보고 찾을 수 있도록 가나다순으로 색인 정리도 되어 있어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찾으면서 보면 돼요.
세계 괴이 사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는 재미도 있지만, 평소 관심 두고 있던 걸 하나씩 찾아서 보는 즐거움도 무시 못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어나갔지만 중간중간 재미있는 이야기는 색인으로 찾아본 후 리틀포니에게 이야기해주면서 함께 신기해하고 있어요. 괴현상, 괴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