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쩌는 커리어우먼인 여주는 한 마디로 쌈닭 그 잡채네요. 물론 당연히 경우 없는 심통꾸러기가 아니라 화 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제 할 말을 다 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시원시원한 캐릭터죠. 이 짱 센 언니가 오랜만에 재회한 초딩 시절 첫사랑 남주에게 직진하다가 무시당하고 직진하다가 거부당하는 도돌이가 전반부의 내용이었는데요. 처음엔 솔직히 이 도돌이가 약간 지루하기도 했고 여주와 남주를 이해하지 못했거든요.하지만 곧 그들의 답답한 행동이 잔인한 과거의 상처에 기인함을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단단한 껍질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남주는 물론이고 마냥 거침없고 씩씩해 보였던 여주마저 옛날의 악몽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도요.개인적으로 현로에서 이렇게까지 안쓰러운 주인공들은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것 같아요. 특히 남주의 서사는 너무너무 애처로웠네요ㅠㅜㅠㅜ그리고 빌런이 진짜 무서웠어요. 이 빌런 또한 어떤 점에서는 안타까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악랄해질 수 있었는지 정말 흥미로운 캐릭터였네요. 더욱이 이 빌런은 절망 가운데에서도 희망과 온기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반면교사이기도 했네요.
여주가 진짜 매력적으로 그려졌네요. 학교에서 교복 치마 안에 항상 속바지를 챙겨 입고 우하하하 우다다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전형적인(?) 여고생 그 잡채라서 너무 귀여웠어요. 10분 동안 매점 주파와 빵 우유 흡입을 완벽하게 해치우는 여고생의 먹성 그 이상을 보여주기도 하고요.그런데 여주의 먹성이 너무너무너무 좋은 탓에 조금씩 조금씩 위화감이 싹트기 시작하네요. 더불어 무림세계를 활보하는 대한민국의 여고생? 여대생?인 듯한 여주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증이 커지고요. 그리고 독자를 사로잡는 궁금증이 결국 여주의 슬픈 사연으로 연결되는 절묘함에 이마를 치게 되네요.산만 부산함과 수다의 인간화인 여주와는 정반대로 남주는 모든 동작과 말을 최소한으로 줄여 하는 무림의 초고수네요. 활발하고 말 많은 여주에 비해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기에 자칫 남주가 묻힐 수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능력 완전 쩌는 남주는 여주 못지 않은 매력을 돋보이네요. 덤덤하게 격렬히 질투한다거나 플레이(?)를 꽤 좋아한다거나… 흠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비한 존재를 작가님이 아주 설득력 있게 생생하게 묘사해주셔서 감탄했네요.주인공들 외에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해서 좋았어요. 무협 세계관도 절대 허술하지 않아서 개연성 넘쳤고요. 여기에 설화적인 존재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설정 또한 흥미진진했네요.정말 재미있었어요!!!ㅠㅜㅠㅜ
여타 회귀 클리셰와는 다르게 이 이야기의 여주는 백작가의 막내 딸이자 후작 부인으로서 평온한 일생을 보냈죠. 다만 선천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는데요. 하지만 요절이라는 제 운명을 일찌감치 받아들였기에 여주는 평온하게 사랑하는 어린 딸과 존경하는 남편을 떠날 수 있었죠.이렇게 제 삶에 그 어떤 한도 미련도 남기지 않은 여주가 결혼식 당일로 회귀한 거예요. 왜 회귀했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여주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하네요.이는 가족들과 남편의 감정과 행동이 이전 생에서 여주가 기억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기에 생기는 위화감이었죠. 그리고 그런 만큼 여주는 다른 사람들 특히 남편의 감정과 행동에 이전 생에서보다 더욱 집중하게 되었죠.여주의 변화는 당연히 남주 즉 남편에게도 영향을 끼쳤죠. 주인공들의 변화의 상호작용이라는 폭풍의 눈 안에서 아주 잔잔하게 이 둘의 감정은 존중에서 사랑으로 서서히 짙어지는데요. 이 잔잔한 과정이 너무나 섬세하고 달달해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네요.회귀 클리셰를 이렇게 잔잔하고 평화롭게도 풀어낼 수 있는 것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작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