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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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유품정리인이라는 일을 하는 분이라 연륜이 있는 제법 나이 드신 분일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빗나갔다. 저자는 92년생, 매우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자칫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 뻔한 아버지의 돌연사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스물 둘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하니 존경스럽다. ‘그저 청소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인과 유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일이라 자부한 그는 돌아가신 분께도 그리고 남은 이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그 마무리는 쉽지 않은 일이라 등한시되어 온 게 사실이다. 심지어 가족 마저도 이 일을 꺼린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죽음의 고독사 현장을 삶의 한복판으로 재구성하여 미니어처로 작업했다. 그 이유는 단지 고독사를 방지할 방책을 제안하려고 쓴 것이 아니라 고독사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가 목격한 방의 특징을 응축해 재현해내었는데 소변이 든 페트병이 100개 이상 발견되는 쓰레기더미 집도 있었고, 고독사의 사인 중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살을 암시하는 방도 보였다. 이를테면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끈이 묶여있고 그 아래 비닐 방수포가 남아있는 현장이라든지 접착테이프로 미안해라고 벽에 붙여 놓은 방이 있었다. 40대 여성이 쓰레기 천지로 변한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현장을 모델로 삼아 만든 미니어처. 고된 일을 마치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이들이나 스토커 피해자와 같이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지 못하는 이들의 경우도 집안이 쓰레기장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치매나 수집벽이 있는 사람도 해당된다. 소중한 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 방 주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 누군가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으면 집이 변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남겨진 현장도 있다. 주인과 반려동물이 시간은 동시에 끝나지 않기에 자신의 죽은 까지 생각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겨진 고양이가 사람 손이 그리웠는지 저자가 다가가자 냉큼 다가왔다는 문장에 마음이 저려왔다. 생과 사의 조각들을 미니어처와 담담한 문장으로 말하는 저자는 고인의 가는 길을 기리고 주변을 정리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감사하며 고독사에 대해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유품정리인이라는 일이 생소했지만 그 존엄한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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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취업 합격의 공식 최신 이슈 & 상식 9월호 - 공기업.대기업.언론.대입 시사상식 / NCS + 인적성 + 논술 + 면접 대비
시사상식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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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이슈&상식 2020-9

 

  시대고시기획에서 주문, 구독할 수 있는 월간지 취업 합격의 공식, 최신 이슈&상식 9월호를 읽었다. 창간호가 2006년도에 나왔으니 꽤 오래된 월간지라 할 수 있겠다. 벌써 9월이라니. 아직 태풍의 영향으로 불안정하지만 가을은 가을인 것 같다. 이틀 전인 딱 1일에 들어서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선선하다. 코로나19로 각자의 삶 앞에 놓인 불확실성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안팎으로 힘든 요즘에도 취업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마지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페이지를 넘겨 9월의 공모전과 대외활동, 자격증 접수일정을 보니 거의 매일이 빡빡하다. 국제무역사 필기시험을 비롯해 신용분석사접수, 한국어능력시험접수일정과 국가직 7급 공무원 필기시험도 적혀있다.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최신 이슈와 상식을 엿보았다.

 

  검언유착이나 8.4 주택 공급대책,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등 <핫이슈 시사상식>이 다양하게 첨부되어 있었다. 지난 달 4일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큰 폭발이 2차례 일어났다.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보도되었는데 원인은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였다. 책은 이 사건에 대해 관련키워드(옛 소련국가 조지아 수출품)와 베이루트 의사당 주변에 불을 지르는 반정부 시위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와 별개로 <꼭 알아야 하는 시사상식> 코너에서는 시사용어브리핑과 찬반토론, 세상에 이런 판결 등 시선을 이끄는 제목들이 보였는데 미성년의 혼숙을 방치한 무인텔에 대해 대법원이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무인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법인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괴장금 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대법원 1부는 원고 승소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89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A법인은 1심에서 고의로 미성년자를 투숙하게 했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되었지만 청소년들이 혼숙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공중위생관리법이 정한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단다. 2심은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보아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최종 대법원은 무인텔이 직원을 두지 않는 대신 신분증 등으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식별 장비를 두지 않았기에 관련법령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판시했다. 흥미로운 판결이다.

 

  취업을 돕는 월간지답게 <시크릿 취업 정보><시험에 나오는 취업문제 패키지>도 눈길을 끌었다. 오로지첨삭 코너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두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직무 역량에 맞춰 융통성 있게 스펙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특히 직무관련성이 부족한 스펙을 보유한 경우엔 경험의 일부 속성이 직무 범위와 맞물린다면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글의 흐름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역량을 뒷받침하는 부수적인 과정이 간접적으로 지원자의 근본역량을 강조하며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GSAT 3급이나 포스코 생산직 기출복원문제를 살펴보니 수리논리, 추리, 언어논리력 등 꽤 난도가 높은 문항들이 보여 주눅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FUN FUN 한 상식>에선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으로 읽는 전쟁사에선 30년전쟁으로 일컫는, 최후의 종교전쟁을 소개하며 세바스티안 브랑스의 <농장을 약탈하는 군인>이란 작품을 삽입했다. 종교전쟁을 빙자한 영토전쟁인 것 같았다. 800만 명의 양민의 피 위에 신성로마제국은 무너졌다.

 

  월간지의 가격은 1만원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꽤 괜찮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꼭 취업준비자가 아니더라도 풍부한 시사 상식을 갖고 싶다면 이 잡지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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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조선 2 슬픈조선 2
가타노 쓰기오 지음, 정암 옮김 / 아우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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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조선2

 

  일본인이 쓴 조선의 역사라니 금기시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원수나 다를 바 없었으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본제품의 불매운동과 함께 한일관계는 냉각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반일감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슬픈 조선1에 이어 조선왕조의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일본의 조선 지배가 심해지는 한반도가 이 책의 무대였다. 일본의 주도면밀한 식민지화 정책을 파헤치며 일본의 메이지 초부터 조선의 식민지화를 목표로 해왔다는 연구결과도 드러냈다. 한국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본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한일 역사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유관순이 3.1운동 후 체포되어 고문 받은 사건도 사실을 나열하며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유관순의 입장으로 감정도 전달했다. 이를테면 손가락 사이에 쇠를 끼워 넣고...유관순에게 가해진 고문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눈앞에서 살해된 부모님의 한은 잊을 수 없었다.’,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 순간 유관순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화가 치밀었다.’ 등이 그렇다. 책에는 곳곳에 사진도 삽입되어 있었다. 수원 교외의 제암리에 다시 세워진 제암교회라든지 조선복 차림으로 교태를 부린 총독부 정무총감의 사진이라든지 철거를 면한 광화문이라든지 많은 역사적 이미지가 배치되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봉창과 윤봉길은 우국지사로 표현하여 김구에게 떨릴 정도의 감동을 준 이봉창의 눈초리를 기록한 부분은 마음이 시려왔다. 천왕 암살용과 이봉창 자살용 수류탄 두발을 챙겨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김구가 굳은 표정을 하니 나는 죽으러 가지만 얼굴 좀 더 펴주세요라고 말해 임시정부의 거물을 쓴웃음 짓게 했다는 에피소드가 그랬다.

 

  창씨개명도 조선인의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개명인지 설명했다. 조선 일부에선 이것으로 일본인과의 차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조상이 물려준 성을 소중히 여겨 자신의 대에 성씨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던 이들에게 조상의 뼈를 팔아먹을 놈이란 말은 최대의 치욕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창씨개명은 조상의 뼈를 팔아넘긴,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은 술술 읽혔다. 고종의 양위식을 통해 비극의 황제가 된 순종 때부터 조선이 멸망하고 독립운동과 반일무장투쟁을 거쳐 광복의 그날까지 저자는 사건 하나하나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연표와 대담, 참고문헌까지 읽어 내려가니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를 목격한 기분이다. 역사를 공평하게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면서 방향이 틀렸다면 자신의 부족한 탓이고 독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저자의 모습이 고맙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역사인 근현대사를 통해 아직도 일본이 한국 땅에 밝히길 꺼리는, 부풀려 얘기하자면 국가가 입을 막고 있는 그것을 저자가 마음대로 까발리는 결과가 될지도 몰라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일관계사의 일부를 소개하며 일종의 피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을 기했다고 하니 나름 객관적이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개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지만 특히, 비판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되겠다는 시각도 생겨 마음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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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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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서평도서를 받아보았다. 그동안 여러 책을 우편으로 받았지만 선물꾸러미처럼 상자에 포장하여 기분 좋게 받았던 적은 없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기꺼이 선물을 주었다. 게다가 출판사 마케터의 안내문이 아닌, 저자의 편지가 전보 형식의 편지지로 동봉되어 있었다. 또 한 번 감동이다. ‘부족한 책이지만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라는 인사에 황송할 따름이다. ‘촌스러워도 괜찮아라는 책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위해 기꺼이 촌스러움을 감내하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들어 있었다. 자신을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깨달은 재미난 철학과 인생관을 이 책에 담았다.

 

  촌스러움이란 섬세하거나 꼼꼼하지는 못하지만 순진하고 어설픈 매력을 뜻한다. 노예 같다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부정적인 어감을 버리고 본래의 의미인 촌스러움을 안다면 삶은 순수해진다고 한다. 겉모습과 언행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 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매력도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세상을 넓혀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나 또한 촌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간식 산딸기를 추억하는 이야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 세련되어진다고 느끼던 귀여운 생각도 미소 지으며 읽었다. 저자는 쌍둥이의 아빠인가 보다. 기저귀 떼기를 연습하는 중이라니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 더 동질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책에서 촌스러운 교육철학을 언급했다. 아이들에게 재밌고 좋은걸 보여주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에버랜드와 복합상가 포함) 좋은 걸 체험시킨다는 자신의 교육철학이 형편없었음을 지각했다고. 아이들이 차안에서 울고 떼쓰는 통에 운전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고 기진맥진하게 된 저자는 목적이 전도되었다고 느꼈단다. 아이를 위해 간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하고 있었다고. 아마 화내는 아빠와 쉬고싶어하는 부모를 보았을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을 저자는, 부모의 철학으로 아이의 성장배경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 독일인 부부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환경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났는데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관광지가 아닌, 노숙과 힘든 도보여행을 통해 함께 온갖 고생을 체험했다. 그 가족의 여행 테마는 명확했다. 지구온난화, 사막화로 세계 환경과 기후변화를 아이들이 체험하고 느끼는 것. 나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책은 에세이형식이면서도 교훈적이다. 신의 영역은 되고 안되고지만, 나의 영역은 하고 안하고라고 말하면서 되든지 말든지 자신의 영역인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신경 쓴다는 저자. 1등이 되고 싶은 건 신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이고 다만 나는 노력할 뿐이다. 진인사대천명이란 한자성어도 떠올랐다. 자신은 아무것도 안하면서 신이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을 경계하자.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반성해야 될 것 같다.

 

  글쓰기와 강사, 농사와 수출사업 등 재미있는 삶의 이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저자 오인환님의 촌스러움을 닮아가고 싶다. 세련되었다는 포장을 벗어버리면 날것과 민낯의 자유롭고 느긋한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을 응원한다. 물론 여전히, 저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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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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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모든 사람은 양면성이 있다. 좋은 면과 나쁜 면. 종이 한 장 차이다. 이 책은 까칠하고 날카롭게 들리지만 속이 시원했다. 작가의 이력도 재밌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저자 이혜린님이다. 목차는 매우 단순한데 인생이 집약되어 있다. 우린 혼자 살 수 없음에 좋든 싫든 누군가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사람이 싫다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인 회사에서 부딪힐만한 일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회사가 싫다라고 제목을 할애했다. 그리고 네가 싫다내가 싫다는 왜 그리 공감이 되는지. 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자존감이 한없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땐 나조차도 내가 싫다. 나도 모르게 욕을 혼잣말로 내뱉고 한숨을 쉰다. 남들에게 들키긴 싫은, 내 안의 나쁜 말들이 이 책에 적혀있어 연대감을 느꼈다.

 

  ‘소작농은 땅을 미워하지 않는다. 마님이 나눠 줄 곡식을 사랑할 뿐이다. ’ 라는 말이 인상 깊다. 회사는 그저 일을 시키고 돈을 버는 조직일 뿐이니 남으면 돈을 벌고, 떠나면 그만인 것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미워하는 마음은 내 감정만 상하게 만드니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말 같아 냉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시니컬해서 좋다. ‘남친 땜에 인생 바꾸지 마.’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내용도 웃펐다. 어차피 10년 후 각자 자기 아기 프사에 내걸고 건조한 안부나 주고받을 사이라며 10년 후 페이스북서 검색도 안 될 놈들이란다. 맞다. 난 그때 뭐가 그리 심각했을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한낱 남친이었던 존재 때문에 울고 짜고 할 필요가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심오한 문장엔 맞다고 맞장구치며 그 다음 문장이 허를 찌른다. ‘그리고 더 크고 지랄 맞은 뭔가가 오리라라고. 끝도 없이 올거라고. 그것이 맞을 거라고. 구관이 명관일 땐 이 느낌이 딱 맞다. 싫었던 사람이 회사를 옮겼는데 더 이상한 사람이 올 때 현타가 온다.

 

  저자의 요즘 멘탈 관리법은 간단하다.

그럴 운명이다.

어쩌라고 XX.

어떻게든 된다.

나도 3번을 담당하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책임감 없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조바심도 사라졌다. 책은 자신의 나쁜 마음이 자신을 8할이나 키웠다고 하는데 나란 인간도 별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차마 입 밖에 못낸 수많은 말들이 시원하게 대리로 내뱉어져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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