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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
이종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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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라는 주제는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제이자 화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분단되어 적대적 대립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분단 이전에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던 민족이라는 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남과 북의 정상들이 두 차례에 걸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각종 교류․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지고 긴밀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도 이후 부쩍 관계가 가까워지고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정작 북한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흥미 위주의 소재가 많은 것도 사실이며,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되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형성되고 굳어져 온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나 편견도 아직까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점들은 남과 북의 교류가 다방면에 걸쳐서 더욱 활성화되는 가운데 점차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교류뿐만 아니라 북한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에 대하여 꾸준히 연구해온 학자이면서 얼마 전에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한 이종석이 2000년도에 발간한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비평사)는 북한에 대하여 공을 들여서 접근한 勞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95년도에 펴낸 그의 책을 개정하면서 더 많은 내용들을 첨가해 넣었는데, 그러한 가운데 분량이 이전보다 상당히 방대해졌다.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북한연구의 방법론과 연구사 정리, 전반적인 시기구분, 북한의 체제유지의 핵심기조라고 할 수 있는 주체사상의 연혁과 내용 분석, 주체사상과 유일체제와의 관련성 비교, 정치기구로서의 조선노동당과 근로기구 소개, 북한을 둘러싼 대외관계의 전개와 대남전략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북한 체제를 형성하고 유지해 왔던 두 인물, 즉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그들이 어떠한 궤적을 거쳐서 북한의 최고권력자의 지위에 오르고, 그 자리를 공고하게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하여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분은 북한체제가 처한 위기에 대하여 김정일 정권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이 어떠한가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접근하고 있는 방법론으로 저자는 내재적 비판적 접근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 대하여 내재적으로 접근하기는 하되 그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결코 북한의 체제에 대한 맹목적으로 우호적인 시각만을 견지하는 것이 아님은 주체사상의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통치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종석의 노작으로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강점 중의 하나는 북한 내부에서 발간되고 있는 각종 자료(신문을 비롯한 언론자료나 회의록 등의 자료)를 방대하게 섭렵하면서 그러한 자료들의 행간에 담긴 북한 정치체제의 변화상에 대하여 추적하여 복원해 내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방법론에서 언급하였듯이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융통되고 있는 각종 자료들의 경우 텍스트의 내용과 실상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읽어냄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점은 황장엽과 같이 망명한 북한의 고위층 인사나 탈북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한 중요한 문서들의 경우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세부적으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구할 수 있는 선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북한에 대하여 접근하고 분석해 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종석이 이 책에서 분석해낸 북한에 대한 노선이나 성격의 경우 물론 지금은 이 책을 집필하던 당시보다 훨씬 앞 시기이고,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는 하지만 북한이 취하고 있는 노선은 전반적으로 그가 분석하고 전망한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내용상 유효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체제의 형성과 운영과정은 결국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중심으로 하여 돌아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는 것은 북한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책에서는 크게 시기 구분을 하면서 북한체제가 형성되고 운영되어 온 과정을 통사적으로 접근하여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다시 김일성과 김정일을 다루는 두 번째 부분에서 중첩적으로 언급이 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책의 일관된 흐름을 구성하기 위해서 내용의 배치를 한 번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내용상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해서도 내부 문제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전체 내용상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취한 이중적 노선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가는 1994년과 1999년에 미국과 북한의  대립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반도를 전면적인 전쟁의 위험 속으로 빠트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문제였던 만큼 북한의 대외정책 추진과 관련해서 반드시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북한체제의 형성과정과 성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 북한체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하여 시장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련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북한 체제가 변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결론으로 내린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변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점은 2000년대 이후 완만하고 꾸준히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일면 그의 전망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상이 앞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낳게 될까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변화가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에 기여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단계적으로 잘 진행되지 않고 단순히 북한체제가 시장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해 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은 무척이나 무모하고도 위험한 발상일 것이다. 북한이 변화를 통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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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 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
주강현 글.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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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대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고 연상시킬 수 있는 이미지는 "등대지기" 노래의 낭만성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등대라기보다는 서구 어딘가의 추상화된 등대일 가능성도 높다. 등대가 한국 내에도 많이 있으리라는 점은 피상적으로라도 알 수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등대를 직접 찾아가 보고, 등대가 어떠한 목적에서 설치되었고, 그 내력이 어떻게 되는지, 등대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바는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해양문화사의 관점에서 폭넓은 조사와 답사를 토대로 하여 성과물들을 내고 있는 주강현 선생의 최근 저서인 <등대>는 남한의 해안지역을 방대하게 발로 뛰고 자료를 조사하여 정리함으로써 한국의 여러 등대에 대하여 각 등대가 가지고 있는 내력과 특색, 등대가 시대별로 변해간 과정에 대하여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더불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같은 등대이기는 해도 각 지역별로 설치되어 있는 등대의 생김새도 다르고, 담당할 수 있는 역할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등대 형식의 변천사,  등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들의 애환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일독해 볼 가치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렇게 등대라는 소재 하나를 가지고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어 등대와 관련되어 있는 역사와 문화, 생태 등에 대해서 다양하게 조망하고 있는 책은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우리나라의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각종 등대에 대하여 직접 답사를 하면서 집대성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등대의 문화사를 재조명해서 복원해 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점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육지의 문화만이 아니라 해양 쪽으로도 시선을 돌려보면 좀 더 다양한 측면을 부각시켜낼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도 그동안 너무 육지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닌지 반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관점을 바꾸어서 생각하고 접근하면 더 많은 것들을 접하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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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천추범 - 1896년 민영환의 세계일주
민영환 지음, 조재곤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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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천추범>은 민영환이 1896년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다녀오면서 남긴 일종의 기행문 혹은 일기라고 할 수 있다. 조선에서 떠나기 전부터 시작하여 대관식에 참석한 이후 시베리아 지역을 횡단하여 다시 조선 땅을 밟게 되기까지 매일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만큼 1896년 당시 세계 각 국을 돌아다닌 민영환의 인식을 살펴보기에 좋은 자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경우  근대사를 전공하고 있는 조재곤 선생이 단순히 민영환이 남긴 <해천추범> 원문의 번역 뿐만 아니라 그와 동행하였던 김득련과 윤치호가 남긴 기록까지 덧붙여서 활용함으로써 1896년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둘러싼 주변 분위기까지도 잘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민영환이 남긴 기록만으로는 고종이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에 굳이 사절단을 파견한 이유나 배경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윤치호가 남긴 이 당시의 일기 기록을 통해서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김득련이 남긴 한시의 경우 한학을 기본적인 소양으로 가지고 있었던 조선 지식인이 새로이 접하게 된 세계의 각 국 문물과 정황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비유를 하여 그려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사절단이 각 국을 들르는 동안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였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민영환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의 세계 외유 경험을 상당히 강조하고 의의를 부여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하지만 조선인으로서 세계 각 국을 돌아다녔던 경험의 시작은 비단 민영환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니다. 민영환이 일본, 아메리카 대륙, 유럽 지역을 순방하기에 앞서 10여년 전에 민영익도 세계 각 국을 외유한 이후 조선에 귀국하였던 경험(미국으로 보빙사 파견 이후 유럽지역을 경유한 귀국)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영익의 경우에는 그 경험과 갑신정변 등의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하여 오히려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인물이기 때문에 민영환의 세계 외유 경험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민영익에 비해서 민영환은 세계 각 국을 외유한 경험을 꼼꼼하게 일자별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그가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 볼 수 있는 만큼 "기록"으로서 참고할 가치는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과 관련하여 조선 측이 러시아 측 관리들과 접촉하고 요구하였던 사항들에 대해서 윤치호의 기록을 통해서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민영환이 남긴 "해천추범"의 기록만 따라가다보면 그가 경험한 내에서의 사실관계만이 일자별로 나열된 편이라서 이를 둘러싼 전체적인 상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민영환이 사절로 가면서 금전적인 측면은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이러한 조선 측의 움직임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물론 이홍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아관파천 이후 청국이 조선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간략하게나마 드러난다)란 생각이 든다. 대관식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조선을 두고 로바노프-야마가타 의정서를 체결하였던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전문 연구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조선 측이 러시아에 사절을 파견하던 당시의 국제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가도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만큼 연표식으로라도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었더라면 참고해 보기에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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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박문
나카무라 기쿠오 지음 / 중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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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근대사와 관련해서 가장 익히 알려진 인물 중의 한 명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이다. 한국에서는 한국 침략의 원흉으로 사람들에게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며, 일본에서는 일본의 근대 국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친 정치가로서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되어 있는 서적들이 출판되어 있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면 한국과 일본은 결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기도 하다.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되어 있는 1차 사료(伊藤家文書, 秘書類纂, 伊藤博文秘錄, 伊藤博文關係文書 등)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평전(1940년대에 3권으로 출간된 春畝公追頌會의 '伊藤博文傳'이 대표적이다)을 비롯하여 부수적으로 파생되어 나온 저서의 경우 엄청 많기 때문에 찾아볼 경우 거기에 압도될 정도이다. 그 정도로 일본에 있어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하여 인지도에 비해서 이상하리만큼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점은 기존의 한국사 연구자 중에서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된 문제를 천착한 사람이 드문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주제어로 하여 기존의 연구성과를 검색해 볼 경우 논문이 많지 않다. 그리고 단행본으로도 드문 편이다. 번역서가 몇 권 출간되어 있는 정도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천착한 저서가 없다는 사실은 한국 쪽에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상당히 무지하다는 역설(혹은 무시)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일본에서 정치사를 전공한 학자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 개설적으로 다룬 서적이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이토는 일본 측에서 바라보았을 때 정치가로서의 이토, 한 인간으로서의 이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확실히 일본의 시각에서 접근하여 그려낸 이토이기 때문에 초대 통감으로 한국에 부임한 이후 그의 행적, 그리고 한국의 병탄 과정에서 그가 담당한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여실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가 전 생애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추구한 외교 노선 등도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일본의 정계 속에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위상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평전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도 서술하고 있는 중간에 그 내용이 "이토"와 관련되어 있는 정치사보다는 그 당시의 전반적인 정계의 흐름에 대해서 언급하여 이토의 활동이 소략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책의 경우 개설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위에 지적한 내용들은 다른 전문 연구 성과를 통해서 보완할 부분일 것이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전반적인 내용을 통해서 일본 측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토"의 상과 생애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서는 거칠기는 하지만 밑그림을 그려보는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 책의 경우 일본에서 1958년도에 출간된 책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래된 저서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한국 측의 단행본이 두 권 정도 출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후 두 편의 저서를 찾아서 읽어보면서 그 내용이 얼마만큼이나 심화되고 독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추후에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편의 저서는 정일성 씨가 쓴 <이토 히로부미>(지식산업사)와 송영걸 씨가 쓴 <이등박문 연구>이다. 이 두 권의 저서는 곧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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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무네요시 평전 - 미학적 아나키스트
나카미 마리 지음, 김순희 옮김 / 효형출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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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에 마리가 쓴 <야나기 무네요시 평전>은 일본 민예운동의 효시이자 조선의 유물 및 예술품에 대해서서도 많은 자취를 남긴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해서 그의 사상이 형성되어 간 과정, 불교의 ‘無對辭’, ‘不二’사상을 통한 평화에의 애호, ‘복합의 미’ 등에 대해서 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통사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의 문화에 대하여 ‘비애’, ‘한’, ‘선’의 부정적 이미지만을 남겼다는 일면적인 평을 일축하고도 남을 정도로 그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일관되게 추구해나갔음을 나카에 마리는 조선에 대한 다른 평가(활동적이거나 남성적인 측면도 지적하였던 사실)나 오키나와나 아이누의 문화에 대하여 그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남긴 기록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그의 관점은 서구 우월주의에 매몰되어 맹목적 서구 추종자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일본의 대다수 지식인들에게 나타났던 천황을 정점으로 획일화된 대동아공영권의 논리나 국가주의에 매몰된 사람도 아니었음을 보여주면서 저자는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온건한 노선, 소극적 저항의 자세를 취하면서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를 ‘민예’를 중심으로 하여 발굴하고 복원하고자 노력했음을 복원해 내고 있다. 그가 지향한 문화의 ‘복합의 미’에 대한 시각은 세계화나 국제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그 와중에도 다양성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때문에 이 책은 그를 마냥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어용 지식인이었다고만 단언하기는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가 지향한 바나 문제의식(특히 평화에 대한 애호)은 오늘날에도 얼마든지 호출하여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를 애호하고 주지하고자 했던 야나기의 사상이나 행동은 일본의 제국주의가 횡행/만연해 있던 시기를 놓고 보았을 때 어디까지나 소수자의 입장에 머물렀을 뿐이며, 식민지 본국인이라는 우월적인 지위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문화의 다양성이나 복합의 미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피식민지인들의 느끼고 체험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상이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창된 시기가 언제였는가, 그리고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으며, 저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야나기의 입장과 노선을 식민지 조선 내에서 총독부가 한동안 행해졌던 "문화통치"의 논리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다지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물론 야나기가 전반적으로 지향한 노선이나 사상을 단순히 그가 "본국인(일본인)"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통치 노선과 마냥 같았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곤란한 면도 있기는 하다. 저자가 복원해 낸 야나기 무네요시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그 당시의 시대적 환경과 조건 안에서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긍정적 요인들을 많이 발견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인물이 되든 간에 공과 과는 두루 살핀 이후에 평가를 내려야 하는 만큼 읽어나감에 있어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피식민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인물이 아무리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의 영향(톨스토이라든지 오스기 사카에, 백화파 등과의 교류)을 받아들였고, 평화를 평생의 화두로 삼을 정도로 일본 내 사상지형 내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의 소극적 행적(문화 중시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비개입)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방조하는 선에서 머물렀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여지를 남기는 만큼 저자의 의도대로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릴 수도 없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남긴 글이나 행적이 이후 한국 내부의 학계나 그 밖의 공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면서 동시에 좀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카에 마리의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언급이나 검토가 소략한 편인데 앞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성과물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평화"라는 화두를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인물을 통해서 연역적으로 도출해 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야나기가 끄집어낸 ‘민예’의 개념은 중국이나 조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고대의 시기, 그리고 서구 열강의 영향이 극대화되어 스며들고 있던 근대의 시기를 오려내고 그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무로마치~도쿠가와 시기의 중세에 해당한다. 이는 결국 일본이 타국으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은 점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그네들의 문화적 독자성을 찾아내고자 한 집착의 산물(무엇을 과연 일본의 고유한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의식의 천착)이라고도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화의 독자성이라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등의 거시 담론을 통해서보다 일반 민중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미시적인 문화 담론을 통해서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지만 야나기의 사상적 흐름의 변화에서 ‘민중’의 개념은 없다는 면에서 좀더 조심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아무래도 ‘민중’의 삶과는 조금 거리를 두었던 야나기의 경력과 환경에서 비롯되는 바일 것이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야나기의 민중은 스스로 미를 만들어내지도 않고 순종하며 반역심이 없는 존재”(194쪽)였기 때문에 야나기가 설정한 민예의 개념은 오늘날 흔히 언급하는 “민중예술”과는 노선을 달리하고 있는 만큼 그의 민예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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