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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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문학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책을 온전히 정복하는 것과 같은 행위일지도 모르겠어요. 흥미 본위의 독서를 즐기는 편인데다가 언젠가부터는 깊은 사색이 버거워졌기에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과 같이 의미 있고, 묵직한 책을 만나면 조금 힘들어지곤 합니다.


문학 소설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지 헤아려 읽어야 하기에 제법 시간도 많이 들죠. 하지만 그렇게 깊이 몰입하여 꼬닥꼬닥 읽어가는 사이에 작가가 펼쳐 보이고자 했던 서사를 온전히 느끼며 저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 가며 온전히 녹아들게 되더군요.


거의 100년 전의 작품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이 만났어요. 이럴 땐 문맥 속에서 유추해 보기도 하고, 각 단편 말미에 붙어있는 주석을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런 게 바로 고전 독서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글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소설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담뿍 느낄 수 있었어요.


이효석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죠. 물론 지금도 온갖 가지 복잡한 일들로 시달리는 우리들이지만, 이때는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이 있었잖아요. 이효석도 처음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향을 보였었지만 나중에는 순수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물론 이런 작풍으로 인한 잡음도 많았지만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바로 이때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서 <이효석 전집 1: 단편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개인에게 내재된 욕망과 슬픔, 좌절 그리고 희망 여기에 자연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함께 그려내어서 문장에서 전해지는 영상미가 참 좋아요.


차례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는지 알 수 있죠.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청소년이라면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모두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어렵거나 약간 선정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작품도 있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15금도 안되는 수준이니 그런 부분은 아예 걱정하지 말고,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면 좋겠어요.




메밀꽃 필 무렵 :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죠. 이제는 장돌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텐데요, 여하튼 떠돌이 장돌뱅이 허생원이 봉평에서 젊은 총각 동이와 동행하며 겪는 하룻밤의 여정 속에서 숨겨진 사연이 살며시 드러나는 소설이에요. 무척 익숙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풍광은 반짝반짝 더욱 아름다운데, 달빛 아래의 장돌뱅이 허생원의 삶과 동이의 서사에 깊은 슬픔이 밀려왔어요. 소설에서 표현하지 않은 부분까지 감정으로 다가온 탓이겠죠.



개살구 : 역시 봉평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인데요, 살구나무가 있는 어느 집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들의 갈등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비교적 긴 소설인데다가 흥미로워서 열심히 읽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이나 결말이 분명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다 읽고 난 후 약간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바로 이 모호함이야말로 이효석 작품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장미 병들다 : 육체적인 관계와 정신적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소설이에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성과 사랑 여기에 질병이 더해지면서 이런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망측한 치료비'라는 표현을 쓰며 에둘러 말했지만, 오히려 직설적으로 병명을 사용한 것보다 더 잘 어울렸어요. 아무튼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게 있구나 싶어서 헛웃음도 나오더군요. 사랑에 속고, 정에 울고, 병으로 좌절하는 이런 일들은 지금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공상구락부 : 백수처럼 한량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허황된 공상에 빠져 살던 사람들이 있었죠. 그중 하나가 몰리브덴이라는 광물 개발에 희망을 거는데요, 여기서부터 이 구락부의 모습이 달라지려나 했지만 역시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겪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의 청년들의 현실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은 슬프고 허무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들은 다시 꿈을 꾸며 삶을 이어가는 걸 보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어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이효석의 귀한 단편 소설들을 다수 수록한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상세한 연보와 사진, 참고 서지까지 함께 구성되어 있어요. 아주 오래전에 국어 선생님께서 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와 시대의 배경을 알면 도움 된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앞뒤로 수록된 모든 정보를 함께 훑어보시면 좋겠어요.


순수와 서정의 작가 이효석의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고 삶의 본질,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을 원한다면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만나보셔요. 제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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