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의사가 되시고 만병의 치료자가 되시는 성령 하나님

 

  이 책은 송 글로리아 성도의 간증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울이 다메섹에서 주님을 만났던 것처럼 오직 깨끗한 그릇을 원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말씀과 기도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 무렵 신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준비하던 때였다. 그녀는 10여 년이 넘도록 주님과 교제하며 주님이 일러주신 대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겪은 신비한 체험이나 지옥체험간증도 있었다. 3자의 입장에서 일정부분 객관적으로 읽었다. 간증은 사람의 체험이고 전하는 자와 듣는 자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성경에 부합되는 것인지, 사실과 진위여부, 간증자의 행실 등을 종합하여 봐야하기에 말이다. 사도바울도 천국체험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고, 예수님께서도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것을 말씀하셨지 그 이상 천국과 지옥의 실제적인 모습을 묘사한 일은 없다. 일례로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의 저자 알렉스는 책을 출간한 지 5년 만에 그 책의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고백했다. 6살 때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2개월 간 혼수상태에 있으며 천국을 체험했던 경험을 담고 있었다. 그는 공개서한에서 나는 죽지도 않았고 천국에도 가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봐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을 단 한 번도 읽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유일한 진리는 성경이며, 사람이 쓴 것은 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 사건이었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이 겪었던 신비한 체험이 복음 위에 올라가 있는 자신의 신앙 실체를 목격하며 회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필요에 의해 현재에도 믿음의 사람들에게 환상과 간증거리를 허락하심은 분명하다. 모든 체험간증이 거짓이라고 반응하는 극단적 현실주의자들도 경계해야 한다. 그것 또한 영적 교만일 것이다. 성경에는 예언의 은사나 치유의 은사를 부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다원주의적 신비주의 같은 류는 조심해야하겠다.

 

  각설하고,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어머니께서 소천하시는 모습을 담은 내용과 코로나 전염병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전자는 8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마지막을 묘사했다. 이 땅에서 마지막 떠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환하고 밝은 모습 그 자체였다. 너무 젊어보여서 가족들과 우리 엄마가 맞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하늘나라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이야기가 대조되었다. 그 분은 예수님을 믿지 않고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임종하실 때 동물 울음소리같이 울부짖으며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는 영원한 두 길이 있다고. 생명으로 가는 영원한 길과 마귀를 따라가는 멸망의 지옥. 선택은 단 한번 뿐이며 본인이 할 수 있다. 전염병 이야기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법을 무너뜨리고 죄악 가운데 빠져 살게 되었기 때문에 심판하고 계심이라고 말한다. 그 죄악 중 동성애가 있다. 성경에도 소돔과 고모라성이 성적타락으로 불로 심판받아 망했던 사실을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기적들을 성령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당장 주님이 다시 오실 것처럼 살아야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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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어느 부부의 특별한 실험
박햇님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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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혼 3년차인 나는 이 책 제목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악다구니만 남은 아내의 산문집인가 싶었는데 웬걸, 추천사를 쓴 엄지혜 작가의 말대로 너무 화가 치밀어 글을 쓰기로 했다지만 그녀의 글은 더없이 따뜻하고 경쾌했다. 서평을 쓰면서 이 책처럼 많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책에 표시를 해둔 경우는 없었다. 목차를 보면서 마음이 가는 소제목부터 찾아 읽었는데, 이를테면 <우리 집에선 나도 자랑하고픈 딸이란 말이다> 랄지, <틀린 게 아니라 달라서 하는 부부싸움> 같은 것이 그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들어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부부싸움의 골이 깊어질 때면 나도 친정생각이 난다. 그 공간과 아직도 유지중인 내 방의 냄새, 아늑함이 막무가내로 그립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나를 로 봐주는 사람은 하나 둘씩 줄어들었다. 나조차도 역할에 얽매여 나 자체를 바라볼 여유가 적어졌으니까. 이럴 때 내가 더 잘 되었으면,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하는 오빠의 바람이 저자에겐 꽤 신선한 느낌이었나보다. 나도 무뚝뚝한 남동생이 있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툭 내뱉는 말들에 감동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친정식구들만 줄 수 있는 오롯한 느낌.

 

  오사카에 있을 때 저자의 절친 s와 만났던 에피소드도 기억난다. 서로의 흑역사를 꿸 만큼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한 번도 허물을 약점 잡아 말한 적 없는 그녀. 밑천이 없는 초라한 시절에도 아껴주고 존중해준 따뜻함이 좋았단다.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사랑이 진한 우정 같기만 해도 좋겠다>였는데, 진심을 다해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그 자세대로 부부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나도 생각해보았다. 나에게도 s같은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데 우린 어른이 되어 마주한 다양한 감정소모 상황에도 서로 균형을 잡아주며 위로하는 사이였다. 친구에겐 이렇게 관대한데 왜 남편은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부부싸움을 할 때도 대다수의 갈등이 그렇듯 상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다고 판단해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 사소한 의견차이로 크게 싸우면서 서로를 길들이려는 행동을 할 때 난 마치 잔 다르크와 같은 저항감으로 남편에게 저항했음을 고백한다. 누가 이 결혼 생활에 더 애쓰고 있는지를 피력하며 유치한 대화를 이어나갈 때면 어느 순간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도대체 왜 싸우고 있는 거지? 라고 반문하며.

 

  저자도 연애 시절 남편에게 꽤 꿀 떨어지는 연애 편지를 받은 모양이다. 나도 종종 편지를 받았었는데 그 편지안의 자상함과 위트, 로맨틱함은 어디 가고 이 책의 표현대로 스타카토와 악센트가 버무려진 남편의 화법에 말문이 막히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건 나를 비롯해 시부모님께도 마찬가지여서 며느리로서 내가 난감할 때가 많다.) 서로 다른 남녀가 다름에 반해 결혼했다가 결혼하고 나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은 하지만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라고 하면 정확할까? 저자는 남편에 대해 쓰기 시작하자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이참에 남편이 미우니 글을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시시콜콜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신나게 남편을 까긴 하지만. 울적할 때마다 혼자였던 자신을 떠올리다 어차피 이혼할 게 아니라면 상대를 보며 낙담하는 대신 탐구해보자고, 자세히 보면 수긍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속에 담아둔 말이 적어도 내 마음을 잠식하진 않을 거란 위안이 된다.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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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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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아침저녁으로 안양천을 지나가며 출퇴근을 한다. 그곳엔 수많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이 가득하다. 스프링클러에 온 몸을 적시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풀잎을 보면 내심 흐뭇하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정호승 시인이 이야기하듯 상처가 있다.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해 밟기도 하고, 일부러 이파리를 뜯어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각종 곤충과 바람에 할퀴어 풀잎도 모르는 사이 숭숭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녹슨 쇠처럼 결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엔 이런 작은 풀잎과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알아채지 못할 지라도 비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위태롭게 서있는 풀잎같이.

 

  이 책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서로 공감해줄 수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대의 말로, 상대의 눈빛으로, 상대의 어떠한 행동으로 상처받고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 노래가삿말, , 명언, 시들을 삽입했다. <로또, 생각바꾸기>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도대체 당첨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친구들과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힘든 자신을 좀 보살펴 준다면 나에게도 행운이 올텐데라면서 말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디 한 두 분이겠냐? 네 아버지도 순서를 기다리셔야 할 거 아니야!” 이 말에 옥수수 튀어 오르듯 모두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하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불평도 생각을 바꾸면 여유의 불쏘시개가 된다. <긍정적인 밥>의 함민복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라고.


  성경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이 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신경망과 근육을 타고 오면서 솜털을 빳빳하게 일으켜 세울 정도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우린 다른 이를 정죄하기 전에 이 말씀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부언으로는 자기를 꾸짖고 다른 이를 용서하라는 책기서인을 기억할 것. 얼마 전에 복직원 서류를 내러 온 교원이 있었다. 서류 중 등본이 필요해서 다시 학교 근처 주민센터에 나갔다 오셨는데, 교감선생님이 점심 시간이 다 되도록 자리에 안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난 점심지도를 나가신 줄 알고 선생님께 서류 전달 해드릴 테니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5분이 지나고 교감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변선생님 안 오셨어요?” 라고 묻자 아 방금 가셨어요. 서류는 놓고 가셨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교장님께 인사드리고 가야지~” 하면서 다시 오시라고 전화를 드리는 게 아닌가. 난 내 실수로 그 선생님을 이 더운 날 다시 학교로 돌아오시게 했고, 교장, 교감님의 점심식사는 그만큼 늦어졌다. 너무 죄송했다. 교감님은 어떤 실수나 잘못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이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분이었기에망정이지 아직도 세분께 죄송스럽다. 이렇듯 실수는 변명대신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된다. 나에게 더 엄격하고 남에게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자고 다시금 다짐했다.


  이 산문집은 저자의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인생의 깨달음도 담담하게 서술해놓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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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 - KBS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 작품집
김경미 지음 / 문학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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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식 이별

 

  김경미 시인은 클래식 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오프닝 원고를 써왔다. 주말 오프닝에 시인들의 시를 하나씩 골라서 보내곤 하다가 명색이 시인이니만큼 토, 일 오프닝시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고. 시인으로서 오프닝시같은 시만을 쓸 생각은 없지만 시에 대한 생각이 훨씬 유연해졌다고 한다. 매일 한 편씩 쓴 시들이 다섯 달을 지나가자 한 트럭, 두 트럭 쌓이고 뜻밖의 생각 변화가 찾아왔다고. 풋내 나던 시작이 유례없이 울창하고 무성한 시의 숲을 거니는 것 같은 묵직함으로 다가왔다니 요즘 같은 계절에 참 어울린다. 오늘도 가정음악에 주파수를 맞춰놓고 오프닝을 듣고, 제일 처음 흘러나오는 모든 새는 아름답게 노래한다는 제목의 130초 분량의 독일민요를 듣는다. 소년합창단의 목소리가 청아하다.

 

  나도 라디오 작가를 꿈꿨던 적이 있다. 음악과 글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청취자와 소통하는 직업이 멋져보였다. 그리고 저자와 같이 시인도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 저자도 비망록이 당선되었지 않은가. 여러모로 닮고 싶은 그녀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희열이 충만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이 시집의 해설에서 짧은 순간 시인의 내면에 찾아온 언어적 섬광을 기록한 찬연한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구성은 오프닝시를 먼저 배치하고 바로 뒤에 그 작품의 배경이랄지 작품 쓸 때의 마음이랄까 하는 것을 후화 형식의 글로 담아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와 멘트는 단순히 작품과 해설의 관계를 넘어서 어쩌면 두 개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제목처럼 카프카식 이별은 아프게 통과해 온 시인의 시간에 대한 재현, 치유의 기록, 실존적 의지를 밝힌 고백록이라 봐도 무방하다.

 

  카프카식 이별1,2를 제일 먼저 발췌해 읽었다. 카프카는 생전 자신의 예민함과 고독한 기질에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모두 세 명의 여인에게 파혼을 통고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을,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위에서, 그 벌 받는 것 같은 공간에서 카프카를 떠올린 시인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프카가 되는 일이라면 백 번, 천 번 더 크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카프카식 이별2에선 혹은 카프카처럼 다른 사랑이 아닌 스스로의 고독과 불안과 눈물에 눈과 귀가 어둑해져 더는 사랑을 지속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중략) 이별을 말하고 겪는 건 나쁜 게 아니에요 시를 이렇게 설명하듯 쓰는 건 나쁜 일일지라도라는 문장이 눈에 꽂혔다. 나도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별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고통은 남게 되는데 후자가 역시 더 힘들다. 그렇지만 감정이 변했음에도 그냥 뭉개거나 피하는 건 더 나쁘다는 의견에 동조한다.

 

  여기 수록된 시들이 라디오에서 다시 읊어지길 바란다. 계속 두고두고 곱씹어 마음에 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나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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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딸 - 중간글 [큰글자책] 어르신 이야기책 210
유선진 지음, 남인희 그림 / 지성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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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진 _

 

  수필가 유선진 작가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삶과 가족과 사람에 대한 날카로운 관조와 따스한 감성을 담은 글을 발표해왔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2009년 유선진 산문집 사람, 참 따뜻하다에 발표된 수필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어르신이 쓴 어르신 이야기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노인 세대가 치매 예방을 위해 보기 편한 그림과 익숙한 이야기로 구성한 그림책 어르신 이야기책2018년 지성사 이원중 대표가 파킨슨병으로 투병중인 노모를 위해 기획한 연작이라고 한다. 이미 209, 210, 310권이 연속 출간됐다. 책읽기는 치매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어르신의 독서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인지 기능의 저하와 우울감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한다. 노인의 기억인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이나 고향의 추억, 가족과의 행복했던 순간 등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기억을 일깨우는 내용이 이 책에 들어있다.

 

 그 중 210을 읽어보았다. 아들만 셋을 낳은 유선진 작가가 서른여섯에 다시 넷째, 아들을 낳은 이야기를 다뤘다. 딸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날 내게도 딸이 있었으면하는 마음을 담았다. 딸일지도 모른다며 네 번째 아이를 낳기 권하셨지만 막상 아들이 태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뻐하는 시어머니와, 또 아들을 낳았다며 며느리 사이에서 외롭게 늙어갈 자식을 걱정하는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어 위트 있게 그려져 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양가 부모님의 온도차는 나도 느꼈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친정엄마는 예쁜 보석 태몽을 꾸며 딸인 것 같다고 좋아하셨고, 내가 태명을 사랑이라고 부르자 시어머니는 여자이름같다며 한마디 하셨다. 내심 손자를 바라신 모양이다. 아들을 낳자 시어머니는 아들보다 더 예뻐하셨고 친정엄마도 너무나 좋아하셨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지금도 엄마는 딸이 있어야 돼.” 라며 둘째를 갖기 권하신다. 이 책에도 딸을 갖고 싶어 했던 저자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엄마에게 둘도 없는 친구이자 막막할 때 같이 길을 찾는 해결사,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영원한 동지라고 묘사한다. 딸을 말이다.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로부터 단 한 번의 칭찬을 들은 적 없었지만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깨달은 건 출가 후였다고. 여동생마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나자 그 옛날 두 딸을 잃고(이 표현이 참 허망하다)’ 통곡했던 어머니의 울음을 들었던 것이다. 저자가 넷째를 출산할 즈음 시어머니는 밤중에나 낳겠구나라며 돌아가셨고, 친정어머니는 삼복 뙤약볕에서도 삼겹살을 삶아 가지고 오셨더랬다. 4.4kg의 아들을 출산하자 혹시 딸일지도 모르니 꼭 낳아야 한다던 시어머니의 얼굴엔 희색이 만연했고 친정어머니는 공연히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이 녀석들아, 이제 느 에미 죽게 생겼다. 말썽 피우지 말고 엄마 힘들게 하지마라.” 며 마음 아파하셨다. 두 어머니의 표정이 삽화에 실려 대조적이었다. 저자는 딸이 없지만 그래서 유익이 되는 것이, 며느리와의 관계라고 말했다. 딸이라는 조정 역할이 없으니 스스로 며느리와의 관계에 공을 들여야하니 자연히 소통이 원활하다고 말이다. 딸이 없는 시어머니에겐 며느리에 대한 귀중한 마음이 더 각별할 수밖에 없겠다.

 

  책은 어르신 이야기책답게 글밥도 제법 크고 삽화도 참 따뜻했다. 그림책, 짧은글, 중간글, 긴 글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 중 은 중간글에 속하였는데,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었다. 40권으로 제작된 시리즈는 이렇게 4단계로 구성되어 있어 어르신들의 독서와 인지수준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림책은 각 그림에 글이 딱 한 줄만 붙어있으니 가장 쉬운 책이라 하겠다. 또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단을 잘게 나누어 편집하는 출판사만의 배려가 돋보였다. 이번 책 은 아동, 청소년, 미술치료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남인희 화가께서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내가 이번 서평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 표지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내 마음을 움직여서다. 아이를 품은 만삭의 임산부가 너무 사랑스러워보였다. 과거의 내 모습 같기도 해서. 김영희, 임진수 화가께서도 책의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실제 현장에서 노인미술치료 경험이 있는 김영희 화가는 판화기법을 써서 어르신들의 회상 인지를 자극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유선진 작가님의 따뜻한 감성을 녹여 낸 이 책을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어르신들께 선물하고 싶다.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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