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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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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철학책을 만났네요.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지는군요. 내년에 고등학교에 가는 아들 녀석을 위해 <철학, 삶을 만나다>도 주문하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정말 읽을 맛이 나는 책을 만나 행복합니다. 이 책을 쓰시고 펴내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합니다.  정말 적극 추천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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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몰라서 올렸던 내용이 있었는데 빼고 수정글을 올립니다. 궁금했던 부분 설명해주신 그린비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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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21 2007-09-1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린비 출판사 편집부입니다. 저희 책을 즐겁게 읽으셨다니 저희도 기쁘네요. 독자님 같은 분들을 만날 때마다 책 만드는 일이 더 즐거워진답니다. 앞으로도 저희 책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그리고 지적하신 부분은, 확인해 보니 열어구 편에 등장합니다. 열어구 편 10장(안동림 역주본)에 보면 '희생물로 쓰이는 소'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에게 확인해 보니, 사기에도 '희생물로 쓰이는 소' 이야기가 나와서 추수 편에 나오는 '거북이 이야기'보다는 열어구 편의 이야기가 더 적확하다고 하시네요.

평화 2007-09-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친절하게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자(기세춘옮김, 바이북스)에는 열어구에 그런 내용이 없어서 잘 몰랐네요. 지금 다시 찾아보아도 '희생물로 쓰이는 소'이야기는 없습니다. 판본마다 차이가 있는걸까요. 아니면 제가 가지고 있는 장자(기세춘역)에 뭔가 빠진게 있는 걸까요. 안동림 역주본 장자도 구해서 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기세춘역 장자와 이강수,이권역 장자1(도서출판 길)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두 책도 번역에 차이가 많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저자 강신주선생님께서는 안동림 역주본이 제일 믿을만하다고 보시는 것이겠지요?

soju21 2007-09-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선생님이 안동림 역주본을 '적극' 추천해 주신 것은 아니구요. 회사에 안동림 선생님의 역주본이 있어 찾아보고 댓글을 단 것입니다. 강신주 선생님은 오강남 선생님 번역본과 김학주 선생님 번역본을 추천하신 바 있습니다. 저희 블로그에 강신주 선생님이 올리신 글을 보시면 참고가 될 듯하네요. 주소는 http://greenbee.co.kr/blog/26입니다. 오신 김에 저희 블로그 구경도 한 번 하시고요.

평화 2007-09-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마음에 안동림역주본을 구해 기세춘 번역본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안동림역 열어구 10장에는 '소 이야기'가 나오고 기세춘역에는 10장에 안동림역 11장에 실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기세춘역 11장에는 안동림 역에는 없는 텍스트가 나오구요. 참 헷갈리네요. 판본간의 차이일까요. 궁금해서 큰마음 먹고 안동림역주본을 구입했는데 그 전에 그린비 블로그를 보았더라면 오강남 번역본이나 김학주 번역본을 구할 것을 그랬습니다. 동네 도서관에는 책이 없고 무슨 전공자도 아닌데 장자책만 계속 사들일 수도 없고 난감하네요.(벌써 장자 번역본만 3가지^_^) 궁금증 풀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린비 블로그 구경도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입] 바흐 프리미엄 에디션 [40CD Box Set]
바흐 (J. S. Bach) 작곡, Various Artists 연주 / Cascade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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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벼르기만 하다가 바흐 프리미엄 에디션을 구입해서 배송받자마자 들어보았다. 그런데 2, 3개 듣기 시작했는데 벌써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문제는 내가 구입한 씨디만 개별적으로 불량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편집상의 잘못이므로 이 음반을 구입하려는 모든 분들은 알아두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또 내가 이제 겨우 3장 밖에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확인 못한 문제들이 더 있을까봐 걱정스런 마음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컴필레이션 음반을 마음놓고 구매하겠는가?

싼 값이니까 참고 들어야 한다면 소비자로서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다. 이번에 바흐 프리미엄 에디션을 구입하면서 모차르트 프리미엄 에디션도 같이 구입했는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여긴 또 무슨 문제가 있을런지? 걱정스럽다.

 

1. 38번 씨디의 문제

38번 씨디에는하프시코드로 연주한 파르티타 2번과 4번이 들어있다. 파르티타는 1에서 6까지 악보가 모두 내게 있어 악보를 보면서 들어보았는데, 마지막 트랙인 13번 트랙이 연주 중간에 악보가 아직 2페이지 가량 남아 있는데도 연주가 멎어버렸다.

내가 구입한 씨디만 불량인가 하는 생각으로 씨디 케이스를 살펴보았다. 13번 트랙은 지그인데 씨디 케이스에는 2분 12초라 나와 있다.  연주는 2분 12초가 되니 저절로 멎어버린다. 연주 중간에 마치 전원이 꺼지듯 툭 끝나는 것이다. 씨디 케이스에 나와있는 연주 시간과 씨디가 돌아가는 시간이 맞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편집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아있는 악보를 모두 끝까지 연주한다면 최소 3분 30초 이상은 가야 하는 곡이다.

이 트랙이 어이없게 중간에서 잘린채 편집되었다는 것은, 악보 없이 들어보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미 사서 소장하신 분들은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2. 14번 씨디의 문제

14번 씨디에는 프렌치 수트 4,5,6번이 들어 있다. 프렌치 수트 5번도 악보를 보면서 감상하고 있는데, 알망드, 꾸랑뜨, 사라방드, 가보트, 부레, 루르 다음에 지그가 나와야 할 차례에 다시 알망드로 돌아간다. 즉 지그는 14번 트랙인데 14번 트랙을 들어보면 지그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씨디 창에는 14번이라 계속 나오는 채로 다시 8번 알망드 트랙부터 계속 반복하다가 루르까지 반복되고 나서 비로소 지그가 나온다. 그래서 14번 트랙이 무지 길다. 이것 역시 편집 실수라 해야 맞다.

씨디 케이스에는 14번 트랙이 3분 28초라 나오는데, 어림없다. 앞서 8번부터 14번까지 다 더한 시간, 즉 17분 50초나 걸린다. 그리고서야 15번 트랙으로 넘어간다.

이제 겨우 3장 들어보았을 뿐인데 이렇게 문제가 보이니, 정말 걱정스럽다. 바흐와 모차르트 합해서 80장의 씨디를 큰맘먹고 목돈들여 구입했는데 듣기가 겁이날 지경이다.

알라딘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진짜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이런 편집자 제작자들! 제발 정신차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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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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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다 돌아가신 어른이 있을 때 그 어른이 제일 생생하게 생각나는 것은 그 어른이 평소에 즐겨 드시던 음식을 앞에 놓았을 때다.   같이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20대 초반에 나는 그것을 절감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음식을 보면 옆자리에 할머니가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 엄마 돌아가신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엄마 없이 내가 살 수도 있었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돌아가신 엄마를 제일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머리가 아니라 몸이 그리워하는 때도 엄마가 맛있어 하던 음식을 대했을 때다. 잘 익은 연시라든가 달디단 참외를 보았을 때. 그리고 꽃도.

울 엄마는 꽃을 좋아했다. 봄에 꽃이 피면 소녀처럼 환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집 화분에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이리보고 저리보며 신기해하고 예뻐했다. 그래서일까, 어머니가 6년 전 초봄에 돌아가시고 나서 다투어 목련부터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을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화가 나 있었다. 우리 엄마가 가고 없는데, 대체 너네들이 왜 피냔 말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 세번째는 박완서의 글이었다. 울엄마는 박완서 왕팬이었다. 아마 요즘 세대라면 팬클럽 까페에 가입해서 날마다 들락거릴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내가 어느만큼 크고 나서는 엄마가 보던 박완서 책을 나도 즐겨 읽게 되었다. 그리고 박완서의 신작이 서점에 깔리자마자 제일 먼저 사다 엄마에게 안기는 것도 내 나름의 생색나는 효도가 되었다.  엄마는 서울 본토박이였고 박완서 작가보다 5세 정도 나이가 아래였다. 거의 비슷한 세대를 살아 서일까, 우리 엄마만 쓰는 줄 알고 있던 단어들을 박완서 작가의 글에서 만날때면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 우리 엄마가 맛있어 했을 거 같은 이 글들을 읽고 있으면 엄마가 견딜 수 없이 그리워진다. 이 책을 빨리 갖다드리고, 맛있어 하면서, 우리 엄마 표현대로라면 "애껴가면서" 읽는 행복한 표정이 보고싶어진다.

엄마가 하두 보고싶어서, 엄마 닮은 사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다고, 엄마 목소리 닮은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남편에게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거울을 보라고 한다.  자기가 보기에 이 지구상에서 장모님 모습과 목소리를 거의 흡사하게 가지고 있는 게 나라는 것이다. 애들에게 물어보니 엄마랑 외할머니랑 참 많이 비슷하단다! 내 참! 그래서 거울도 보고 내 사진도 들여다보니까, 40줄을 넘기면서부터는 엄마와는 딴판으로 생긴 줄 알았던 내 모습에서 엄마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가 그리우면 거울을 보면 될까. 그래도 엄마에 대한 그리운 갈증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박완서님이 신작을 내시면 반가우면서도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프다. 뛰어가서 사다가 안겨드릴 엄마가 없어서.  그래서 이 지구상에서 엄마랑 제일 많이 닮았다고들 하는 내가 대신 열심히 읽는다. 맛있어하면서, 애껴가면서 읽는다. 그래도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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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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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초반, 아직 나도 20대였고 신혼이었을때 신해철의 2집 Myself를 무척 좋아했었다. 거의 맨날 들었던 때가 있었다. 사랑타령 일색인 유행가 중에서 그렇지 않은 가사를 만난다는 신기하고 반가운 경험. 색다른 사운드. 특히 "나에게 쓰는 편지" "다시 비가내리네"를 좋아했었다.

얼마전 어느날, 반찬거리를 사러 정육점에 들어갔다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 라디오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았는지. 16,7년 되는 세월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느낌.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을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신해철의 재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고 사게 되었다. 우선 벅스 같은 곳에서 들어보고 사고 싶었지만 늦게 올라오는 바람에 듣지 않고 그냥 주문.

주문했던 이유는 수록곡들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재즈라는 것.

나이를 먹으니 편하고 부드러운 게 더 좋아진다. 예를 들면, "Kissing Jessica Stein"(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의 OST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재즈 사운드.

받고서 들어보니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앨범 속지에 신해철이 밝힌대로, 아내게에 만들어주고 싶었던 음반으로서 제격인듯 하다.

앨범 속지를 보고 드는 생각 하나 -- 천하의 신해철도 락을 싫어하는 아내랑 살고 있다니(!) 취향이 달라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하나의 예가 아닌가! 바로 그렇게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 ^_^!!

비오는 날 코냑잔을 한 손에 들고 아내와 춤을 추기에 적당한 앨범을 아내에게 선물한다는 말을 보니까 캬~~부럽다.

내 남편은 이런 음악을 만들줄도 모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비오는 날 춤추자고 하면 마지못해 엉거주춤하긴 할테지만 영 분위기는 못 맞출 거다. 아! 코냑은 좋아하지만!!

하지만 어떠랴, 취향이 달라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바에야.

어제 비오는 날 운전하면서 차 안에서 들으니 참 분위기가 딱!이다.

특히 Something Stupid 와 Sway 가 귀에 쏙쏙 들어와 안긴다.  When October goes도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그윽하다. A Thousand Dreams of you 도 참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아랫분도 지적하셨듯이, 음악은 스윙 재즈인데 목소리 음색은 별로 그렇지 않은 곡들이 반 정도는 된다는 점.

하긴 신해철 자신도 속지에서 밝혔듯이, 걸출한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음악이 있으니 그것이 아쉬운 분들은 그런 음반에서 아쉬움을 얼마든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신해철에서 나윤선을 바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럴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행복한 작업을 한, 신해철다운 음반이다.

 나와 함께 나이들어가는 스타가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50, 60, 70이 되도록 함께 나이들어가면서 음악을 만들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지금은 음악을 하기에 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팬으로서 그런걸 바라는게 좀 미안한 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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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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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과 인수는 사랑이었을까? 대체, 사랑이 뭐지?

서영과 인수는 생의 절망적인 순간에 처한다. 믿었던 배우자는 철저하게 나를 배신했다. 게다가 내 잘못도 아닌데 젊은 가장이 죽은 상가에 가서 머리숙여 사죄해야 하고 모욕과 욕설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가장 친한 후배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절망이다. 김형경의 표현대로, 심장이 터질듯한 분노와 뼈가 뒤틀리는 배신감과 살이 벌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다. 하지만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혹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을 들어보니 맞은편 사람도 나와 똑같은 고통 속에 빠져있다. 일단,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 법이다.  불지옥 속에서라도 동료가 있다면 좀 낫지 않을까. 그래서 감옥에서도 더 심한 형벌을 가할 때는 독방으로 보내는 법.

서영과 인수는 서로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것을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된다. 그래서 그 지옥같은 상처를 치유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의 배우자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고, 용서할 수 있게 된다. 디카에서 보았던 동영상과 같은 행위를 직접 하면서, 배우자의 휴대폰에서 본 것과 같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은 배우자가 응징하고 처단해야 할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나와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진 남자고 여자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저, 나도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그때 진심어린 용서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서영과 인수는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고 위로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능력을 잃었을 때조차 타인의 상처는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에(함께 문상을 다녀온 뒤 헤어지면서 인수는 서영에게 힘내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고통의 터널을 함께 손잡고 빠져나온다.

함께 지옥의 터널을 지나온 두 사람은 이제 동지가 되고 한 편이 된다. 거기에서 생겨나는 것은 오히려 우정, 혹은 인간적인 애정에 가깝다. 젊은 남녀인 두 사람은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몸을 나눈다(두 사람은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나에게는 두 사람이 몸을 나누는 장면이 애정의 표현이나 확인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배우자도 이랬겠구나, 나도 결국 그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나약한 인간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배우자를 진심으로 용서하게 되지 않았을까. 외출은, 그런 점에서 상처와 치유,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영화도 나는 그렇게 보았다. 영화의 맛과 색은 김형경의 소설과 많은 부분 다르다. 하지만 아주 매혹적이었다. 특히 음악이. 소설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볼 때에는 소설 속의 장면이 영화로 어떻게 나타났을까에 집중하느라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을 보았는데 두번째에는 비로소 영화 자체를 음미할 수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 상처를 치유하는가 - 다른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그리고 어떻게 타인을 용서하는가 - 나도 저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 속에서.

그들은 사랑일까? - 이건 영화의 카피이기도 한데, 흠- 굳이 말하자면, 생지옥을 필사적으로 함께 빠져나온 동료에 대한 연민과 우정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것도 넒은 의미에서 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춘향과 이도령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첫눈에 반한다는 식의 사랑과는 다르다. 그보다 더 아프고 그보다 더 무겁고 그보다 더 삶 속을 파고든다. 그리고 사람은 사실은, 그런 아픔이 배인 사랑에 의지해서 이 험한 세상을 건너가는 것 같다. - 적어도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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