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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같이 살다 돌아가신 어른이 있을 때 그 어른이 제일 생생하게 생각나는 것은 그 어른이 평소에 즐겨 드시던 음식을 앞에 놓았을 때다. 같이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20대 초반에 나는 그것을 절감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음식을 보면 옆자리에 할머니가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 엄마 돌아가신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엄마 없이 내가 살 수도 있었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돌아가신 엄마를 제일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머리가 아니라 몸이 그리워하는 때도 엄마가 맛있어 하던 음식을 대했을 때다. 잘 익은 연시라든가 달디단 참외를 보았을 때. 그리고 꽃도.
울 엄마는 꽃을 좋아했다. 봄에 꽃이 피면 소녀처럼 환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집 화분에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이리보고 저리보며 신기해하고 예뻐했다. 그래서일까, 어머니가 6년 전 초봄에 돌아가시고 나서 다투어 목련부터 개나리 진달래 철쭉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을 나는 이해할 수 없어서 화가 나 있었다. 우리 엄마가 가고 없는데, 대체 너네들이 왜 피냔 말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 세번째는 박완서의 글이었다. 울엄마는 박완서 왕팬이었다. 아마 요즘 세대라면 팬클럽 까페에 가입해서 날마다 들락거릴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내가 어느만큼 크고 나서는 엄마가 보던 박완서 책을 나도 즐겨 읽게 되었다. 그리고 박완서의 신작이 서점에 깔리자마자 제일 먼저 사다 엄마에게 안기는 것도 내 나름의 생색나는 효도가 되었다. 엄마는 서울 본토박이였고 박완서 작가보다 5세 정도 나이가 아래였다. 거의 비슷한 세대를 살아 서일까, 우리 엄마만 쓰는 줄 알고 있던 단어들을 박완서 작가의 글에서 만날때면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런 우리 엄마가 맛있어 했을 거 같은 이 글들을 읽고 있으면 엄마가 견딜 수 없이 그리워진다. 이 책을 빨리 갖다드리고, 맛있어 하면서, 우리 엄마 표현대로라면 "애껴가면서" 읽는 행복한 표정이 보고싶어진다.
엄마가 하두 보고싶어서, 엄마 닮은 사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다고, 엄마 목소리 닮은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남편에게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거울을 보라고 한다. 자기가 보기에 이 지구상에서 장모님 모습과 목소리를 거의 흡사하게 가지고 있는 게 나라는 것이다. 애들에게 물어보니 엄마랑 외할머니랑 참 많이 비슷하단다! 내 참! 그래서 거울도 보고 내 사진도 들여다보니까, 40줄을 넘기면서부터는 엄마와는 딴판으로 생긴 줄 알았던 내 모습에서 엄마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엄마가 그리우면 거울을 보면 될까. 그래도 엄마에 대한 그리운 갈증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박완서님이 신작을 내시면 반가우면서도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프다. 뛰어가서 사다가 안겨드릴 엄마가 없어서. 그래서 이 지구상에서 엄마랑 제일 많이 닮았다고들 하는 내가 대신 열심히 읽는다. 맛있어하면서, 애껴가면서 읽는다. 그래도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