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 학살과 은폐의 역사
최호근 지음 / 책세상 / 2005년 7월
구판절판


우리에게 홀로코스트Holocaust에 버금가는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우리 민족이 유달리 평화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다른 문화를 지닌 민족이나 종족과 한 땅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제노사이드의 가능성은 우리와 타자 사이에 경계를 긋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14 ~ 15쪽

제노사이드 범죄는 국가와 같은 막강한 물리력을 지닌 조직과 그 대리인이 자신이 공존하기 원하지 않는 집단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말살하기 위해 저지르는 20세기형 범죄다.-92 ~ 93쪽

제노사이드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소수 집단을 절멸하려는 국가나 그에 준하는 권력체 대표자들의 의도가 확고하게 존재했고, 그 의도가 잘 짜인 계획에 따라, 군, 경찰과 그 밖의 관료 기구들 사이의 유기적 협조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 소수집단 전체 혹은 상당한 부분 이상의 파괴를 가져왔는지 여부에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집단 대표성, 의도의 근본성, 계획의 철저성, 범죄 참여자의 포괄성, 결과의 심각성이야말로 제노사이드 범죄를 반인도 범죄는 물론 전쟁 범죄와도 구분해주는 결정적인 지표들이라고 하겠다.-94 ~ 95쪽

진솔한 역사 교육은 건실한 정치 교육으로 이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 교육은 어떤 특정한 가치관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생명이 관련된 문제에서 상황 논리와 조직 논리에 숨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결단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과거의 경험에 대한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우리가 자꾸 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발적인 사고로 사람이 죽어도 '호들갑'을 떠는 사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공권력에 의해 누군가가 살해되었을 때 공분하는 사회, 국가 범죄의 기미가 조금만 보여도 시민들이 곧바로 저지에 나서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역사 교육과 정치 교육의 목표가 있다.-438 ~ 4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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