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아는 오래전에 식어버린 커피와, 오래전에 끝난대화를 하와이에서 곱씹었다. 만약에 경아가 완벽한 코나 원두를 사서 엄마가 좋아하던 묵직한 미국식 머그에 내려 제사상에 올리면 죽고 없는 사람이라도 웃을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유머였으니까. 엄마.
그띠니 말했던 그 코나 원두야, 하고 죽고 없는 사람을 웃게하고 싶었다.
- P1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를 설득하다 우윤은 아득해졌다. 원래 불안한사람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후천적인 불안이었고, 우윤이 원인이었다. 죄책감과 배신감이 함께 들었다. 어껌 이렇게 속상하게 한담? 우윤이 아팠던 건 우윤 탓이 아니었는데, 이제 와 우윤이 노력해도 우윤의 부모는 변하지 못할 것이었다. 자식만 부모 속을 썩이는건 아니었고 반대도 가능했다.
- P151

"나는 저 마음을 알아. 나는 안다고."
우윤은 엄마가 뉴스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누군가가 자식을 잃는 일이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는 세상이란 게 불만스러웠다. 엄마는 일 년 내내 아픈 아이가있는 가족들에게 성금을 보냈다. 그런 지속적인 행위도 엄마의 불안을 줄이는 데는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
"엄마, 나는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으니까 사는 것처럼 살아야지."
- P152

"나 결심했어, 할머니 제사상에 완벽한 무지개 사진을 가져갈 거야."
"뭐?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하는 거야?"
지수의 결정에 우윤은 깔깔 웃었지만, 속으로 자신도 결정했다. 완벽하게 파도를 탈 거야. 그 파도의 거품을 가져갈 거야.
- P155

가끔은 나쁜 기억들에 잠겨 몸안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럴 때는 말도 잘 할 수 없었으니까.
- P169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두고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P170

입지가 애매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적응하기힘들어하는 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예술 애호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약 있다면 ‘윤리적인‘ 구매자가 되는 법을 배워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쇼핑 이외의 다른할 일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규칙을 바크는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개발하는 일이나,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등 얼마를 주어도 팔지 않을 경험에서 큰 기쁨을 얻는 일 말이다.
- P37

종은 진화하고 소멸한다. 제국은 발흥한 뒤에 분열된다. 기업은 성장한 뒤에 약해지고 망한다. 거기에예외는 없다. 이런 것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많은 멋진 생물들과귀중한 토착 문화가 완벽하게 파괴되는, ‘여섯 번째대멸종‘의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특히 인간이라는 종이 처한 곤경을 바라보는 일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스스로의 문제를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기업은 식량을 생산하고, 질병을치료하고, 인구를 제한하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우리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성과영혼을 저버리지 않고도 수익을 내면서 이런 좋은 일들을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것이다.  - P50

이 책의 초판을 쓰는 데 15년이 걸렸다. 전형적인기업의 규칙에 따르지 않고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것, 단순히 좋은 성과가 아니라 훨씬 더 압도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100년 후에도 존재하고싶은 기업들에게 확실하게 증명할 시간이 필요했기때문이다 - P52

열다섯 살 소년은 덫으로 참매를 잡은 뒤 새와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새워서 결국은 그 새가 자신의 주먹 위에서 잠이 들 정도로그를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오로지 긍정적인 보상을 통한 ‘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만을 사용해서 이 자랑스러운 새를 훈련시켰다. 선불교의 대가가 봤다면 "수련을 받고 있는 게 누군가?"라고 물을만한 상황이었다.
- P67

우리 미국 등반가들은 랄프 왈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존 뮤어와 같은 초월적 사상가들의 글을읽으면서 성장했다. 산에 오르거나 자연을 찾을 때는 그곳에 갔던 흔적을 남기지 말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준은 난정이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쩐지 자기 탓인 것도 같았다. 아이가 아팠고, 돈이 급했다는 흔해 빠진 이유로저 특별한 여자를 주저앉힌 것이 세상인지 자신인지헷갈렸다.
- P1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는 강렬한 인물.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성격상 쉽게 분쟁에 휘말리는 편이었고, 그럼에도 자기 의견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으며, 대중의 가벼운 사랑과 소수의 집요한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쉽사리 희미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대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았는데 세상을 뜨고 십년이 지나자 사람들이 어디선가 자꾸 조각글과 영상들을 발견해냈다. - P19

뭉툭한 유화 나이프였지만 그래도 나이프였고, 할머니의 팔뚝 바깥쪽에 흉터가 남았었다. 염을 할 때 보았다. 그 희미한 흉터를, 20세기에 생겨 21세기에 불타 사라진 흉터에 대해, 화수는 자주 오래 생각했다.
- P21

질문자 : 그럼 질문을 좀 바꾸겠습니다. 성공적인 결혼의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시선 :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와 좋은 섹스
- P24

한사람에게 모든것을 구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 간절히 필요로 하는 모든요소를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아주 낮지 않을까요? 그리고 규칙적인 근사한 섹스의 가치를 너무 박하게 평가하지 마세요. 스트레스 핸들링에 그만큼 도움되는 것도 잘 없습니다. 제법 괜찮은 섹스는 감은눈에 존재하지 않는 색깔이 떠오르게 하니, 그림일기를 쓰고 싶어질지 몰라요..
질문자 육체적 관계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요?
심시선 사흘에 한 번씩 섹스를 하고 싶은 사람들 말고는 결혼을 안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여성 XX, 주최 다과회 녹취록 (2003)에서 - P25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 P30

내 딸..… 난정은 우윤이 보고 싶어 내내 우는 대신 계속 읽었다.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는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 P30

20세기의 숨막히는 참혹함에서 살아남아, 여러 언어를 마구 섞어 생각하는 작고 완고한 머리를 보며 난정은 어떻게 테두리를 만들고 울타리를 쳐야 할지 난감했다.
- P31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자살률이 높다지요? 한국예술가들의 자살률은 아마 그보다 더 높을 겁니다.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 거의 격년으로 한 사람씩을잃었습니다. 예민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는 건압니다. 파들파들한 신경으로만 포착해낼 수 있는 진실들도 있겠지요.

단단하게 존재하는 세상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행위는 사실 사살을 닮았을 테고요. 그래도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 P40

할머니는 장례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가 들어가는 단어는 사실 묶어서 싫어했다. 모던 걸, 우리의 모던 걸.
내 모든 것의 뿌리, 아직 태어나지 않은 괴물의 콧등에 기대 많이 울었다.
- P100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죽음에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행위는 읽기라고, 동의할만한 사람들과 밤새 책 이야기나 하고 싶었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