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등 뒤에서
권동복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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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등 뒤에서

크리스천이자 부모라는 인생의 선배인 저자가 쓴 이 책에 조언을 얻고자 읽었다. 부부가 얼마나 자녀를 사랑했는지 얼마나 축복된 삶을 살았는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통해 삶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기술하고 있었다. 이런 아버지를 둔 아들이 부럽다. 부모님의 존재가 그리울때마다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다는 건 대단한 특권이다. 나도 두 아들을 위해 내 결혼과 양육을 기록해둬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물론 단순한 일기 이상이 되도록, 물려줄 만한 삶의 유산이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후회없는 믿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가 유산되었다는 병원 소식을 듣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살려주시면 믿음의 자녀로 키우겠다는 기도를 두고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아들 목숨 대가로 제안하는 것이 엄청 큰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마치 어린아이가 이 닦으면 선물 사달라고 조르는 유치한 모습임을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나도 미취학인 아이가 내게 내거는 조건들이 이와 같다. 이 닦으면, 밥 잘 먹으면 뭘 해달라거나 사달라는 것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우리 인간이 조건부로 내거는 기도들이 얼마나 유치하실까 웃음이 나기도 한다.

믿음에 있어서 플랜B가 필요한지 여부도 언급된다. 우리의 궁극적인 플랜B는 하나님인데,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 자신을 의지하는 경향이 많진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아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실용음악에 관심이 있으니 그 길로 가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던 대입시기. 진로를 틀고 인생의 큰 관문인 대학 입학을 무사 통과했는데 동국대 일어일문학과로 들어가서 또 고민이 시작된 일련의 과정이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한다. 잠언의 말씀도 수록되었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잠깐 건네는 것조차 감당할 능력이 없는 약한 우리, 저자의 췌장암 해프닝 등이 우리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지만 우리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교회 안수집사님의 간증을 듣는 것 같아서 은혜가 되었다. 표지에 쓴 글에 위로가 된다. ‘부모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자녀는 방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도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오늘도 자녀의 인생 또한 하나님께 맡기고 내 소유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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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인생그림책 45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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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골랐다가 내가 위로받고 감동을 느낀 그림책이다. 책 표지에는 타인의 시선과 개인의 욕망 속에 점점 희미해지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섬세한 여정이라고 써있다. 이상한 고릴라가 자기 손바닥 위를 쳐다보면서 꼬마 고릴라...” 라고 속삭인다. 마치 자기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손에 쥐고 있는 건 초록색 공이다. 숲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을 거라고 여기는 초록색 공을, 화자는 찾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초록색 공을 본 적 없다고 말한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가는 아기 오리, 빈 자리를 찾고 있는 부엉이무리, 하루 종일 자기 얼굴을 보고 있는 가젤 등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실은 모두 초록색 공을 뒤쫓거나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들이 제 각기 찾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초록색 공으로 묘사된 무언가였다. 아기 오리들에겐 엄마로, 부엉이무리에게는 빈 둥지로, 가젤에게는 거울과도 같은 자기 모습이었다. 웅덩이로 몰려드는 코끼리의 삽화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코끼리만큼이나 큰 초록색 공이 웅덩이로 표현되었는데 생존을 위한 를 찾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꽤나 필사적인 느낌이 들었다. 등불이 꺼지길 기다리는 박쥐들의 모습은 초록색 공을 등불로 여기면서 내 세상을 어서 빨리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쳤다. 과연 아무도 보지 못한 초록색 공은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의 말미에 숲과 공이라는 해설을 통해 공을 따라 내 안의 수많은 동물들과 마주했고 소란스러워진 자신의 마음을 만나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작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함께 있었던 내 안의 나임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자아와 내 본연의 모습이 초록색 공이었음을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전히 곁에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내 안의 나, 잊지 말고 잃지 말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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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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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사랑을 찾아갈 거야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 이 도시는 참 불친절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차별과 혐오를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퀴어 시티보이라는 책 소개를 놓친 채 목차의 <정규직은 천국에 가지만 비정규직은 어디든 간다> 에 꽂혀서 신청했던 거였다. 에피소드를 읽어보니 저자가 성소수자임을 오픈할 수 있던 직장동료가 등장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해서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더니 눈가가 붉어진 그녀가 그거 규환님 잘못 아니니까 상처받지 말아요.” 라는 대답을 해주었고 그것이 저자를 버티게 했다고 말이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며 정들었던 동료들을 몇 개월 주기로 차례차례 떠나보내는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나가지만 한때 같이했던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은 그 누구와도 필요 이상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용기를 준 그녀 덕분이었다.

 

<어느 결혼식의 오점>이나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마법의 주문>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결혼식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뒤 그 기억이 옅어졌을 때 동성애 반대 집회에서 우연히 그 호모포비아를 만난 날. 그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소회한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오물테러는 분명 폭력적인 행위였고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존귀하게 대해야 하는 기독교 정신에도 위배된다. 서대문구청에서 혼인신고를 접수하한 공무원의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완벽한 일곱 글자에 감동받았던 일화도 나왔다. 동성 간의 혼인신고이므로 접수와 동시에 불수리 처리됨을 고지했지만 말미에 건넨 그 멘트는 저자를 눈물나게 할 뻔했다고. ‘법은 우리를 거절했지만 사람은 우리를 거절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는 문장이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진리를 타협하지 않는 크리스천이지만 성소수자를 정죄하거나 배척할 권리가 없는 개인이기에 나 또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에세이기에 성정체성과 무관한 일화도 많았고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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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다 그래 제제의 그림책
구삼영 지음 / 제제의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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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엄마들은 다 그래

오늘도 아이에게 방울뱀이 되었다. 하면 안되는 행동을 하거나 내 감정이 치밀어오를 때 화를 내기 전에 “쓰읍~!#@&” 이라는 워밍업같은 소리랄까? 아침부터 빗물로 가득찬 길가의 웅덩이를 철퍽철퍽 가로지르며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해맑게 좋아하는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엄마로 각인된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 오늘 읽은 그림책 <엄마들은 다 그래>를 보니 여기 딱 내가 있었다. 아이가 떼쓰고 화내면 화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내가 화를 내고 있거나 전화를 받으면 화난 걸 잊어버릴 때도 있던 적이 나도 있었다. 웃음도 나고 속이 뜨끔하며 부끄럽기도 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인 나의 모습이 그림책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우리 아이는 내가 잔소리를 시전한다 싶으면 말을 끊거나 듣기 싫은 소리엔 그런 소리 하지말라고 오히려 큰소리다. 생각해보면 어쩔 땐 나도 감정이 폭발하여 아이에게 심하게 대할 때도 있어서 상처를 주는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일이 단초가 되어 내 목소리가 락스타 저리갈 만큼 샤우팅해지는 것이다. 요즘은 그림책의 예시대로 아이스크림을 녹기 전에 먹으라고 재촉한다. 어제도 하얀 옷에 초코를 묻혀서 애벌빨레를 하며 또 잔소리를 했다. 엄마의 커다란 입속에서 나오는 지렁이같은 잔소리 글씨 일러스트가 경악스럽다. 상상보다 더 극적인 현실 속 아이들의 감정과 기분이 그대로 표현된 듯하다. 그

래서 더 반성하게 된다. 그림책을 보면서 자녀에게 조금 더 긍정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진심을 화나 윽박으로 왜곡시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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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중에 표지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던 그림책이 떠오른다. 바로 <떡갈나무 호텔>이라는 동화였는데, 알고보니 수십 년간 사랑받은 동화의 명작이었다. 든든하고 포근한 떡갈나무는 온갖 새와 벌레들이 공짜로 묵고 있는 호텔이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서 매미, 개구리, 올빼미 같은 이들에게 보금자리와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던 나무, 떡갈나무. 페이지를 넘겨 겨울이 왔을 때 호텔은 잎을 떨구고 겨울잠에 드는 옆의 단풍, 자작나무를 사이에서도 쉬지 않고 봄이 되어 새 잎이 날 때까지 마른 잎을 달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로 나무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오늘 본 책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은 지구에 73천 종이 넘는 나무 중에 우리를 위로해주고 친구가 되어줄 59종의 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하게 나무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마음을 다독여주는 마음챙김 에세이라 할까? 그 자리에 묵묵하게 견디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삶에 적용해야 할 교훈들을 함축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것 같다. 텍스트는 그리 많지 않은데 함께 삽입된 일러스트들이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책의 띠지를 펼치면 포스터처럼 이 책의 나무들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 황연목, 산사나무, 물푸레 나무, 용혈수 등 다양한 나무들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제목과 같이 나는 어떤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목차를 발췌해본다. 북쪽 극한의 땅에서 생존하는 잎갈나무는 대부분의 침엽수와 달리 바늘잎을 일부러 떨구어내고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보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고단할 땐 잠시 쉬어가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반면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 묵묵히 감내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발삼전나무는 어떨까? 잎을 떨구지 않고도 북쪽 고위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에 1년 내내 햇빛을 받아 쉼 없이 광합성을 이어간다고 한다. 변화에 순응하는 마음 또한 지혜이리라. 과연 누구 말마따나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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