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사람들,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인사람들, 아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심장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켰다.

미움을 받을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면, 그 미움을 뚫고 살아남는 것도자신의 임무였다.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긴, 속마음을 숨기고 친절한 체 가면을 쓴 자들보다는 적어도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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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것이 책임감인지, 죄책감인지, 애정인지, 증오인지도 모르면서.
또한 그것을 기다리면서..

힘이 없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흔해빠진 일이다. 그러 나 그런 자신을 온 힘을 다해 지켜주려 했던 사람이 있었 듯, 지금 저 꼬마에게 그런 사람이 있어 안 될 것은 무엇인가?

 결국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선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주 오랫동안, 당신도기억할지 묻고 싶었다. 지금의 나를, 이 순간을

"그런 제가 어떻게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은 제게 누구도 뼛속 깊이 미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원한이나 원망 따위는 삶에 검은등불을 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삶은 이미 충분히 어둡습니다. 오히려 밝은 불을 몇 개 켜야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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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말아요. 삶은 한순간에 불과한 건데 뭐가 겁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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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달라. 동료로서 신뢰를 줄 뿐이야. 무조건적인 신뢰도 아니지. 자기만의 삶을 가졌단 말이다. 누구를믿거나, 돕거나,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자신만의 판단이야. 아부하여 얻어 가려는 것도, 속여서 빼앗으려는 것도없어."

한때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은 자랐고, 강해졌으며, 죽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본 자신은 지독히 황폐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친구가 될 수 있었을소년의 마음조차 끝내 얻지 못한 서투름, 피 묻은 손으로떨며 울었던 연약함, 그리고 제 나이답게 사는 소년을 보며 느꼈던 부러움까지도 오직 홀로, 타인 없이도 충분한 그런 사람과는 아득히 멀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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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어머니로 받들며 섬기는 사람들이 있어. 많지않은 동류를 모아 부락을 이루었고, 제사장을 뽑아 옛 재앙을 속죄하며 살아가고 있지. 그들의 삶 속에는 검과 노래가 같이 들어 있어서 어느새 혼연일체가 되어버렸어. 용서와 복수가, 온화함과 잔인함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잊힌문명이다. 이 검을 들어서."
이실더가 단검 하나를 뽑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
"한 생명을 죽임과 동시에 해방시켜줄 수 있는 것처럼."
안개가 자욱한 밤이었다. 모닥불조차 젖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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