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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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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아침저녁으로 안양천을 지나가며 출퇴근을 한다. 그곳엔 수많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이 가득하다. 스프링클러에 온 몸을 적시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풀잎을 보면 내심 흐뭇하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정호승 시인이 이야기하듯 상처가 있다.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해 밟기도 하고, 일부러 이파리를 뜯어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각종 곤충과 바람에 할퀴어 풀잎도 모르는 사이 숭숭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녹슨 쇠처럼 결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엔 이런 작은 풀잎과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알아채지 못할 지라도 비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위태롭게 서있는 풀잎같이.
이 책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는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서로 공감해줄 수 있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대의 말로, 상대의 눈빛으로, 상대의 어떠한 행동으로 상처받고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 노래가삿말, 책, 명언, 시들을 삽입했다. <로또, 생각바꾸기>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도대체 당첨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친구들과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힘든 자신을 좀 보살펴 준다면 나에게도 행운이 올텐데라면서 말이다. “야~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디 한 두 분이겠냐? 네 아버지도 순서를 기다리셔야 할 거 아니야!” 이 말에 옥수수 튀어 오르듯 모두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하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불평도 생각을 바꾸면 여유의 불쏘시개가 된다. <긍정적인 밥>의 함민복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라고.
성경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는 말씀이 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신경망과 근육을 타고 오면서 솜털을 빳빳하게 일으켜 세울 정도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우린 다른 이를 정죄하기 전에 이 말씀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부언으로는 자기를 꾸짖고 다른 이를 용서하라는 ‘책기서인’을 기억할 것. 얼마 전에 복직원 서류를 내러 온 교원이 있었다. 서류 중 등본이 필요해서 다시 학교 근처 주민센터에 나갔다 오셨는데, 교감선생님이 점심 시간이 다 되도록 자리에 안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난 점심지도를 나가신 줄 알고 선생님께 서류 전달 해드릴 테니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5분이 지나고 교감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변선생님 안 오셨어요?” 라고 묻자 “아 방금 가셨어요. 서류는 놓고 가셨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교장님께 인사드리고 가야지~” 하면서 다시 오시라고 전화를 드리는 게 아닌가. 난 내 실수로 그 선생님을 이 더운 날 다시 학교로 돌아오시게 했고, 교장, 교감님의 점심식사는 그만큼 늦어졌다. 너무 죄송했다. 교감님은 어떤 실수나 잘못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이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분이었기에망정이지 아직도 세분께 죄송스럽다. 이렇듯 실수는 변명대신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된다. 나에게 더 엄격하고 남에게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자고 다시금 다짐했다.
이 산문집은 저자의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인생의 깨달음도 담담하게 서술해놓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