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가 어떻긴 뭐가 어떤가. 그냥 잘생기고 가난하고 우울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고 불안정하고 종종 죽고싶고 그런데도 일은 나와야하고 꿈은 멀고 다 귀찮고 때론 내몸이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버리고 싶고 길바닥에 버리고 줄줄 세어나오게 심장이랑 머리랑 손톱이랑 발목이랑 벗어두고 홀가분해지고 싶지. 그렇게 젊은게 좋으면 니들이나 가져라 하면서 젊다고 할 수있는것들은 다 버리고 눕고싶지. 아무데나 누워서 구름이나 세고싶지.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궁무진한 함수로 이어져있는 미궁이 아닌가. 우리는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 죄인이 될 수도있고 사랑해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는 행운아일수도있고 세상에는 돌고래나 대형수목과, 심지어 좋아하는 책상과 결혼한 사람도있다. 그런 목재로 만들어진 반려자는 왁스를 먹여주는 일 이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다양한 스킨십도 가능하다고 책상과 결혼한 여자가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상상력만 있다면 불운한 사랑이란 없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랑이 그렇게 시시해지기를 원하지않았다. 왜냐면 그게 아니라도 세상에는 시시한것들 투성이니까.
할말이 있다기보다는 파도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고 우리는 어른들의 캐노피에서 떨어져 있으며 유나가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립감은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마치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을 밟았던 아까의 낮처럼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따뜻해진다는 것은어쩌면 별이 된다는 것은 아닐까, 측정할 수 없는 정도의 열기를 갖게되어 눈부시게 밝아진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재회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이 기적과도 같은 불행이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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