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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이종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북한”이라는 주제는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제이자 화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분단되어 적대적 대립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분단 이전에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던 민족이라는 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남과 북의 정상들이 두 차례에 걸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각종 교류․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지고 긴밀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도 이후 부쩍 관계가 가까워지고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정작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흥미 위주의 소재가 많은 것도 사실이며,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되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형성되고 굳어져 온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나 편견도 아직까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남과 북의 교류가 다방면에 걸쳐서 더욱 활성화되는 가운데 점차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류뿐만 아니라 북한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에 대하여 꾸준히 연구해온 학자이면서 얼마 전에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한 이종석이 2000년도에 발간한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비평사)는 북한에 대하여 공을 들여서 접근한 勞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95년도에 펴낸 그의 책을 개정하면서 더 많은 내용들을 첨가해 넣었는데, 그러한 가운데 분량이 이전보다 상당히 방대해졌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북한연구의 방법론과 연구사 정리, 전반적인 시기구분, 북한의 체제유지의 핵심기조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의 연혁과 내용 분석, 주체사상과 유일체제와의 관련성 비교, 정치기구로서의 조선노동당과 근로기구 소개, 북한을 둘러싼 대외관계의 전개와 대남전략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북한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해 왔던 두 인물, 즉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그들이 어떠한 궤적을 거쳐서 북한의 최고권력자의 지위에 오르고, 그 자리를 공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하여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분은 북한체제가 처한 위기에 대하여 김정일 정권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접근하고 있는 방법론으로 저자는 내재적 비판적 접근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 대하여 내재적으로 접근하기는 하되 그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결코 북한의 체제에 대한 맹목적으로 우호적인 시각만을 견지하는 것이 아님은 주체사상의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통치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종석의 노작으로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강점 중의 하나는 북한 내부에서 발간되고 있는 각종 자료(신문을 비롯한 언론자료나 회의록 등의 자료)를 방대하게 섭렵하면서 그러한 자료들의 행간에 담긴 북한 정치체제의 변화상에 대하여 추적하여 복원해 내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방법론에서 언급하였듯이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융통되고 있는 각종 자료들의 경우 텍스트의 내용과 실상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읽어냄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점은 황장엽과 같이 망명한 북한의 고위층 인사나 탈북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한 중요한 문서들의 경우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세부적으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구할 수 있는 선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북한에 대하여 접근하고 분석해 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종석이 이 책에서 분석해낸 북한에 대한 노선이나 성격의 경우 물론 지금은 이 책을 집필하던 당시보다 훨씬 앞 시기이고,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북한이 취하고 있는 노선은 전반적으로 그가 분석하고 전망한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내용상 유효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체제의 형성과 운영과정은 결국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중심으로 하여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는 것은 북한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책에서는 크게 시기 구분을 하면서 북한체제가 형성되고 운영되어 온 과정을 통사적으로 접근하여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다시 김일성과 김정일을 다루는 두 번째 부분에서 중첩적으로 언급이 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책의 일관된 흐름을 구성하기 위해서 내용의 배치를 한 번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내용상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해서도 내부 문제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체 내용상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취한 이중적 노선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는 1994년과 1999년에 미국과 북한의 대립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반도를 전면적인 전쟁의 위험 속으로 빠트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문제였던 만큼 북한의 대외정책 추진과 관련해서 반드시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북한체제의 형성과정과 성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 북한체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시장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련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북한 체제가 변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결론으로 내린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변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점은 2000년대 이후 완만하고 꾸준히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일면 그의 전망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상이 앞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낳게 될까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변화가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에 기여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단계적으로 잘 진행되지 않고 단순히 북한체제가 시장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해 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은 무척이나 무모하고도 위험한 발상일 것이다. 북한이 변화를 통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