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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The Songs For The One
신해철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1990년대초반, 아직 나도 20대였고 신혼이었을때 신해철의 2집 Myself를 무척 좋아했었다. 거의 맨날 들었던 때가 있었다. 사랑타령 일색인 유행가 중에서 그렇지 않은 가사를 만난다는 신기하고 반가운 경험. 색다른 사운드. 특히 "나에게 쓰는 편지" "다시 비가내리네"를 좋아했었다.
얼마전 어느날, 반찬거리를 사러 정육점에 들어갔다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 라디오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았는지. 16,7년 되는 세월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느낌.
그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을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신해철의 재즈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고 사게 되었다. 우선 벅스 같은 곳에서 들어보고 사고 싶었지만 늦게 올라오는 바람에 듣지 않고 그냥 주문.
주문했던 이유는 수록곡들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재즈라는 것.
나이를 먹으니 편하고 부드러운 게 더 좋아진다. 예를 들면, "Kissing Jessica Stein"(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의 OST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재즈 사운드.
받고서 들어보니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앨범 속지에 신해철이 밝힌대로, 아내게에 만들어주고 싶었던 음반으로서 제격인듯 하다.
앨범 속지를 보고 드는 생각 하나 -- 천하의 신해철도 락을 싫어하는 아내랑 살고 있다니(!) 취향이 달라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하나의 예가 아닌가! 바로 그렇게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 ^_^!!
비오는 날 코냑잔을 한 손에 들고 아내와 춤을 추기에 적당한 앨범을 아내에게 선물한다는 말을 보니까 캬~~부럽다.
내 남편은 이런 음악을 만들줄도 모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비오는 날 춤추자고 하면 마지못해 엉거주춤하긴 할테지만 영 분위기는 못 맞출 거다. 아! 코냑은 좋아하지만!!
하지만 어떠랴, 취향이 달라도 부부로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바에야.
어제 비오는 날 운전하면서 차 안에서 들으니 참 분위기가 딱!이다.
특히 Something Stupid 와 Sway 가 귀에 쏙쏙 들어와 안긴다. When October goes도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그윽하다. A Thousand Dreams of you 도 참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하나 뺀 이유는, 아랫분도 지적하셨듯이, 음악은 스윙 재즈인데 목소리 음색은 별로 그렇지 않은 곡들이 반 정도는 된다는 점.
하긴 신해철 자신도 속지에서 밝혔듯이, 걸출한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음악이 있으니 그것이 아쉬운 분들은 그런 음반에서 아쉬움을 얼마든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신해철에서 나윤선을 바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럴 필요도 없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행복한 작업을 한, 신해철다운 음반이다.
나와 함께 나이들어가는 스타가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50, 60, 70이 되도록 함께 나이들어가면서 음악을 만들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지금은 음악을 하기에 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팬으로서 그런걸 바라는게 좀 미안한 감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