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조선 2 슬픈조선 2
가타노 쓰기오 지음, 정암 옮김 / 아우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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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조선2

 

  일본인이 쓴 조선의 역사라니 금기시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원수나 다를 바 없었으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본제품의 불매운동과 함께 한일관계는 냉각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반일감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슬픈 조선1에 이어 조선왕조의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일본의 조선 지배가 심해지는 한반도가 이 책의 무대였다. 일본의 주도면밀한 식민지화 정책을 파헤치며 일본의 메이지 초부터 조선의 식민지화를 목표로 해왔다는 연구결과도 드러냈다. 한국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본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한일 역사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유관순이 3.1운동 후 체포되어 고문 받은 사건도 사실을 나열하며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유관순의 입장으로 감정도 전달했다. 이를테면 손가락 사이에 쇠를 끼워 넣고...유관순에게 가해진 고문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눈앞에서 살해된 부모님의 한은 잊을 수 없었다.’,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 순간 유관순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화가 치밀었다.’ 등이 그렇다. 책에는 곳곳에 사진도 삽입되어 있었다. 수원 교외의 제암리에 다시 세워진 제암교회라든지 조선복 차림으로 교태를 부린 총독부 정무총감의 사진이라든지 철거를 면한 광화문이라든지 많은 역사적 이미지가 배치되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봉창과 윤봉길은 우국지사로 표현하여 김구에게 떨릴 정도의 감동을 준 이봉창의 눈초리를 기록한 부분은 마음이 시려왔다. 천왕 암살용과 이봉창 자살용 수류탄 두발을 챙겨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김구가 굳은 표정을 하니 나는 죽으러 가지만 얼굴 좀 더 펴주세요라고 말해 임시정부의 거물을 쓴웃음 짓게 했다는 에피소드가 그랬다.

 

  창씨개명도 조선인의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개명인지 설명했다. 조선 일부에선 이것으로 일본인과의 차별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조상이 물려준 성을 소중히 여겨 자신의 대에 성씨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던 이들에게 조상의 뼈를 팔아먹을 놈이란 말은 최대의 치욕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창씨개명은 조상의 뼈를 팔아넘긴,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은 술술 읽혔다. 고종의 양위식을 통해 비극의 황제가 된 순종 때부터 조선이 멸망하고 독립운동과 반일무장투쟁을 거쳐 광복의 그날까지 저자는 사건 하나하나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연표와 대담, 참고문헌까지 읽어 내려가니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를 목격한 기분이다. 역사를 공평하게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면서 방향이 틀렸다면 자신의 부족한 탓이고 독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저자의 모습이 고맙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의 역사인 근현대사를 통해 아직도 일본이 한국 땅에 밝히길 꺼리는, 부풀려 얘기하자면 국가가 입을 막고 있는 그것을 저자가 마음대로 까발리는 결과가 될지도 몰라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일관계사의 일부를 소개하며 일종의 피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을 기했다고 하니 나름 객관적이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개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지만 특히, 비판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되겠다는 시각도 생겨 마음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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