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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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말미에 작가는 말한다.
'난 이제 외계인이 준 교훈대로, 아니 이 모든 이야기가 내게 가르쳐 준 대로 그 모든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 동안 내가 믿어야 했던 것은, 반드시 찾아올 '끝'이 아니라 그 모든 지금, 바로 이 '순간'들이었다는 것도.' 라고.
<순간을 믿어요>라는 제목에 더없이 어울리는 마무리이자 메시지였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읽으며 이 중년 아저씨의 인생 한자락을 감정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여다 본 기분이 들어 왠지 짠하고 뭉클해진다고 기록했었다. 이번 산문집은 그보다는 좀더 가볍게 읽었고 '이 아저씨가 어떻게 또 관계를 맺고 사람에, 사랑에 빠져드나' 관찰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인생은 소설이 아니어서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의미를 갖거나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며,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그저 그렇게 흐지부지되는 일 또한 현실에서는 너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내겐 조금 낯선 기승전결의 책이었지만 인생이랑 닮아있단 생각에 또 한 번 감탄했고 나는 이석원 작가의 다음 작품도 무조건 읽겠구나, 기분 좋은 예감을 했다.

글은 그 사람의 거울이다.
그래서 누군가 쓴 한 줄의 문장은 그 자신의 많은 것을 세상에 드러낸다. 성격, 기질, 지식 정도,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그저 한 줄이면, 어떤 사람이든 꽤나 많은 부분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P.29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 불시착해 피어나는 것.
누군가 물을 주고 돌봐 주지 않아도
기어이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
마음.
P.79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세계는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 또 기질과 환경 등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진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 성인이 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에 찌들거나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혼자서도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해서, 나보다 풍요로운 관계를 누리며 살아온 이들의 삶이 나의 삶과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P.101

사랑이란
둘이 비슷하게 시작할 수는 있어도
동시에 끝낼 수는 없는 법.
그게 이 행위의 문제라면 가장 큰 문제다.
P.146

사람은 사람과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는가보다 어떤 시간을 쌓아 가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니까.
P.159

인연은 우연이 아닌
노력과 표현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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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사랑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오늘의 공간으로
CSLV EDITION 지음 / 시공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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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엄마가 잡지 몇 권을 구독해서 읽으셨다. 그 때는 소비를 조장하는 잡지를 왜 읽나 싶었는데 이번에 까사리빙을 읽으면서 아, 이래서 잡지를 구독하는구나 싶었달까. 책과는 또다른, TV나 인터넷 세상과는 또 다른 재미와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검색을 하고 싶어도 모르면 제대로 서칭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이것 저것 많이 알지만 얕게 아는, 깊이 없는 지식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최근 나의 관심사인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까사리빙 잡지와 <오늘, 우리가 사랑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미드센추리 모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내가 눈여겨 보고 있던 인스타그래머의 집이 <오늘, 우리가 사랑하는 미드센추리 모던>에 소개되어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더 깊고 자세한 인테리어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지금은 어지럽히는게 일인 아이를 키우고 있어 집 꾸미기를 잠시 보류하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 이렇게 예쁘고 실용적인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로 집을 꾸밀 날이 오겠지!!


 가보고 싶은 쇼룸도 엄청 많이 생겼다. 취향 기반의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브랜딩과 경험이 강조되고 리테일테인먼트가 주목받는 요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독창적인 공간이 많아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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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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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인간실격>을 반이나 읽었던가.

뭐 이런 괴상한 책이 다 있어? 읽을수록 기분 나쁜 소설이다.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읽기도 그만 두었었다. 대학생 때 지인에게 또다시 추천받아 읽었다가 역시나 완독에 실패. 우울할 때 읽으면 제대로 우울해지겠고만 싶었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네 번의 자살 실패를 거쳐 다섯 번째 시도에서 성공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 할 수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30대인 지금, 나는 다시 <인간실격>을 손에 들었다. 완독에 성공했고 작가와 주인공 요조의 삶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삶도,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연민과 자기 비하를 숨기고 방어기제로 익살을 택한 요조에게 타인은 지옥이었다. 어쩌면 본인이 지옥이었을 수도.

 언젠가 태아도 흡사 자살처럼 보이는, 살고자 하는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기였을 때부터 삶의 의욕을 보이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 요조가 딱 이런 류의 사람이지 않을까. 

자전적 소설이라 읽으면서 조금 무서웠고 많이 우울했지만 그런게 진짜 이 책의 매력이다. 어릴적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볼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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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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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이토록 멀리까지 왔는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다른 영장류는 여전히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P.63)


 인간과 98.7%의 DNA를 공유하는 보노보.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고 다정한 이 동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구를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게 파란 행성과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에겐 더없이 큰 불행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파괴하고 없애고 망가뜨리는 게 이 땅에 태어나고 존재하는 이유인 것처럼 구는 인간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이타적인 보노보를 통해 다시금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보노보 핸드셰이크>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정인경 작가와 김혼비 작가처럼 정말로 '폭소했다가 고통스러웠다가 지적으로 충만했다가 가슴 졸였다가 펑펑 우느라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란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결국 운명이 던진 주사위가 데굴데굴 굴러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어느 가정에서든 태어날 수 있다면, 그리고 각각의 확률을 따져본다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보노보에게는 배고픔도 폭력도 빈곤도 거의 없다. 우리에게 뛰어난 지능과 찬란한 문명이 있지만, 보노보에게는 어느 소유물보다 가장 귀중한 것이 있다. 바로 평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노보가 중요하다. 전쟁 없는 세상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침팬지한테서 배울 만큼 배웠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살아 있는 또 다른 친척,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삶을 영위하는 그 친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방인처럼 쌀쌀맞게 대하고 있다. 우리가 보노보를 잃는다면 보노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영영 배울 수 없을 것이다.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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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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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의 대사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전 세계 7개 주요 이슈에 대한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과 설명이 담긴 대형 화보집인 <저항의 예술>을 보며 조태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항의 시작을 생각해 봤다.

당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던 그 '문제들'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어떤 반발이 생겼고 어떤 희생이 뒤따랐으며 오늘날 어떻게 그것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하니 나는 모든것에, 많은 사람들에 빚을 지고 있었다.

 모든 저항은 숭고하며 아름답다.


 지금은 어떤 문제들이 당연시 되고 있을까, 앞으로 떠오를 문제, 저항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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