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숨겼을까? - 황인원의 질문의 시
황인원 지음 / 넌참예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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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숨겼을까?




 

수년 전에 하상욱 시인의 <시 밤>이나 <서울 시>와 같은 시집을 읽고 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짧은 한두줄짜리 단편시지만 피식 웃음이 나고 여운이 깊게 남았었다. 시는 발상의 전환을 이끌고 일상의 소재를 새롭게 관찰하는 눈을 길러준다. 잡다하게 떠오르는 잡념을 뛰어넘어 어떤 대상을 향해 의도적으로 행하는 정신활동, 생각을 하기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 사유의 결론은 질문을 낳고 그 질문에 대답하고자 호기심과 감성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늘 보게 된 질문의 시 <무엇을 숨겼을까?>는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읽고 시적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고 독자로 하여금 직접 대답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비워두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주는 이 책의 질문에 답해보면서 나를 둘러싼 관점이 얼마나 비루하고 틀에 박혔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열매는 하늘을 날 생각을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라는 문장에서 누군가는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기도 했을테지만 시적으론 열매가 되어 열매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말이 글이 되면 피부가 고와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아무래도 머리와 손을 거쳐 나오는 글이 말보단 한풀 정제되기에 그것이 고와지는게 아닐까. 물론 글이라고 모두 부드럽진 않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문학이나 언론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위대하거나 폭력적이기도 하니 말이다.

 

<책상 위에 있는 연필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옆에 있는 다른 연필과 무슨 얘기를 할까? 어떤 생각을 메모하면 연필도 그것을 기억할까?> 라는 세 줄의 질문 속에서 의인화된 연필이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림책을 내맘대로 상상해보았다. 충분히 아동도서로 나올 법하다. 특히 마지막 한줄, 어떤 생각을 메모하면 연필도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니 무엇이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만 메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구마저 그것을 기억한다면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나 자신에 대한 자책, 불안과 슬픔마저 공유하는 것이 되어 판도라의 상자같은 요물이 될테니까.

 

저자 황인원님의 질문의 시를 통해 사유를 넓혀보고 사물과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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