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교수님은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다.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법을 깊이 이해해야 하며 라틴어는 물론 기타 유럽어를 잘 구사해야 하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사법연수원 3년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해도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 비율은 5~6%에 불과한데 그런 확률로 변호사가 된 사람 중 한 명이 한동일 교수님인 것이다.

이 책은 귀국 후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 24명으로 진행한 강의가 수업 평가를 좋게 받고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신문에도 실리게 됐고 일반 청강생까지 받으며 큰 여운을 남긴 강의를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나게 돼 정말 행운인 것과 동시에 아직도 이렇게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다는 것 자체에 큰 감동을 받았다.


「라틴어 수업」에는 다양한 라틴어 문장들과 대화, 문법들이 등장한다. 또 꽤 많은 영어의 어원이나 유래가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라틴어가 왜 신들의 언어라 불렸고 왜 죽은 언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가 됐다. 지시대명사 this 하나도 단수, 복수, 남성, 여성, 중성, 주격, 속격, 여격, 대격, 탈격 등으로 나뉘어 30가지를 외워야 하고 상황에 맞에 활용해야 하는데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문법적으로 너무 치밀하고 완벽한 게 단점이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며 심지어 라틴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걸 보면 라틴어를 통해 많은 것을 꿰뚫고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란 짐작을 해본다. 이런 학문을 공부한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겸손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성경이나 옛 지식인들이 라틴어로 한 말 또는 글을 풀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웃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위로와 격려입니다. 희망과 기쁜 일보다 절망과 고통스러운 일이 많을수록 그러한 자기 긍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런 자신에게 웃어주듯이 또 다른 타인에게도 웃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자,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힘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내가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그런 힘이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이 단순한 말 한마디를 생각합니다.
Hoc quoque transibit! (혹 쿠어퀘 트란시비트!)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틴어 수업> 中 P.274

자칫 뻔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누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진심'인지 '빈말'인지는 아이들도 느낄 수 있다. 「라틴어 수업」을 읽으면서 한동일 교수님의 개인사에서 큰 위로를 받기도 했고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으며 용기와 나 자신을 용서하는 아량을 배웠다. 아마 실제로 수업을 들은 학생은 한 학기 동안 이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틈틈이 읽은 문장 문장이 이렇게 울림이 큰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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