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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발터 브레너.루퍼트 슈타들러 지음, 장용원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나타나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당 한 차선에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 수가 최대 500%로 증가한다고 한다. 바쁜 아침 어마어마한 러시아워를 뚫고 출근하는 나로서는, 이 시간만큼은 정말 모든 차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게 된다. 차들이 많은 시간에만 주로 운전을 하다 보니 연비가 정말 안 나오는데 자율주행차는 환경에 따라 연비를 50% 이상 향상할 수 있으며 연료 소모량과 배기가스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으니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주차료나 보험료, 연료비 등의 유지비가 감소되며 운전 부주의 등으로 인한 사고를 차단할 수 있는 등 정말 매력적인 이점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장점이 있어도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단점이 있다면 무조건 '좋다'라고 말하기 망설여진다. 자율주행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위의 장점들은 우리에게 경제적 이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해킹으로 인한 부차적인 문제 (테러나 위치 노출, 기계적 결함 및 오류로 인한 사고)는 경제적 이점보다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 십, 몇 백 배의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자율주행」의 저자인 안드레아스 헤르만은 아우디 시장연구소 소장이며, 벤츠, BMW, 폭스바겐, 포르쉐 등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루퍼트 슈타들러는 심지어 전 아우디 회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관해 자동차 업계에 편에 선 다소 편파적인 입장에서 쓴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It's not a big deal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P.95를 보면 '자율주행차에 대한 의구심이나 걱정, 두려움은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는 시간, 공간, 에너지, 돈을 절약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너희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것 봐. 이렇게 좋은 것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니까?"라는 느낌이랄까.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첫 번째 사망 사고는 2016년 5월에 일어났다. (P.274)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용화는 시기 상조다, 자율주행이 되더라도 운전자가 어느 때고 운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차 소유주일까? 아님 자동차 회사일까? 차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는데 예측 불가의 사고가 났으니 너무 억울할 것 같고, 자동차 회사에 묻는다면 수많은 사고로 인한 책임으로 골머리를 앓을 듯싶다.
「자율주행」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성패는 '보안'과 '안전'에 달려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워질 때, 자율주행 자동차는 그야말로 인간의 삶의 질을 고차원적으로 높여줄 센세이션 한 사건이 될 것이다.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큰 위험을 안고 있는 자율주행. 기차나 비행기, 인터넷과 같이 인간의 삶을 한층 더 편하게 해주는 것들은 이러한 우려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해 왔다. 현재 우리는 기차나 비행기를 목숨을 담보로 타지 않으며 인터넷도 아주 편리하고 쉽게 이용하고 있다. 먼 훗날, 자율주행 자동차도 이와 같아지지 않을까.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면 우리나라처럼 광대역 통신망이 잘 구축되어 있는 나라가 자율주행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해본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자동차 운전을 즐기며, 운전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가끔 길을 잘 못 들다가 뜻밖의 장소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자율 주행이 줄 수 없는 행복이다. 자율주행이 언제 보편화될지 모르지만 그전까진 오너드라이버로서 재미있게 운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