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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 현지인이 다니는, 전면개정판 자기만의 방
네모 tokyo_nemo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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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도쿄 맛집 안내서의 결정판!

2018그저 블로그나 SNS 맛집을 찾아갔다가 후회했던 도쿄 여행의 기억을 단번에 바꿔준 진짜 도쿄 맛집’ 안내서의 개정판이 나왔다.

 

현지인 친구 네모가 알려주는 진짜 도쿄 맛집이라는 컨셉에 충실하게 도쿄에 사는 일본인이 그것도 한국어로세심하게 알려주는 맛집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나 인스타그래머블한 유행 맛집과는 사뭇 달랐지만이 책을 들고 갔던 도쿄에서 처음으로 스시나 라멘이 아니라 두부조림밥을 먹고관광객 하나 없는 골목 식당에서 직장인들 사이에 끼어 당당히 고등어 된장조림 정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일본어를 잘 몰라도메뉴판에 사진 하나 없어도 무엇을 주문하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친절한 일본인 친구가 내 손에 있었으니까.

 

그 뒤로 여행 때마다 필수품으로 들고 가느라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는데이번에 완전 개정판이 나왔다니 두근두근 기대 만발했었다상큼한 레몬색에 먹음직스러운 돈까스로 바뀐 표지도 예쁘고내용도 더욱 충실해져서 두께도 한층 두껍다그 사이 코로나를 거치며 안타깝게도 폐업한 곳(많았다 흑흑...) 대신 더 많은 맛집이 추가되고구판에는 없던 스파이스 카레나 캬베츠롤 같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맛집도 늘어서 구판을 갖고 있어도 완전히 새로운 책을 만나는 느낌이다.

 

그저 조금씩 내용을 추가한 개정판이 아니라 정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책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은구판에 있던 맛집인데도 사진도 모두 새로 바꾸고 내용과 가격 정보 등 상세한 내용을 하나하나 업데이트한 꼼꼼함은 놀라울 정도다게다가 맛집을 라멘’, ‘돈부리’, ‘생선’ 등 요리별로 구분해 두고책 뒤편에는 도쿄 지도와 함께 맛집을 정리해 두어 이 책만 들고 가면 여기 근처에 어디 맛집 없나?’하고 두리번거리거나 구글 지도를 켤 일 없이 그저 이 책만 촤라락펴면 안심이다.

 

특히 프롤로그에 쓰신 글에서 진짜 맛집을 소개하고 싶은’ 진심이 느껴진다.

특히 여행 중의 식사는 한 끼 한 끼가 소중한 만남일 거예요.”

여행 중 맛없는 식사를 먹는 일만큼 울적한 일이 있을까그런 소중한 기회들을 즐겁고 두근두근한 만남으로 바꿔주는 책올해는 벚꽃이 조금 늦어졌다는 도쿄지금부터 충분히 아름다운 도쿄를 방문할 때 이 상큼한 책만 하나 챙겨가면 맛집 검색할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는 점든든한 도쿄 현지인 친구와 함께 일본의 진짜 맛을 느끼러 출발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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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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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끈 이 편의점 이야기는 편의점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 에세이도, 3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건, 편의점이라는 생활밀착형 공간을 둘러싼 사회 심층 보고서다.

 

10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어쩌다 사장30년째 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아름답거나 따스하지만은 않다. 계약과 매출을 둘러싼 냉철한 돈 이야기, 두 얼굴을 한 알바생 이야기, 본사에서 내려오는 매출 압박, ‘천객만래찾아오는 수상한 손님들 이야기까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철저한 다큐멘터리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 가면 매일 같이 드나드는 똑같은 **마트에도 나름의 얼굴이 있었다. 도심의 매장에서는 아침마다 도시락과 커피를 든 근처 직장인들이 줄을 서 있고, 외곽 한가로운 매장에서는 지루한 표정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잡지를 뒤적이고 있기도 하다. ‘패미치키튀기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하나 부탁하면 요즘에는 구직난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부쩍 늘어난 외국인 점원들이 지친 표정으로 물건을 담아 주었다. 이렇게 계산대 안쪽에 있는 나는 그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르지만, 몇십 명이나 되는 알바생의 근무표를 짜며 머리를 쥐어뜯고, 누군가 클레임을 걸거나 갑자기 그만두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유통기한이 시간이 1분 지나 멀쩡한 음식을 쏟아버리면서도 적자가 나지 않을까 머리를 굴려야 하는 모습은 전혀 편하게 돈을 버는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우리의 모습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출근길에 일부러 돌아서라도 상냥하게 대해 주는 먼 편의점을 찾아가고, 다정한 단골이었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말도 안 되는 진상짓을 펼치며 클레임을 걸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꼼꼼한 다큐멘터리의 후기에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 생생한 고백, 좌충우돌하며 수많은 사람을 겪어내고 서비스업의 최전선에서 인간의 면면을 만나는 부부의 담담한 인생 이야기 끝에 이들이 보내는 이것은 사랑일까 증오일까하는 질문은 바로 이 사회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회와 내 주변에 대한 이 모든 감정은 사랑일까 증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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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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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베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북하우스

 

남극에 가고 싶었다.

사람들과 세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그저 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을 갈 방법을 알아보곤 했었다. 최근엔 주인도, 국경도 없이 그저 하얀 눈과 침묵만 있는 극지에 이끌린 이상한 사람들무리에 끼어 남극을 방문한 일기를 연재하는 소설가 김금희 님의 글을 열심히 읽으며, 나 또한 꿈꾸었던 그 빛과 고요만 있는 극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문명에서 멀어진 곳, 순수, 자연, 궁극의 삶. 그런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치장된 극지는 어쩌면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이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베리 로페즈가 만난 북극은 그런 이상 속 아름답고 순수한 곳이 아니었다. 치열한 삶이 벌어지는 곳, 그 나름의 질서로 움직이는 곳, 인간이 이룬 문명과 역사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로 이루어진 세계였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극지를 찾아간 수많은 탐험가나 과학자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곳은 우리의 판단을 넘어선, ‘당황스러운 존재’, ‘미묘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한계보다 거대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존재.

 

베리 로페즈의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글은 에세이이면서 과학 연구서였다가 북극을 둘러싼 역사를 다룬 역사서가 된다. 신기하게도 화려한 수식어 없는 관찰기인데도 담담한 문장이 끝없는 상상으로 뻗어나가 단순한 문장 하나에도 오래 눈이 머무른다. 극지를 이동하는 고래와 북극곰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삶, 그 삶에 끼어들어 북극이라는 대지를 이용하려는 인간, 그 거대한 대지를 만나며 자신의 욕망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시야를 차단하는 먹먹한 빛과 어둠의 과학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인간의 상상과 전혀 다른 자기들만의 삶을 사는 극지 동물들의 가혹하지만 위엄있는 삶을 새롭게 관찰하고, 그곳을 정복하려다 정복된 사람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역사를 다루며 결국 이 책이 가닿는 곳은 존엄이 등장할 수 있는 존중의 관계를 확립하는 일이다. 인류에게서 가장 먼 북극을 경유해 다시 인간을 돌아보게 하는 이 장엄한 서사시 같은 멋진 글을 이 막막하고 갑갑한 세상의 한가운데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정확하면서 아름다운 문장도 베리 로페즈의 글을 한층 읽기 좋게 만들어 주었는데, 알고 보니 존 버거의 책을 많이 옮겨 주셨던 번역가님의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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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뇌를 만드는 뇌과학자의 1분 명상 - 당신의 굳은 뇌를 가장 빠르고 쉽게 풀어주는 과학
가토 토시노리 지음, 김지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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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가 제안하는 ‘명상’이라니, 그저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라는 평범한 명상 책이라 생각하다 자세를 고쳐잡고 읽어 버렸다.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을 비우는 순간이 일상에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렇게 할 시간도(단 1분도!) 내지 못했던 것은 진짜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그 효과를 알지 못해서였다. 뇌과학자이면서 환자들의 MRI를 살피는 뇌의학자인 저자는 인생을 바꾸려면 ‘마음을 관장하는 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마음을 통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뇌에 접근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은 정말 쉽고 명쾌하게 ‘1분 만에 마음을 평온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림과 간단한 실행 방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해설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데도 정말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예를 들어 ‘촛불을 바라보는 1분 명상’이라면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거나 어른거리는 향의 연기를 찬찬히 들여다본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저 ‘좋은 것을 상상하세요’가 아니라 ‘튤립 하나를 머릿속에 그리고 무슨 색인지, 수술의 모양은 어떤지 상세하게 그려’ 보라던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그 사진의 풍경 안에 내가 있다고 상상하며 이미지를 설명한다’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상상만이 아니라 뇌를 깨우는 전환 스위치를 켜기 위해 양쪽 번갈아뛰기를 하는 등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기발하고도 아주 구체적이며 독특한 방법이 가득해서 어느 하나 따라 해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따라 해 보고 싶었던 것은 ‘즐거운 일을 기억하는 추억 목록’이나 ‘좋아하는 것의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 자기 전 1분 정도 심호흡하며 일과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거나 노트에 적는 방법이었다. 한줄일기를 적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감정’이나 ‘앞으로의 다짐’ 등을 조금 더하는 것만으로도 지나간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삶의 질이 좋아지고, 세부를 떠올리는 기억력이 좋아진다니, 꼭 해봐야겠다, 싶었다.

인생을 즐기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되는 뇌를 좀 더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니, 그리고 그 방법이 이렇게나 간단하다니, 인생의 새로운 기쁨이 한발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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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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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는 동물이었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다. 영장류에서 온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물이기를 거부하며, 다른 동물을 길들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서부터 인간일까? 우리는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르고, 또 같은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결코 정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질문이지만, 어쩌다 (개도 아니고 무려) 늑대를 기르게 된 철학자는 이 야생이면서 야생을 거부하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서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11년간 늑대 브레닌과 살아가며 늑대의 그림자 안에서 인간을 본 철학자가 쓴 ‘늑대와의 동거 일기’는 그저 늑대와 교감하는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동물에서 온 인간으로서 한 걸음 나아가는 철학서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형제라 불러도 될 만한 늑대 브레닌을 데려오고, ‘속임수’를 쓰고 때로 시치미 떼며 온 집안을 헤집어 놓는 늑대를 교육하며 ‘본능을 억눌러도 될까’ 고민하고, 인간과 동물 중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이며 그 ‘야만’을 길들이기 위해 어떻게 서로 ‘계약’을 맺고 살아가는지 살피고, 점점 나이 들어가며 땅에 발이 닿지 않을 것처럼 통통 뛰어다니던 늑대가 몇 킬로만 뛰어도 자기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고민한다.

그래서 철학자인 작가는 ‘우리는 늑대의 그림자 속에 서 있다’라고 말한다. 늑대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아니라 늑대가 발하는 빛 때문에 인간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말한다. 우리는 이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돌아본다. 모든 삶이 그렇듯, 인간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늑대의 짧은 삶에서 인간의 모습을 본다고 한다면 너무 인간 중심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에 대해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존재에 빗대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존재가 현명하고 사회적이고 지적인 인간과 정반대에 있는 야생 늑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루 한 병씩 술병을 비우고,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핍에 시달리며 유령처럼 살던 저자는 늑대와 함께 살며 그 결핍을 조금씩 채우며 성장한다.

두 생명의 이 아름다운 동거는 쓸쓸하고 가슴 아프고, 감동적이고, 때로 몹시 진지하다. 가벼운 에세이를 기대했다가 문득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이 아름다운 책에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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