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읽고있는 소설.앞서 나왔던 에피소드에 엑스트라처럼 등장했던 이들이 얘기가 나온다. 흥미롭다
그렇게 나쁠 것도 좋을 것도 비극도 희극도 없는 얼굴로 노래하는, 그냥 흔한 어느 친구의 류일 뿐이었다.
어떤 마음의 열도가 사그라든 후우리를 휩싸는 알싸한 공기와무미건조하던 일상을 채우는풍부한 감정의 서라운드
그러니까 아이는 집에도 있지 못하고 학교에도 들어가지도 못한채 교문에 매달려서 흔들었다. 몸을, 교실 안으로 들어가서 까불지는 못하고 그 경계에서 철문에 붙어서 흔들며 소리를 냈다. 노래를 불렀을까, 그러니까 나를 좀 봐달라고, 이렇게 어린 나를 누구도 봐주지 않는데 원래 세계는 이렇게 고독할까, 이렇게 흔들어도 계속 혼자일까, 이렇게, 하고,
물론 연애도 했다. 하지만 애인들에게조차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성의가 없었으므로 오래가지 못하고 시든 배추처럼 종결되곤 했다. K는 실연을 경험하고 나서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고 도리어 고양감 같은 것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위해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깊게 깊게 파고들어가면서 곪고 썩어가는 과정을 괴상한 희열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치명적인 고통에 대해 깨닫지 못한 어떤 마비 상태이기도 했지만 어떻든 그것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도를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저 조용히 활자나 다루면서 고독하지만 생산적으로 인생을 보내고 싶을뿐이었는데
결별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분노와 냉소와 찬멸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연애를 지속하면서도 결혼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운주가 알거지가 돼서 결혼을 하려야 할 수 없어지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운주는 블랙홀처럼 내 모든 원망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시킨 것이 오 년 연애의 종말이라는사실이 참으로 허망했다.
은수가 어떻긴 뭐가 어떤가. 그냥 잘생기고 가난하고 우울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고 불안정하고 종종 죽고싶고 그런데도 일은 나와야하고 꿈은 멀고 다 귀찮고 때론 내몸이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버리고 싶고 길바닥에 버리고 줄줄 세어나오게 심장이랑 머리랑 손톱이랑 발목이랑 벗어두고 홀가분해지고 싶지. 그렇게 젊은게 좋으면 니들이나 가져라 하면서 젊다고 할 수있는것들은 다 버리고 눕고싶지. 아무데나 누워서 구름이나 세고싶지.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궁무진한 함수로 이어져있는 미궁이 아닌가. 우리는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 죄인이 될 수도있고 사랑해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는 행운아일수도있고 세상에는 돌고래나 대형수목과, 심지어 좋아하는 책상과 결혼한 사람도있다. 그런 목재로 만들어진 반려자는 왁스를 먹여주는 일 이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다양한 스킨십도 가능하다고 책상과 결혼한 여자가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상상력만 있다면 불운한 사랑이란 없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랑이 그렇게 시시해지기를 원하지않았다. 왜냐면 그게 아니라도 세상에는 시시한것들 투성이니까.
할말이 있다기보다는 파도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고 우리는 어른들의 캐노피에서 떨어져 있으며 유나가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립감은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마치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을 밟았던 아까의 낮처럼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따뜻해진다는 것은어쩌면 별이 된다는 것은 아닐까, 측정할 수 없는 정도의 열기를 갖게되어 눈부시게 밝아진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재회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이 기적과도 같은 불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대로 낭만적인 밤이었지만 둘은 미안하거나 사랑하거나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사가주교와 여왕을 움직이며 서로를 제거하는 데에만 안간힘을 썼다.
국화는 알고 보면 선배가 굉장히 유아적이라고 했다.자기 말만 떠드는 것, 타인을 박하게 평가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 애정을 갈구하는 것,오토바이를 샀다가 중고로 팔고 또다른 오토바이를 타는 것, 소비에 열을 올리는 것, 거기에는 부리는 것, 거기에는 돈부터 사람까지 다 해당하는 것.
국화가 입을 열 때마다 선배는 힙하고 쿨한 우울한 청춘에서 어딘가 속물이고 이기적인 흔한 이십대로 달라졌다.
나는 사랑에서 대상에 대한 정확한 독해란, 정보의 축적 따위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행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