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친구 아이토르는 어떻게 됐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대로예요. 늘 총탄 속에서 흠집 하나 없이."
"그는 무서운 게 전혀 없나 봐요. 그에게 안부 전해 주세
"전쟁이 끝나면 무슨 계획이 있어요?" 빅토르가 그녀에게물었다.
"다른 전쟁을 찾아가는 것. 늘 어딘가에는 전쟁이 있거든요. 당신은요?"
"당신이 괜찮다면 우리가 결혼할 수도 있는데." 그가 수줍음으로 목이 잠긴 채 슬그머니 말을 꺼냈다. - P23

"나는 사랑할 시간이 없어요."
"어쩌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다시 만날수 있다고 봐요?"
"틀림없이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요. 빅토르, 나를찾아와요.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나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에게 키스해도 될까요?"
"아니요." - P24

부두에서 일하는 짐꾼의 딸인 카르메는 수녀들의 후원을 받으며 어릴 때부터 수도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가 결혼이라는 성스러운 결합을 비웃는 무신론자에 무정부주의자요, 어쩌면 프리메이슨일 수도 있는 한량과 동거하겠다고 수녀원을 박차고 나간 것을 수녀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 P30

그 몇 년 동안 돈 산티아고가 깊은 환멸과 분노를 느꼈던
여러 이유 중에는 피후견인의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학내 폭도들, 특히 마르셀 류이스 달마우 교수라는 작자의 나쁜 영향을 받아 그의 로세르가 빨갱이가 된 것이다. 그 교수는 공산주의자인가 사회주의자인가 무정부주의자인가 하는, 결국에는 모두 매한가지인 악랄한 볼셰비키주의자였다 - P43

 그녀는마르셀 류이스가 가족을 스페인에서 멀리 떠나보내기 위해마련한 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 중에서망명을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랑스나 다른 어느 곳에서 그들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자기네 집과 동네와 언어와 친척과 친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다.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자 그들은 단념하고, 협상된 평화와 파시스트의 탄압을 견뎌내야 할 가능성을 조용히 점쳐 보았다.  - P62

 그리고 로세르 앞에서는 동료들이 저지른 집단 처형에 대해서도 거의 인정하지않았다. 그들은 둘씩 묶은 적군 포로들을 트럭에 싣고 공터로 데려가 아무 절차도 없이 처형한 뒤 커다란 웅덩이에 한꺼번에 파묻었다. 마드리드에서만 그런 식으로 이천 명 넘게사망했다. - P62

티푸스를 앓던 최악의 순간, 고통과 두려움이라는 오물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죽을 것만 같았을 때, 그는 허우적대다가 죽지 않기 위해 절망에 가까운몸짓으로 로세르를 꽉 붙잡았다. 혼란에 빠진 그에게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유일한 나침판이고, 그녀의 강한 눈빛이 유일한 닻이었다. 그리고 그 강한 눈빛은 금세 생글거리는 순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 P65

"로세르, 뭐 하는 거야? 언제든지 어머니가 돌아올 수 있어."
"일요일이에요. 아주머니는 광장에서 사르디나 춤을 추고있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빅토르와 얘기하기 위해 전화국에 가서 줄을 설 거예요."
"나한테 옮을 수도 있어..………."
"처음에 옮지 않았다면 이제 와서 그러기는 힘들어요. 핑계는 그만 대요. 기옘, 얼른" 로세르가 브래지어와 팬티를벗고, 침대로 그를 밀어 넣으며 재촉했다.
로세르는 남자 앞에서 벌거벗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 비상 상태에서 배급으로 살며 이웃과 친구를의심하고, 늘 죽음의 사신을 눈앞에 두고 살다 보니 소심함을 잃었다. 수녀들이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귀하디귀했던 처녀성이 스무 살이나 된 그녀에게는 결함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미래도 없었다. 전쟁이 앗아가기 전에 누릴 수 있는 바로 그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P66

동료들이 무서운 속도로 쓰러졌고, 제 차례는 언제가 될지 자문하기도 했다. 비행기의 기관총 세례를 피하기 위해 부상자들은 전조등도 켜지 않은 차에 실려 야간에 이송되었다. 상태가 꽤 심각한 몇몇 부상자는 총 한 방을 쏴 주는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산 채로 적의 수중에 들어가는 게 죽는 것보다 수천 배 끔찍했기 때문이다. 잔인한 태양 아래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기 전에 수습할 수 없는 시신들은 말과 나귀처
럼 돌로 덮거나 태워 버렸다.  - P68

 그 바스크인은 두려움을 쫓고 행운의 여신을 유혹하기 위해 꿈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다. - P73

그들은 아버지 마르셀 류이스의 죽음으로 아직 상중이었다. 그는 몇번이고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말이 마음속에서 얼어붙어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세르가 출산하거나 전쟁이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를 품에 안으면 아들을잃은 카르메의 고통과 사랑을 잃은 로세르의 고통이 조금은견딜 만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P77

"카르메, 보복이 잔인합니다. 그들이 단 하나의 진정한 믿음과 조국의 가치를 교육한답시고, 어미에게서 자식을 빼앗아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위탁한다는 거 아십니까?"
"그러기에는 내 자식들은 이미 커버렸네."
"그건 한 가지 예에 불과합니다. 내가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와 함께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면 어머님은 혁명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미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총살당할 테니 말입니다."
"이봐, 젊은이, 나는 쉰네 살이나 먹었고, 폐병 환자처럼기침하네. 오래는 못 살 듯싶어, 망명 떠나서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나? 프랑코가 있든 없든 내 집에서 내도시에서 죽고 싶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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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있던 벽도 허물어질 법한데, 없던 벽이 생겨났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얼마나 큰 갈등과 아픔이 이 벽을 세웠는지, 다시 또 얼마나 큰 고통과 아픔이생겨날지 생각하니 마음이 참담해졌습니다. - P36

사실 자신과 타인 사이에 선을 긋고 벽을 세우는 건 인간의 본성입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나는 너와 다르다‘라는 자의식 속에서 자아가 형성되고 발전하니까요. 하지만 나와 너는 다르다고 구분 짓는 경계 행위의 끝은 어디이며, 거기에서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요? 양파도 겉껍질만 적당히 벗겨내고 요리해야지, 자꾸 벗겨내기만 하면 눈물만 날 뿐 그 끝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 P40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구한 역사 속에 얽히고설킨 맥락을 무시한, 이 같은 단순한 인식으로 그동안 반복해온 관계가 쉽게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두 세계가 믿는 같은 신과 같은 조상이 인류와 후손에게 원하는 바가 이토록 오랫동안 참혹하게 전쟁과 살육을 이어가는 것일까, 하고 묻게 됩니다. 인간이그토록 전쟁과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종교적 신념이 결국 동일한 신에 대한 믿음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사실에는 어딘지 모르게 허무한 비애가 있습니다. - P41

나아가 ‘바라봄‘이 늘 타인을 향한 것이라면 타인의 단점, 잘못된 점만 쉽게 보게 되어 결국 상대를 탓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타인을 바라보는 만큼 더 절실히 주의를 기울여 자기 자신을바라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조화로운 질서에 관해 연구하려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진실하고 치열하게, 내면을 바라보는 눈앞에 등불을 켜서 들어야 합니다.  - P43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엄마를 보여주는 일이 꼭 신이 해결해줘야 할 문제인가?‘
그렇지 않나요? 사실 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또 신의 도움이 지상에 미치지 못해도 인간 스스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 P49

그 부조리함 사이에서 그것을 ‘신앙의 신비 mysterium fidei‘로 믿고 살아가는 인간인 저는 질문하는 인간에게는 분명히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답이 온다는 것을 믿으며, ‘나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 P54

게 되었습니다. 실패와 실수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려야 합니다. 한없이 작게 부서지고 무너지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않을 다른 방법은 없었나? 그게 최선이었던 걸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고통은 줄어들었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 P63

이제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한 번에 잃을 수도 있는 많은 돈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건강한 태도와 정서일 것입니다. 실패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힘도 포함입니다. 그것을 해낸 사람은 자기가약해졌을 때 오히려 강해질 수 있음을 멈춰 섰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P65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영적인 존재를 통해 영원과 소통하기를 갈망합니다. 고대시대부터 생각해보면 그 대상은 때로 나무이기도 했고, 바람이나 태양, 달과 벌이기도 했으며, 또 유일신이기도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바람과 갈망, 평화를 기원하고 기도할 대상을 필요로 합니다.  - P72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로마에서 유학하던 중에도 내내 마치 전장 속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때도 현실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정하게 구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공부만이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외의문제는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실은나의 마음과 달랐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잠시 기댈 수 있는 가족이없다는 사실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 P77

합법적인 관계 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 육체적으로나정신적으로 불편한 사람들,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이들처럼 우리사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과 고통에 직면한 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아닙니다. - P84

시인의 수업은 종교인이나 신학자에 의해 비난받지 말아야 함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시인의 수업은 비르길리우스 Virgilius 의<파르테니아스Parthenias>라는 제목에서 발췌한 시들의 숨겨진의미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 사실 시학은 결코 신학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이상하게 여겨지는가? 신학은 거의 신에관한 시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 P87

신에게 드리는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신에게 많은 것을 원하고 바라면서 기도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미래를 희망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방향을 모르면 올바른 기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갈구하기 전에자신이 무엇을 희망하는지, 그 희망의 방향성이 맞는지,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거기에서 나아가 신에게무엇을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성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 P97

 예전처럼 종교 행사에 참석할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자기 신앙을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일상에서 전보다 더 내적 평화를 가지고 충만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켜야 할 교리에 매여서 내적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신앙을 깊이 들여다볼 수없었던 사람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진정한 신앙에 초대된 시간이아니었을까요?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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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반(反)중국 발언을 끈질기게 반복하자 미국인종주의자들은 아무 아시아계 사람한테나 대고 질병을퍼뜨린다고 비난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인을 코로나 질병 그자체처럼 취급했다. - P10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 P26

아이오와 문예창작 과정에 다니던 다른 유색인종 작가 중에정체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시와소설에서 인종적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묘하게도 그들은 전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 P35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 신화를 퍼뜨려 자본주의를을 견제하는 작업에 선전하고 흑인 민권 운동을 깎아내렸다. 우리 아시아인은 뭘요구하지도 않고, 근면하고, 절대로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고분고분하게 일만 열심히 하면 차별은없다며, 저들은 우리를 안심시켰다. - P42

샤마는 상황을 알고 나서 성희롱으로 고발했다. 이 일에연루된 전원이 사과했다가 샤마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화를 냈다. 장난이었다니까. 왜 참고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거야? 증언 과정에서 한 백인 여성 동료가 "사태가 터무니없이부풀려졌다"라고 진술했다. 동료들은 학과 내의 유해한 분위기를 단호히 뜯어고치기는커녕 샤마를 고용한 일이실수였다고 단정했다. - P44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잘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우리 자신을 잘 믿지 못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너무 크게낸다고,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혹은 야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자책한다.  - P47

우리의 아버지들이 오래도록 고생하며구축한 존엄성은 너무나 부서지기 쉬웠다. 내가 이것을 아는이유는 나도 아버지를 다른 미국인들처럼 의심스럽게 바라보곤했었기 때문이다. - P48

 유대인 친구하나는 자기는 절대로 유대인 심리치료사에게 가지 않는다고했다. 가족의 모든 문제가 문화적인 문제라고 쉽게 전제되기때문이란다.  - P49

"강제수용소를 언급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쟁때 필리핀에서 전쟁 포로 생활을 했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선교사 집안 출신입니다. 나는 당시 어린아이였는데도 우린전부 수감됐습니다. 미국이 일본계 미국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일 때문에 일본 병사들이 우리를 고문하겠다고 위협했어요.
트럼프가 제안하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그가 우리 모두를위험에 몰아넣고 있는 겁니다." - P52

나의 아시아인 친구들과 다오를 기사로 다룬 아시아계미국인 기자들이 똑같은 말을 했다. "다오는 우리 아버지를연상시킨다." 나이만 같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단정하고조심스러운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익숙했다. 별 특징 없는 그런차림은 편안함만이 목적이 아니라, 무해한 익명의 전문직 종사자같은 분위기가 전달되도록 의도된 보호색 역할을 했다. 그의외양은 ‘나는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아니오 ‘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은 특히아니었다. - P54

나는 다오를 보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집에서 질질 끌려 나오는모습을 목격하던 우리 아버지를 생각했다. 역사를 통틀어 강제로질질 끌려가던 아시아 사람들을 생각했다. 태어난 고향 집에서,
제2의 고향 집에서 태어난 고국에서, 제2의 고국에서 쫓겨나고내쳐지고, 퇴출, 퇴거, 추방되던 그들을 생각했다. - P57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저서 『농담과 무의식의관계에서 농담을 경향성 없는 농담과 경향성 있는 농담의두 범주로 분류한다. 경향성이 없는 농담은 아이들에게수수께끼를 들려주듯 무해하고 무독하다. 경향성을 갖는 농담은공격적이거나 저속하거나 아니면 둘 다여서 우리의 의식 속에서억눌린 부분을 캐낸다.  - P62

버리기 어려운 습관이었다. 나는백인의 환심을 사도록 양육되고 교육받았으며, 환심을 사려는 이욕망이 내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위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그것은 백인의 환심을 사고싶어 하는 나 자신의 일부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 P66

나중에는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기를되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 육체가비물질화되고, 내 정체성이 떨구어지고, 내가 다른 삶을 사는것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글이 이 자유를인증했다. 존 키츠에 따르면 시인은 "정체성이 없다-시인은끊임없이 어떤 다른 사람을 대신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한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학은 모든 주체가 피해 가는 그 중립자,
그 합성물, 그 모호성이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비롯하여모든 정체성이 실종되는 덫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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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는 덴 관심 없습니다."
로스가 경고했다.
"대중들이 멋대로 당신의 이야기를 지어내게 두면 안 돼요. 조트양, 그들은 진실을 왜곡할 줄 알거든요."
"기자들도 마찬가지죠." - P186

"저는 캘빈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캘빈은 총명하고 상냥하기도했지만, 나를 진지하게 대해준 최초의 남자였으니까요. 모든 남자가여자들을 진지하게 받아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교육이 바뀔 겁니다.
노동력에는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결혼정보회사는 파산할 겁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 P191

"저는 ‘우리‘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로스 씨. 우리의 실수 말예요. 자연은 인간보다 더 높은 지적 영역에서 작용합니다. 우리는 더 배우고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문을 열어젖혀야 합니다. 명석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성차별과 인종차별이라는 무식한 편견 때문에 과학 연구를 못 하고 있어요 저는 그 점에 무척 분노하고, 당신도 마땅히 분노해야 해요 과학은 기아와 질병, 멸종 등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P193

"해리엇은 조금 있으면 돌아올 거예요."
매드는 물어봐도 괜찮을지 잘 알 수 없어서 망설이다 물었다.
"웨이클리 아저씨, 저녁 먹고 갈래요?"
그는 멈칫했다. 만약 그날 일진에 따라 식단을 정해야 한다면 그는 평생 매끼 브라우니를 먹어야 할 터였다. - P205

"매드, 사생아라는 건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네 아빠랑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나도 그 뜻은 알아.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 P210

"알아. 하지만 그래서 슬퍼, 엄마 엄마는 실험실에 있어야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TV에서 저녁을 만들고・・・・・・ 그리고・・・・・・ 그게 다나 때문이잖아." - P213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못됐어. 그렇다는 생각이 들면 네 생각이 맞아." - P223

"그 마음 압니다. 하지만 저를 믿으세요. 당신의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문제는 당신이 이 세상을 뜨고 싶다는 데 있지 않아요"
엘리자베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이 세상에 들어가 살고 싶어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 P230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 P236

"바로 그날, 스물일곱 살 여자는 아들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죠."
그러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털어놓았다.
"내 아들을요."
얼굴의 핏기가 싹 가신 엘리자베스는 뒤로 물러섰다. 회색 눈망을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에이버리 파커는 천천히 말했다.
"나는 캘빈 에번스의 생물학적 어머니예요. 그리고 조트 양이 허락해준다면, 내 손녀딸을 꼭 만나고 싶답니다." - P263

"우리 사이엔 화학이 존재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우리는서로 화학 작용을 일으켰어요. 그건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고요." - P272

상대의 재능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그 재능에 주눅 들지 않고 앞으로 상대가 발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능력이야말로 총명한 사람의 자질입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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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나 종교인과 연관된 소식을 접할 때, 그 종교의 본질과 가르침에부합하는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이고 무겁고 어두운내용을 압도적으로 많이 접하곤 합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은 저마다의 무게와 불안으로 힘겨운 상황일 때가 많은데, 굳이 거기에 피로를 더해줄 주제로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 P6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마치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P10

유한한 인간은 그렇게 영원을 꿈꿀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영원을 꿈꿀 때 유한이 영속하는 형태라고 느끼곤 합니다. 이를테면 영생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종교에서 표현하는 영원도 그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진정한 의미의 ‘영원‘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그 사실은 불변한 진리입니다. 그러므로만약 인간에게 영원이 있다면 유한한 인간이 그 일부가 되는 형태로 영원이 존재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령 인간의 지혜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넘어 후대로, 다시 또 그 후대로 계속 전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 P10

‘여기는 외국이라서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 달라질 거야.‘
하지만 2010년,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도 혼자였어요. 아니, 사실 어디에 있든 저는늘 혼자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서울이든 로마든 또 다른어디든 간에, 제 삶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기만 하느라 그 속에사람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습니다.  - P25

최근 우연히 <나의 아저씨>라는 TV 드라마를 알게 됐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드라마 속 40대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보며, 자기주위에 ‘저런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지는 않아서 내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성별과나이를 불문하고 삶에서 보고 배울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을바라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런 바람 역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바라는 생각의 어른은 많이 공부하고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그가 공부하거나 소유한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진심으로 누군가의 곁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합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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