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조용히 활자나 다루면서 고독하지만 생산적으로 인생을 보내고 싶을뿐이었는데

결별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분노와 냉소와 찬멸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연애를 지속하면서도 결혼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운주가 알거지가 돼서 결혼을 하려야 할 수 없어지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운주는 블랙홀처럼 내 모든 원망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시킨 것이 오 년 연애의 종말이라는사실이 참으로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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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가 어떻긴 뭐가 어떤가. 그냥 잘생기고 가난하고 우울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고 불안정하고 종종 죽고싶고 그런데도 일은 나와야하고 꿈은 멀고 다 귀찮고 때론 내몸이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버리고 싶고 길바닥에 버리고 줄줄 세어나오게 심장이랑 머리랑 손톱이랑 발목이랑 벗어두고 홀가분해지고 싶지. 그렇게 젊은게 좋으면 니들이나 가져라 하면서 젊다고 할 수있는것들은 다 버리고 눕고싶지. 아무데나 누워서 구름이나 세고싶지.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궁무진한 함수로 이어져있는 미궁이 아닌가. 우리는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한 죄인이 될 수도있고 사랑해 마땅한 사람을 사랑하는 행운아일수도있고 세상에는 돌고래나 대형수목과, 심지어 좋아하는 책상과 결혼한 사람도있다. 그런 목재로 만들어진 반려자는 왁스를 먹여주는 일 이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다양한 스킨십도 가능하다고 책상과 결혼한 여자가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상상력만 있다면 불운한 사랑이란 없는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랑이 그렇게 시시해지기를 원하지않았다. 왜냐면 그게 아니라도 세상에는 시시한것들 투성이니까.

할말이 있다기보다는 파도 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고 우리는 어른들의 캐노피에서 떨어져 있으며 유나가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고립감은 소중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마치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을 밟았던 아까의 낮처럼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따뜻해진다는 것은어쩌면 별이 된다는 것은 아닐까, 측정할 수 없는 정도의 열기를 갖게되어 눈부시게 밝아진다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재회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는 그것이 기적과도 같은 불행이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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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대로 낭만적인 밤이었지만 둘은 미안하거나 사랑하거나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사가주교와 여왕을 움직이며 서로를 제거하는 데에만 안간힘을 썼다.

국화는 알고 보면 선배가 굉장히 유아적이라고 했다.
자기 말만 떠드는 것, 타인을 박하게 평가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 애정을 갈구하는 것,
오토바이를 샀다가 중고로 팔고 또다른 오토바이를 타는 것, 소비에 열을 올리는 것, 거기에는 부리는 것, 거기에는 돈부터 사람까지 다 해당하는 것. 

국화가 입을 열 때마다 선배는 힙하고 쿨한 우울한 청춘에서 어딘가 속물이고 이기적인 흔한 이십대로 달라졌다. 

나는 사랑에서 대상에 대한 정확한 독해란, 정보의 축적 따위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행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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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주변엔 늘 친구들이 있었고 같이 급식을 먹는 무리도있었다. 하지만 그 무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친한친구가 있는것도 아니었고, 누구와 집에 가건 누구랑 밥을 먹던 크게 신경쓰지도 않는것 같았다. 때로는 혼자 다녔다. 그러면서도 왕따를 당하거나 겉돌지 않았다. 그저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 같았다.

나한테 그건 있지. 살아서 뭐하려고, 하는 질문이랑 비슷해. 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거처럼, 그냥!

하지만 나는 그런거 모두 약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강한것을 동경하며 생기는 나약함의 표현.

신은 이상한곳에 천사의 얼굴을 주셨다.

진심, 이라는 단어 뒤에 찍힌 마침표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 마침표가 곤이의 삶을 바꾸기른 바랐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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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 하긴 힘든데… 그러니까, 브룩 실즈는 젊었을때 알고 있었을까? 늙을 거라고, 지금이랑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이 들어 있을 거라는 거. 늙는단 거, 변한다는 거,
알고는 있어도 잘 상상하진 못하잖아. 갑자기 그런 생각이들었어. 어쩌면 지금 길 가다 보는 이상한 사람들, 그러니까 뭐 지하철 안에서 혼자 중얼대는 노숙자 아줌마라든가, 무슨 일을 겪은 건지 다리가 양쪽 다 없어서 배로 땅을 밀면서구걸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젊었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

계절은 어느덧 5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 5월 정도면 많은 게 익숙해진다. 신학기의 낯섦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 다. 어려운 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거다. 언 땅이 녹고 움이 트고 죽어 있는 가지마다 총천연색 꽃이 피어나는 것. 힘 겨운 건 그런 거다. 여름은 그저 봄의 동력을 받아 앞으로몇 걸음 옮기기만 하면 온다.
 그래서 나는 5월이 한 해 중 가장 나태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한 것에 비해 너무 값지다고 평가받는 달, 세상과 내 가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달이 5월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게 움직이고 빛난다. 나와 누워 있는 엄마만이 영원한 1 월처럼 딱딱하고 잿빛이었다.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을 거라고,

 곤이는 그 저 자신의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 버려지고 헤집어지고 때로는 지저분하다고 말하기에 충분한 인생을, 십육 년의 삶으 말이다. 나는 운명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 거라고 말해 주려다가 그만뒀다. 그거야말로 책에서 읽은 구절에 지나지않았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건 양쪽에서 내손을 맞잡읏 두손의 온기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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