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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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는 일본 작가의 만화로 연재 사이트에서 누계 5백만 뷰를 돌파하며 화재를 모았다고 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너무 그로테스크하고 요상해서 '과연 일본이다...' 싶었다. 또 어떤 기괴한 이야기를 다룬 책일까 싶었지만 제목과는 다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꽤나 뭉클한 스토리여서 놀랐다가 왜 책 제목이 '유골을 먹고 싶었다'였는지 이해되면서 어머니를 떠나보낸 작가의 슬픔과 회한에 공감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책 구성이 일본 책과 마찬가지로 읽는 방향이 반대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뒤에서부터 앞으로 읽는 구성인데 일본 만화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의도였는지 궁금해진다.

  주인공이자 작가인 미야가와 사토시는 어머니가 긴 암 투병 끝에 죽음을 맞이하고 화장터에서 화장 후 남은 유골을 일부라도 가져가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의 유골 일부를 자신 몸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뼈가 온전히 한곳에 있어야 좋은 곳으로 간다는 형의 강한 주장으로 실행에 옮기진 못 했다.
처음엔 이기적이고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형이 원망스러웠지만 시간이 흘러 형의 진심을 알게 되고 혼자 남게 된 아버지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면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있음을 이해한다. 이 일련의 사건이 주인공이자 작가에게 얼마나 큰 계기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그 후 도쿄로 이사하고 만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죽음이 있으면 탄생도 있고, 슬픔은 잠시지만 다시 꿋꿋하게 살아가야 할 삶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만화책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와 함게 운 좋게 편집자님과 마케팅 담당자님의 글도 함께 받아볼 수 있었다.
편집자님은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홍보팀 이 대리님은 눈물을 한 바가지 쏟으면서 강력 추천을 했고 박 대리님은 아직은 이 책을 펼쳐 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 세 분의 반응 중 하나가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 영화 물랑루즈의 the show must go on처럼 말이다.
하지만 분명 그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깊은 사람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채로워질 것이며 사랑을 원 없이 베풀 수 있다는 용기도 얻게 될 것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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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이퀘이션 - 미라클 모닝 그 후, 지속 가능한 기적의 공식
할 엘로드 지음, 김잔디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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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작심삼일이군."하는 것이다.
새해에 계획했던 목표나 다짐을 한 달 후쯤에 다시 펼쳐보면 '내가 이런 목표를 세웠나?'싶을 정도로 낯설기만 하다. '새해', '시작'이 주는 설렘과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다. 이쯤 되면 작심삼일은 하나의 공식이자 과학이다. 인간의 회귀본능이랄까.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가고자 하려는 욕구가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더 커서 왜 항상 좌절과 다짐을 반복하게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갖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아마도 달성하지 못할 때 따라오는 심적 스트레스와 자책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더하여 어떻게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학창시절엔 중간고사, 기말고사라는 눈앞에 보이는 데드라인이 있었기에 그에 맞게 단기 목표를 세워 공부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이라는 정말로 중요한 것들 앞에선 어떤 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중이다.
목표를 세웠다면 무조건 달성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우리가 작심삼일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미라클 이퀘이션」은 '목표를 세우는 목적은 목표 달성 자체가 아니다. 진짜 목적은 구체적인 목표의 달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발전하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이루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든 힘을 마지막 순간까지 쏟아부으면서 -결과와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고방식과 태도가 발전하고, 앞으로 평생 더욱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과 미라클 이퀘이션 그리고 미라클 모닝 다이어를 통해 본 성공과 기적의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저 내면을 충만하게 만들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원하는 바를 제대로 설정한 후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 그것뿐이다.
nn년의 순탄하고 평범한 삶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려는 회귀본능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10분씩 내면의 평화를 찾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 인생을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면 기적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이 책들을 통해 깨닫는다.
그동안 수많은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저 사람은 타고난 DNA가 달라.'라고 생각하며 큰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면 우선 「미라클 모닝」과  「미라클 이퀘이션」으로 마음을 단련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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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꽃의 불꽃 튀는 성인식 - 성(性) 상식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뻗쳐서 쓴
김불꽃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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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교육 책인데 엄청 웃긴다. 엄청 발라당 까진 동네 백수가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성교육 책 말고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과감하고 친근한 책 한 권은 있어줘야지. 끄덕끄덕!

역시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릴 정도로 따다다 쏴붙이면서도 옳은 말만 한다. 반박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네이버 지식인을 필두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십대들은 두말할 것 없고 20, 30대들도 성에 대한 개념이 정말 부족하구나 탄식하게 된다. 아마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무지와 안일함으로 각종 성범죄나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내가 십 대 때만 해도 학교에서 일 년에 한 번 만 성교육을 했었는데 양호선생님이 반에 들어와 비디오를 보여주던 게 거의 전부였다. 선생님도 민망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더 부끄러워했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성교육이 얼마나 질 떨어지고 후진적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의 성교육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만 봐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때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진지한 훈계와 교육도 중요하지만 「김불꽃의 불꽃튀는 성인식」처럼 솔직하고 거침없는 정보 전달이 진실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생리, 몽정과 같은 이차 성징과 피임, 성관계, 너무나도 미화되어 있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범죄 (성폭행, 약물 강간, 성매매, 몰카,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 그리고 잘 못 알고 있는 성상식 오류에 대해 아동, 청소년, 부모의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나오는 초등학생들을 보면, 고학년은 나보다 더 큰 애들도 엄청 많다. 화장도 하고 옷도 어른들처럼 입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밖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어진 요즘이다. 라떼는 말이지.. 초등학생이면 초딩 티가 팍팍 나고 중딩, 고딩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성교육의 질과 양도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

무지에서 오는 소소한 사고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이 한 짓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른 못지않은 잔혹성을 보이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김불꽃의 불꽃튀는 성인식」은 우리에게 이런 문제와 교육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최근 한 유치원에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게 유사 성행위를 한 게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더 놀라운 것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 자녀의 부모를 모함하는 가해자 부모의 태도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내가 지금 뭘 보고 들은 건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내 자식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쩜 이렇게 감싸고만 들 수 있는지, 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인지 경악스럽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또 아이의 부모가 된다. 어른들의 올바른 성 인식과 타인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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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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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교수님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법을 깊이 이해해야 하며 라틴어는 물론 기타 유럽어를 잘 구사해야 하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해도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 비율은 5~6%에 불과한데 그런 확률로 변호사가 된 사람 중 한 명이 한동일 교수님인 것이다.

이 책은 귀국 후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 24명으로 진행한 강의가 수업 평가를 좋게 받고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신문에도 실리게 됐고 일반 청강생까지 받으며 큰 여운을 남긴 강의를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나게 돼 정말 행운인 것과 동시에 아직도 이렇게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다는 것 자체에 큰 감동을 받았다.


「라틴어 수업」에는 다양한 라틴어 문장들과 대화, 문법들이 등장한다. 또 꽤 많은 영어의 어원이나 유래가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라틴어가 왜 신들의 언어라 불렸고 왜 죽은 언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가 됐다. 지시대명사 this 하나도 단수, 복수, 남성, 여성, 중성, 주격, 속격, 여격, 대격, 탈격 등으로 나뉘어 30가지를 외워야 하고 상황에 맞에 활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문법적으로 너무 치밀하고 완벽한 게 단점이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며 심지어 라틴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걸 보면 라틴어를 통해 많은 것을 꿰뚫고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란 짐작을 해본다. 이런 학문을 공부한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겸손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성경이나 옛 지식인들이 라틴어로 한 말 또는 글을 풀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웃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위로와 격려입니다. 희망과 기쁜 일보다 절망과 고통스러운 일이 많을수록 그러한 자기 긍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런 자신에게 웃어주듯이 또 다른 타인에게도 웃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자,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힘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내가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이 단순한 말 한마디를 생각합니다.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어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틴어 수업> 中 P.274

자칫 뻔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누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진심'인지 '빈말'인지는 아이들도 느낄 수 있다. 「라틴어 수업」을 읽으면서 한동일 교수님의 개인사에서 큰 위로를 받기도 했고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으며 용기와 나 자신을 용서하는 아량을 배웠다. 아마 실제로 수업을 들은 학생은 한 학기 동안 이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틈틈이 읽은 문장 문장이 이렇게 울림이 큰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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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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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아파트에 갇히게 된 이후, 상하이 사람들은 고립의 병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 단절의 총체적 징후인 노인 방치 현상이 너무 심각해져, 정부가 최근에 그것을 처벌 가능한 범죄로 선언했을 정도다. 정부의 교육 올림픽에서 낙오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범죄도 늘었다. 고립된 환경은 또한 우울증, 그리고 새로 지어진 깨끗한 고층 빌딩 단지의 자살률 증가를 낳았다. 이는 금기의 주제였지만 마침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상하이에서 세대 간 단절 징후, 청소년 범죄, 성인 아노미 현상은 안정된 이웃 관계를 빼앗긴 그 도시 토박이 가정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짓기와 거주하기> 中 P.167

 위의 글은 1900년대 이후의 상하이 도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너무 자명하다. 「짓기와 거주하기」는 '도시란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생기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이라는 키워드가 핵심인데 '열린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열린' 관계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관계, 정보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고 소통하고 교류하는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공간과 인간만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 자연과 인간, 타자와 나 등 모든 상대적 관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이 가능한 관계, 그럼으로써 스스로 변화 가능하며, 외부의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관계다. 열려 있다는 것은 이상한 것, 궁금한 것, 미지의 것, 가능성을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P.456)

우리나라 곳곳에서 한창 재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낙후된 건물들을 밀어내고 아파트, 빌딩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올리고 있어 요즘엔 다른 도시를 가도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름없음에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재개발로 인한 장단점이 우리나라 경제, 사회에 고루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인간을 위한 도시사회학의 중요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짓기와 거주하기」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도시와 주거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중 당연 눈에 띄는 곳이 바로 '송도신도시'다. 송도는 미래 고부가 가치 정보 산업과 무역, 금융, 기술 업무들이 이루어질 국제 비즈니스 타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주거 도시로 생활에서 교통, 산업, 정보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첨단 복합 기능 도시를 목표로 건설되었다. (출처: 지식백과) 저자는 이런 송도를 보고 스마트 시티는 '왜 그것이 거주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효과를 내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윤리적 차원의 문제도 지적하는데 예를 들어 A에서 B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를 안내함으로써 여행 중 만나는 타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삶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경험을 방해하는 등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폐쇄적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꼭 그래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스마트 시티에 살면 확실히 편하고 신경 쓸 거리가 적어진다. 하지만 이런 간편함에서 오는 폐쇄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인간미 없는 도시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기능만을 강조한 스마트 시티로 인해 동네 사람들과 친분 쌓기도 힘들고 심지어 옆집 주민 얼굴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요즘, 사람들과 복닥거리며 재미있게 살던 옛날이 때로는 그립기도 하다. 우리의 도시 계획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걸까.

「짓기와 거주하기」를 읽는 동안 저자의 지적 깊이에 여러 번 놀랐다.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수많은 의문점을 갖기도 했다. 도시계획자들과 기업인들이 '살 만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엇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가.'를 윤리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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