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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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인간실격>을 반이나 읽었던가.

뭐 이런 괴상한 책이 다 있어? 읽을수록 기분 나쁜 소설이다.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기도 그만 두었었다. 대학생 때 지인에게 또다시 추천받아 읽었다가 역시나 완독에 실패. 우울할 때 읽으면 제대로 우울해지겠고만 싶었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네 번의 자살 실패를 거쳐 다섯 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30대인 지금, 나는 다시 <인간실격>을 손에 들었다. 완독에 성공했고 작가와 주인공 요조의 삶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삶도,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연민과 자기 비하를 숨기고 방어기제로 익살을 택한 요조에게 타인은 지옥이었다. 어쩌면 본인이 지옥이었을 수도.

 언젠가 태아도 흡사 자살처럼 보이는, 살고자 하는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기였을 때부터 삶의 의욕을 보이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 요조가 딱 이런 류의 사람이지 않을까. 

자전적 소설이라 읽으면서 조금 무서웠고 많이 우울했지만 그런게 진짜 이 책의 매력이다. 어릴적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볼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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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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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이토록 멀리까지 왔는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다른 영장류는 여전히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P.63)


 인간과 98.7%의 DNA를 공유하는 보노보.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고 다정한 이 동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구를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게 파란 행성과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에겐 더없이 큰 불행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파괴하고 없애고 망가뜨리는 게 이 땅에 태어나고 존재하는 이유인 것처럼 구는 인간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이타적인 보노보를 통해 다시금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보노보 핸드셰이크>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정인경 작가와 김혼비 작가처럼 정말로 '폭소했다가 고통스러웠다가 지적으로 충만했다가 가슴 졸였다가 펑펑 우느라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란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결국 운명이 던진 주사위가 데굴데굴 굴러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어느 가정에서든 태어날 수 있다면, 그리고 각각의 확률을 따져본다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보노보에게는 배고픔도 폭력도 빈곤도 거의 없다. 우리에게 뛰어난 지능과 찬란한 문명이 있지만, 보노보에게는 어느 소유물보다 가장 귀중한 것이 있다. 바로 평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노보가 중요하다. 전쟁 없는 세상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침팬지한테서 배울 만큼 배웠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살아 있는 또 다른 친척,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삶을 영위하는 그 친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방인처럼 쌀쌀맞게 대하고 있다. 우리가 보노보를 잃는다면 보노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영영 배울 수 없을 것이다.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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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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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의 대사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전 세계 7개 주요 이슈에 대한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과 설명이 담긴 대형 화보집인 <저항의 예술>을 보며 조태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항의 시작을 생각해 봤다.

당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던 그 '문제들'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어떤 반발이 생겼고 어떤 희생이 뒤따랐으며 오늘날 어떻게 그것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하니 나는 모든것에, 많은 사람들에 빚을 지고 있었다.

 모든 저항은 숭고하며 아름답다.


 지금은 어떤 문제들이 당연시 되고 있을까, 앞으로 떠오를 문제, 저항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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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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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착지의 흙먼지 아래 파묻힌 채 잊힌 도시

끝없이 변화하는 강과 바다가 풍경을 바꾸어놓은 곳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소들


 한때는 번영했을 문명과 사회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밟고 있는 이 땅이 아스라이 사라졌을 때를 상상해 본다.

천재지변 때문일 수도, 인간의 욕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후자일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공룡시대가 멸망한 이유와는 달리

인간시대가 멸망하는 건 인간 때문일 것이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톺아보다 살짝은 인류애가 더 사라졌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 다시 희망을 걸어봐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난 아직도 보라카이 섬의 오색찬란한 열대어들을 잊지 못하는데

바다 한 가운데서 봤던 석양을 잊을 수 없는데

유럽의 벅차오르던 자연과

제주도에서 봤던 무지개들과 

집 앞을 산책하며 들이마시는 숲의 싱그러움을 

오래오래 경험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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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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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노랜드>란 천선란 작가를 확신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정말 빠져서 읽은 책이기도 하고 외로움과 쓸쓸함, 저릿한 감정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간 독서가 오랜만이라 아주 좋았다.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열 개의 이야기.

 무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이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 뿐인데 이 곳 마저도 억지로 떠밀리듯 떠나야만 할 때 이런 막막함과 서글픔과 외로움과 아련한 기분이지 않을까. 


 정말 언젠가 네가 그렇게 끄트머리이자 시작점인 곳에 서게 된다면 네가 믿는 것을 잃지 않기를 바라. 네가 믿고 있는 것이 답이야. 그걸 잃지 마. 가끔은 진실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니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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