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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사랑을 찾아갈 거야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 이 도시는 참 불친절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차별과 혐오를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퀴어 시티보이라는 책 소개를 놓친 채 목차의 <정규직은 천국에 가지만 비정규직은 어디든 간다> 에 꽂혀서 신청했던 거였다. 에피소드를 읽어보니 저자가 성소수자임을 오픈할 수 있던 직장동료가 등장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해서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더니 눈가가 붉어진 그녀가 “그거 규환님 잘못 아니니까 상처받지 말아요.” 라는 대답을 해주었고 그것이 저자를 버티게 했다고 말이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며 정들었던 동료들을 몇 개월 주기로 차례차례 떠나보내는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나가지만 한때 같이했던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은 그 누구와도 필요 이상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을 좀 더 드러내고 용기를 준 그녀 덕분이었다.
<어느 결혼식의 오점>이나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마법의 주문>도 인상적으로 읽었다. 결혼식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뒤 그 기억이 옅어졌을 때 동성애 반대 집회에서 우연히 그 호모포비아를 만난 날. 그와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소회한 저자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오물테러는 분명 폭력적인 행위였고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존귀하게 대해야 하는 기독교 정신에도 위배된다. 서대문구청에서 혼인신고를 접수하한 공무원의 “결혼 축하드려요” 라는 완벽한 일곱 글자에 감동받았던 일화도 나왔다. 동성 간의 혼인신고이므로 접수와 동시에 불수리 처리됨을 고지했지만 말미에 건넨 그 멘트는 저자를 눈물나게 할 뻔했다고. ‘법은 우리를 거절했지만 사람은 우리를 거절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는 문장이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는 진리를 타협하지 않는 크리스천이지만 성소수자를 정죄하거나 배척할 권리가 없는 개인이기에 나 또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에세이기에 성정체성과 무관한 일화도 많았고 읽으면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