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고케츠 아츠시 지음, 박인식 외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6년 8월
장바구니담기


폭력 그 자체가 질서유지, 병사관리, 군기의 철저 등의 수단으로써 적극적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천황의 군대를 구성하는 일본군 병사의 정신구조 속에 폭력행사에 대한 과도하기까지 한 공포심과 그 반면에 피폭력의 공포와 불만을 외부로 분출시키려는 충동을 끊임없이 내재화시켜갔다. 말하자면, 억압의 위양委讓 원리가 군대 교육 속에 일관적으로 배양되고 폭력에 의한 억압상태의 연속이 타자에 대한 폭력행위를 통해서 억압으로부터 해방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했던 것이다.-161~16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안의 과거 - media, memory, history - 과거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기억되고 역사화되는가?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 김경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06년 6월
절판


타자의 역사를 배우는 것만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역사를 되풀이해서 배우고 상상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구사하는 힘을 어떻게 몸에 익히도록 할까 하는 점이다.-50쪽

역사에 대한 진지함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사진을 볼 때 그 영상이 떠올리게 하는 감정에 대해 신중히 고려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그러한 영상이 지닌 역사적 의미에 대해 사진가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될 수 있는 한 그 속에 담겨있는 암묵적인 해석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다른 해석의 틀을 적용하면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를 비교해서 검토하는 일도 요긴하다.-138쪽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든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이든 '종군위안부'든, 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식민주의자가 저지른 원주민 학살 같은 역사적인 사건이든, 말살의 역사학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2단계 전략을 되풀이하여 전개한다. 우선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원인, 결과라는 전체적 차원으로부터 논점을 분리하고, 논의를 오로지 편협한 정의의 문제로 몰아넣는다. 그 다음 아주 적은 수의 증거만 뽑아내서 집요하게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린다. 홀로코스트, 난징 대학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학살에 대한 말살의 역사학은 무엇보다도 살해당한 사람의 숫자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그러고 나서 사건 희생자의 잠재적인 수를 최소한으로 줄여보려고 특정한 증거문서나 증언에 대한 비판적 논의로 옮겨간다.-309~310쪽

지식은 단지 표현일 뿐은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행동을 형성하며, 세상에서 행동하는 체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325쪽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란 우리 안에 있는 과거,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과거의 존재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우리가 과거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나 타자를 알고,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를 아는 데 과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역사 교육이 이러한 주의를 환기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무엇을 가르친들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질 리 없다.-3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시아 연대와 일본제국주의
한상일 지음 / 오름 / 2002년 3월
품절


일본이 그 세력을 대륙으로 팽창하여 아시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후쿠자와 개인이나 팽창주의자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지배계급에 공통된 것으로서 근대 일본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관통하고 있는 불변의 대원칙이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팽창주의자는 공개적으로 아시아와의 단절과 침략정책을 지지했고, 연대주의자는 대륙팽창정책을 아시아와의 긴밀한 연대라는 미명으로 위장했고, 정책결정자는 이 두 주장을 교묘히 조화하여 대륙정책을 이끌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상반되는 자유주의적 팽창주의자와 연대주의자가 같은 목표를 지향한 동질성은, 일본 근대사에서 팽창주의자와 연대주의자의 구별과 자유민권론자와 국권론자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특성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므로 연대주의에 속하든 팽창주의에 속하든, 또는 '속아'(屬亞)를 주장하든 '탈아(脫亞)'를 주장하든 그들이 공유한 신념과 추구한 목표는 일본의 만세독립과 번영을 위하여 대륙으로 영토를 뻗어야 한다는 소에지마의 침략주의와, 아시아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도쿠토미의 동아시아 맹주론의 현실화에 있었다.-46쪽

연대주의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그 기초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서력동점으로 조성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아시아는 긴밀한 제휴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 연대주의의 대의명분이다. 동종동문(同種同門) 또는 운명공동체론은 이와 같은 대의명분을 더욱 효과적으로 꾸미는 작용을 했다. 그러나 연대사상의 대의명분의 심층에 깔려있는 아시아관은 지배자-피지배자, 지도자-추종자 관계의 의식이었고, 서양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아시아 대륙을 지배, 통치해야 한다는 데 귀착했다. 아시아 연대주의는 이와 같은 자기 중심적 아시아관의 실현을 목표로 하여 나타났고 발전됐다. 둘째는 초기 연대주의자의 사상에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요소가 있었으나, 대륙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빛깔은 점차로 바래졌다. 셋째는 연대주의와 자유주의적 팽창주의는 표면적으로는 그 이론을 달리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었다. 넷째는 연대주의자들과 팽창주의자들은 일본은 반드시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끝으로 일본의 독립보전과 아시아 지배는 연대주의의 '궁극의 목표'이고, 따라서 연대주의는 이 목적을 이룩하고 아시아를 향한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주의를 숨기고 정당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46 ~ 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노사이드 - 학살과 은폐의 역사
최호근 지음 / 책세상 / 2005년 7월
구판절판


우리에게 홀로코스트Holocaust에 버금가는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우리 민족이 유달리 평화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다른 문화를 지닌 민족이나 종족과 한 땅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제노사이드의 가능성은 우리와 타자 사이에 경계를 긋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14 ~ 15쪽

제노사이드 범죄는 국가와 같은 막강한 물리력을 지닌 조직과 그 대리인이 자신이 공존하기 원하지 않는 집단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말살하기 위해 저지르는 20세기형 범죄다.-92 ~ 93쪽

제노사이드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소수 집단을 절멸하려는 국가나 그에 준하는 권력체 대표자들의 의도가 확고하게 존재했고, 그 의도가 잘 짜인 계획에 따라, 군, 경찰과 그 밖의 관료 기구들 사이의 유기적 협조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 소수집단 전체 혹은 상당한 부분 이상의 파괴를 가져왔는지 여부에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집단 대표성, 의도의 근본성, 계획의 철저성, 범죄 참여자의 포괄성, 결과의 심각성이야말로 제노사이드 범죄를 반인도 범죄는 물론 전쟁 범죄와도 구분해주는 결정적인 지표들이라고 하겠다.-94 ~ 95쪽

진솔한 역사 교육은 건실한 정치 교육으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교육은 어떤 특정한 가치관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생명이 관련된 문제에서 상황 논리와 조직 논리에 숨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결단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과거의 경험에 대한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우리가 자꾸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발적인 사고로 사람이 죽어도 '호들갑'을 떠는 사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공권력에 의해 누군가가 살해되었을 때 공분하는 사회, 국가 범죄의 기미가 조금만 보여도 시민들이 곧바로 저지에 나서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역사 교육과 정치 교육의 목표가 있다.-438 ~ 4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 - 조선병탄과 시선의 정치
한상일.한정선 엮음 / 일조각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시사만화는 서양의 선진산업국가가 전지구적으로 제국을 건설하면서 전파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이들 만화는 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이 처한 운명과는 다른, 근대제국을 건설하려는 야망과 의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이들 시사만화는 조선인이나 청나라인을 왜소하고 더럽고 전근대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반면에 일본인은 당당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서양인에 가깝게 그리면서, 일본을 서양이나 문명과 동일시하고, 조선과 청나라를 야만으로 타자화했다. 나아가 시사만화는 이들 야만의 이웃들을 선도해서 문명의 길로 이끌어가는 것이 근대 일본이 아시아에 제국을 건설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선은 만화라는 매체 특유의 재치, 익살, 유머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일본사회에 급속히 전파되었다.-286~287쪽

시사만화는 단순히 독자에게 가치중립적인 유희를 가져다준 것이 아니고, 독자로부터 웃음과 심리적 쾌락을 끌어냄으로써 근대 제국 건설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그림초대장'이었다. 또한 이러한 시사만화가 신문과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서 유통, 매매되어 어디서나 구하기 쉽고 많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대중매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일본사회는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어갔다.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이 같은 의지는 당시 서양 제국주의 문명의 논리를 매개로 형성되었으며, 동시에 조선병탄이라는 역사전개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제국 건설을 향한 의지가 결코 위에서 아래로 또는 국가에서 사회로의 일방적인 주입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익살과 재치를 통해 밑에서도 역동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의 만화가와 불특정 다수의 독자는 시사만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의 일본의 승리는 문명의 승리이고, 조선병탄은 진보하는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난 지극히 당연한 사건이라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이런 인식의 공유는 제국을 건설하는 데 필수적인 일반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근대일본제국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2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