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게 아니라 유병한 거예요 - 우울증 극복 일기
장미교 지음, 류윤슬 그림 / 새벽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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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게 아니라 유병한 거예요

 



나는 잘 살고 싶어서 죽고 싶었다.’ 라는 역설적인 말이 공감되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래서 실천에 옮기기까지 한 사람들도 모두 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연예인 혹은 한다리 건너 지인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자세가 처절하리만큼 살고 싶어서였다는걸 말이다.

 

오늘 읽은 책 <유별난 게 아니라 유병한 거예요>은 저자의 우울증 극복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에세이 형식의 솔직담백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호르몬이 있다. 세로토닌, 멜라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등. 이러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울증은 자기 의지로 극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말해봤자 이해받기는커녕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 지레 겁먹고 우울증,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등을 감추며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짙고 강한 우리네 사회에서 저자는 말미에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저 비염약을 복용한다고 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도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고 하면 그 언급의 파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숨기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정신병도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는 질병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널리 퍼지면 그저 (마음의)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상처의 무게를 따지긴 어렵지만 자기혐오에 빠지기보단 타인의 상처를 재단하지도 말고 이해하긴 어려워도 무시하지는 말자는 말도 공감되었다. 그리고 특히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가깝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로 용기내서 사과하고 후회하고 고백하며 용서한다면 이 일련의 과정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었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을 좀 더 관찰하며 따뜻하게 대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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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예술이다
최혜순 지음 / 프로방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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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예술이다




 

책의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저자가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가셔서 더욱 신뢰가 갔다. 74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현재 손자녀를 두고 계신 교육심리의 산 증인이시다. 글 곳곳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와 더욱 좋았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근원은 그 재료가 되는 유전학, 신경학, 심리학 그리고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몸에 밴 어린 시절 등의 종합이기에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기혼자의 입장으로서 배우자를 생각해볼 때 그의 몸과 뇌에 배인 부모의 양육방식과 어린 시절은 서로 보듬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절대적으로 느꼈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정서 장애의 대부분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 방식(강압, 과보호, 방임 등)에서 시작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육아를 하며 명심해야 될 부분이라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내 인생은 내 생각의 결과> 챕터에서도 믿는 만큼 성장하는 로젠탈 효과나 긍정적인 믿음의 효과인 플라시보 효과를 언급하며 나 자신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근심과 걱정, 자기연민에 이어 탐욕과 열등감까지 유발하게 되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적어보는 것 또한 유익하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사고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밖에도 저자의 경험을 소개하며 검증된 연구결과나 지식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얽힌 삶을 예술이라는 말로 정리해주었다. 삶을 자신의 생명으로 알고 온 힘을 다해 살 때 삶의 예술이 되는 것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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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푸른숲 그림책 38
멜라니아 롱고 지음, 알레산드로 산나 그림, 이현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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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잠들기 전 언제나 아이들은 나에게 먼저 엄마, 사랑해!” 라고 고백한다. 그 말을 들은 난 세상을 다 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아이들은 시인이다. 생각지도 못한 기발하고 새로운 말로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아이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으면 엄마 눈동자 속에 자신이 들어있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달리기를 1등해서 엄마 뱃속에 들어와서 엄마를 만났다고 신나게 자랑하기도 한다. 밤에 불을 끄고 눕자고 하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보곤 흑백사진같다고 표현하는 우리 아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 읽은 책 <너에게>는 아이와 처음으로 교감한 대상인 엄마와의 특별한 사이를 이야기한 책이다. 풀잎이 첫 이슬 방울을 기다리듯이 엄마()는 오래도록 아이()를 꿈꾸어 왔다고 속삭인다. 아이와 나란히 누운 엄마는 마치 자신도 갓 태어난 아기처럼 된다고 느낀다. 그림책의 일러스트들이 너무 따뜻하고 감성적이라 마음이 포근해진다. 텅빈 하늘같은 내 마음에 아이의 생각이 빼곡이 들어차게 되듯이, 엄마에겐 아이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일상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만 보아도 사진첩엔 99%가 아이 사진이다. 보고 또 보아도 아깝고 보고싶은 우리 아이들.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때 새하얀 목화 향기가 난다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한창 아이 똥기저귀를 갈며 아이 엉덩이를 씻겨줄 때 코를 찌르는 응가냄새도 나에겐 향기로웠다면 사람들은 믿지 못할까? 수없이 엄마, 엄마!” 부르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아이는 마치 엄마의 귓속에 둥지라도 튼 듯 맴돌고 있다. 그림책이지만 글밥이 엄마의 애틋하고 지극한 마음이 담겨 마치 시어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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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리나 레텔리에르 지음, 엄혜숙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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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꽃수레 할머니가 살아요

 



어른의 차가운 시선이 아이들의 마음을 냉소적으로 얼게 하진 않는지 되돌아본다. 우리와 다른 이들을 보면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말을 섞지 않거나 또는 음해하거나 억측하거나 아예 무관심하진 않았는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만큼 각박해진 현대 사회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다.

 

오늘 읽은 책엔 꽃수레 할머니가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꽃을 수레에 한가득 싣고 동네를 한바퀴 도는 그 할머니를 못마땅해한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식물로 변해버린다는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시선을 거두고 선입견을 심어준다. 하지만 주인공인 옆집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소처럼 밖을 내다보며 꽃수레 할머니를 보려던 소녀는 일주일이 넘도록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제정신이 아니라 산책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하지만 소녀는 역시 그 말을 믿지 않고 남몰해 할머니의 집을 들어가본다. 집안엔 안 계시는게 확실했고 꽃과 풀이 무성한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데이지와 튤립 사이를 헤치고 애쓰며 앞으로 나아갔더니... 꽃잎을 활짝 피운 꽃처럼 해를 향해 웃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꽃수레 할머니는 자신이 가꾼 꽃들 사이에서 예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소외되었기에 그 누구도 할머니가 그 곳에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부재와 공허함을 느낀 소녀만이 꽃수레 할머니를 찾았다.

 

우리 주변에도 놓치고 있는 존재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처럼 그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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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숨겼을까? - 황인원의 질문의 시
황인원 지음 / 넌참예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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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숨겼을까?




 

수년 전에 하상욱 시인의 <시 밤>이나 <서울 시>와 같은 시집을 읽고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짧은 한두줄짜리 단편시지만 피식 웃음이 나고 여운이 깊게 남았었다. 시는 발상의 전환을 이끌고 일상의 소재를 새롭게 관찰하는 눈을 길러준다. 잡다하게 떠오르는 잡념을 뛰어넘어 어떤 대상을 향해 의도적으로 행하는 정신활동, 생각을 하기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 사유의 결론은 질문을 낳고 그 질문에 대답하고자 호기심과 감성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늘 보게 된 질문의 시 <무엇을 숨겼을까?>는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읽고 시적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고 독자로 하여금 직접 대답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비워두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주는 이 책의 질문에 답해보면서 나를 둘러싼 관점이 얼마나 비루하고 틀에 박혔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열매는 하늘을 날 생각을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문장에서 누군가는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기도 했을테지만 시적으론 열매가 되어 열매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말이 글이 되면 피부가 고와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아무래도 머리와 손을 거쳐 나오는 글이 말보단 한풀 정제되기에 그것이 고와지는게 아닐까. 물론 글이라고 모두 부드럽진 않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문학이나 언론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위대하거나 폭력적이기도 하니 말이다.

 

<책상 위에 있는 연필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옆에 있는 다른 연필과 무슨 얘기를 할까? 어떤 생각을 메모하면 연필도 그것을 기억할까?> 라는 세 줄의 질문 속에서 의인화된 연필이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림책을 내맘대로 상상해보았다. 충분히 아동도서로 나올 법하다. 특히 마지막 한줄, 어떤 생각을 메모하면 연필도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니 무엇이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만 메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구마저 그것을 기억한다면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나 자신에 대한 자책, 불안과 슬픔마저 공유하는 것이 되어 판도라의 상자같은 요물이 될테니까.

 

저자 황인원님의 질문의 시를 통해 사유를 넓혀보고 사물과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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