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ㅣ 인생그림책 45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골랐다가 내가 위로받고 감동을 느낀 그림책이다. 책 표지에는 타인의 시선과 개인의 욕망 속에 점점 희미해지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섬세한 여정이라고 써있다. 이상한 고릴라가 자기 손바닥 위를 쳐다보면서 “꼬마 고릴라...” 라고 속삭인다. 마치 자기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손에 쥐고 있는 건 초록색 공이다. 숲에서 잃어버린 게 틀림없을 거라고 여기는 초록색 공을, 화자는 찾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초록색 공을 본 적 없다고 말한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가는 아기 오리, 빈 자리를 찾고 있는 부엉이무리, 하루 종일 자기 얼굴을 보고 있는 가젤 등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사실은 모두 초록색 공을 뒤쫓거나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들이 제 각기 찾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초록색 공으로 묘사된 무언가였다. 아기 오리들에겐 엄마로, 부엉이무리에게는 빈 둥지로, 가젤에게는 거울과도 같은 자기 모습이었다. 웅덩이로 몰려드는 코끼리의 삽화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코끼리만큼이나 큰 초록색 공이 웅덩이로 표현되었는데 생존을 위한 ‘나’를 찾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꽤나 필사적인 느낌이 들었다. 등불이 꺼지길 기다리는 박쥐들의 모습은 초록색 공을 등불로 여기면서 내 세상을 어서 빨리 만끽하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쳤다. 과연 아무도 보지 못한 초록색 공은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의 말미에 ‘숲과 공’ 이라는 해설을 통해 ‘공을 따라 내 안의 수많은 동물들과 마주했고 소란스러워진 자신의 마음을 만나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작 잃어버리지 않고 항상 함께 있었던 내 안의 나임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자아와 내 본연의 모습이 초록색 공이었음을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전히 곁에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내 안의 나, 잊지 말고 잃지 말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