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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평점 :
고등학생 때 <인간실격>을 반이나 읽었던가.
뭐 이런 괴상한 책이 다 있어? 읽을수록 기분 나쁜 소설이다.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기도 그만 두었었다. 대학생 때 지인에게 또다시 추천받아 읽었다가 역시나 완독에 실패. 우울할 때 읽으면 제대로 우울해지겠고만 싶었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네 번의 자살 실패를 거쳐 다섯 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30대인 지금, 나는 다시 <인간실격>을 손에 들었다. 완독에 성공했고 작가와 주인공 요조의 삶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삶도,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연민과 자기 비하를 숨기고 방어기제로 익살을 택한 요조에게 타인은 지옥이었다. 어쩌면 본인이 지옥이었을 수도.
언젠가 태아도 흡사 자살처럼 보이는, 살고자 하는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기였을 때부터 삶의 의욕을 보이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 요조가 딱 이런 류의 사람이지 않을까.
자전적 소설이라 읽으면서 조금 무서웠고 많이 우울했지만 그런게 진짜 이 책의 매력이다. 어릴적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볼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