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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비결 - 좋은 문장 단단한 글을 쓰는 열 가지 비법
정희모 지음 / 들녘 / 2023년 2월
평점 :
글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힘들어짐을 느끼는 건 왜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몇 시간의 법칙, 이런 책을 보면 꾸준히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그 방면에 프로가 된다고 하던데 저에게는 그 말이 맞지 않나 봅니다. 하루에 2만 자 이상의 글을 쓰고 있는데도 뭔가 어법에 맞지 않는 구성, 흐름이 생겨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퇴고를 하다 보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표현이나 문맥이 이상하거나 같은 단어의 중복 사용, 전체적으로 너무 빈번하게 쓰이는 단어들을 솎아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히 너무 곤란하다 싶을 때에는 딸에게 봐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녀석은 만일 2000자 내외의 글을 쓴다면, 몇 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신중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글을 편집하고 윤문하는 건 어찌나 잘하는지, 단순 명료 깔끔하게, 문장 안에 필요한 내용만을 추려서 정돈합니다. 대입 때는 자신의 자소서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의 문장까지 첨삭해 줄 정도였으니까요.
생각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쓰곤 하는 저와는 상당히 다른 패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딸이 퍼펙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서 거론했듯이 자신의 글을 쓰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 보고서 작성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무척 심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결국 저와 딸 둘 다 이유는 다르지만 글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무척 편하게 글을 쓰곤 했습니다. 블로그만 하더라도 네이버 이전부터 19년쯤 되었으니 포스팅만으로도 글쓰기 연습은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략 1년 전부터 힘듦을 느껴 블로그에 글쓰기도 부담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독서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풍부한 단어와 구성력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하면 저도 모르는 새 모양을 잘 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예전에 비해 독서량이 삼분의 일 정도로 줄었습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책을 읽을 읽으며 흡수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 즈음에 <문장의 비결>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의 저자 정희모는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글쓰기 교육을 연구하며 지도해왔습니다. 인문계 교수님이 저술한 책이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에는 무척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문장과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받아서 펴본 순간 오해였다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 이상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대중적인 저술 작업을 이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글쓰기를 알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서 목록만 살펴보아도 상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글쓰기'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기승전결과 같은 흐름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기는 한데, 일일이 신경을 쓰기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최선의 글쓰기 대신 차선을 택하며 이만큼만 쓰자는 식으로 타협을 보곤 했습니다.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합니다. 강연을 듣거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일 년짜리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삶에 발목을 잡혔기에 꿈은 몇 년 후로 미뤄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문장의 비결>을 만나고서는 다시 욕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만 여러 번 독파하더라도 발전하리라는 걸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번 읽어서는 안되고 반복하며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하드커버에 가름끈까지 있나 봅니다. 제본도 잘 되어 있어서 쫙 펴놓고 독서대에 두어도 좋습니다. 내용은 물론 만듦새까지 좋은 책입니다. 만난 사람들이 손때 묻혀가며 볼 책이라는 걸 출판사에서도 느낀 것 같습니다.
<문장의 비결>은 짜임새 있고 단단한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문법에 한정되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잘 구성하는 요령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이 좋은 글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단박에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며 노력하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최단점은 명사형 문장을 쓴다는 건데,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을 리뷰하는 사이에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꾸준히 읽고 쓰면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