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키기 위해 똑똑해진 것처럼 명월은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강해졌다는 걸 잊고 있었다. - P23

진화는 침략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희생이었지만 인류는 결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도착한 미래는 통로 같았다. 머물지 못하고 지나가야만 하는단계. - P23

다른 종족의행성을 빼앗아 지구에 넘쳐나는 인간을 위해 새로운 터전을만들자는 의미였다. - P25

할머니는 자신을 사랑했지만 제 딸을 더 사랑했을 테니까. 그래서 할머니 앞에서 마음껏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언제든 자신에게 울며 화를낼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속에 살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강설조차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지만크고 나서 깨달았다. 자신은 웃으면 죄가 되는 세상을 살았다. - P28

우주에서 적이 쳐들어온 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였다. 해일이나 화산 폭발처럼 인간의 실수나 잘못이 조금도섞여 들지 않은 완전한 비극. 시간당 100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지며 하수구가 범람하고 지대가 낮은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순식간에 물에 잠긴 것도, 하필 그날 고열을 앓는 딸이 있어 당장 응급실을 가야 했고 비 때문에 구급차가 출동할 수 없어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았던 것도 불가항력의 사고라고 칠 수 있다면, 그렇게 목숨을 부지한 사람이 무엇을 탓하며 살아가는지 강설은 잘 알았다. - P32

명월도 강설에게 다를 바 없는존재인데. 곁에 있는 사람을 다 붙여도 명월 한 명을 못 이기는데. - P35

90분이면 다 낫겠지. 목이 뜯기거나 심장이 뽑히지 않는이상 대부분의 상처는 다 나을 것이다. 그러라고 진화시켰고,
그렇기 때문에 쫓겨나는 존재였으므로. - P46

강설은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다 문득,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진 자신과 버티기 위해 싸우는 법을 배운 명월이 안쓰럽다고 느꼈다. - P49

"마지막 말을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세상에서 너를 제일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대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들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걸 못한 게 후회가 돼요. 강설 씨,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두려운 시절은 이미 다 지나갔는데, 강씨가 두려워하는 건뭐예요?" - P52

사랑해 마지않던 사람들을 연이어 떠나보내게 되면 마음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해두는 것, 기댄다는 건 그것이 사라졌을 때 넘어진다는 것, 함께한다는 건 섞일 수 없는 물체가 잠시 머물다 갈뿐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했다.  - P53

어쩐지 지구는, 아니 인류는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세월을보낸 모양입니다. 대장님도 분명 흥미로워하실겁니다. 지구는 익숙하지만 낯선, 무섭고 아름다운 행성이 되었습니다. - P60

대장님, 우리는 앞으로 제2의 지구에서 새 문명을 꾸려야합니다. 우리는 밝게 빛나는 별에 태양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이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를 건설할 테지만 우리가누렸던 과학과 기술을 재현하려면 배양에 있는 인간이 자라고, 배우고, 아이를 낳고, 세대를 몇천 년간 넘겨야 가능하겠지요. 저는 벌써 고민입니다. 우리가 살았던 첫 번째 지구에 대한기록을 남길 것인지에 관해. 그래도 대장님, 저는 인간이 바키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두 번 다시 어떤 것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P79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 P83

"보통 꿔요. 함장님도 끔찍한 꿈 꾸세요? 에디 박사님 말로는 잠들어 있던 뇌가 깰 때 제일 두려운 기억을 끄집어낸다는데 저는 몇 시간 내내 초코시럽에 밥 말아 먹었어요. 어렸을 때애들이 너는 뭐든 무조건 밥이랑 함께 먹느냐며, 초코시럽에밥을 말아 억지로 먹었거든요."
"복수했어?"
"당연하죠. 고추장에 캡사이신 넣어 만든 스파게티를 토마토스파게티인 척 먹였어요." - P88

사투르호는 선발대의 마지막 우주선이었다. 지구와 닮은행성을 찾고, 인간이 그곳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게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을 이주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발전은 절망에 비례했다. 40년의 세월 동안, 죽음의 순간 아이큐가 높아진다는 바퀴벌레처럼 인류 역시 구두에 밟히기 직전에야 탈출로를 만든 것이다. - P91

할 생각이었다. 러스에게 말한 것처럼 태양계를 떠나는 일에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영원히‘라는 단어만큼은 어금니로지그시 씹어 입안에서 터져 흐르게 하고 싶었다. 입천장에 붙은 알약의 씁쓸함을 혀로 천천히 느끼듯이. - P91

시에라는 팔짱을 낀 채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푸른 점을 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스쳤던 나뭇잎,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던 파도, 달이 선명하게 뜨던 밤과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를다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리라. 생명이 태어나고 죽고, 무언가 창조되고 멸망하기를 반복했던 지구는 그 모든 걸 제 몸에한 줄의 테로만 남겨두고 새로이 바뀔 것이다. 인간은 다음 무대의 배우가 아니므로 그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겁 같은 시간이 흘러 저 행성이 인간의 흔적을 부단히 지우고 나면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제 이름도, 이곳이 어디인지도모르는 이름 모를 어느 생명체가 눈을 뜨겠지. 푸른 하늘과 광활한 대지, 혹은 흐르는 강물과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보다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위대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전까지 지구는 누구의 소유도 되지 못한 채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리라. 시곗바늘을 되돌리면서, - P93

[지구는 현재 화산재에 휩싸여 있습니다. 화산재는 빛이들어가지도, 나올 수도 없을 만큼 두껍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지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안에서 내가 본 건 뭐야?"
[그건.]러스가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유리에 띄운 홀로그램입니다.] - P99

[저를 설계한 박사님이 그렇게 입력했습니다. 인간의 호흡이 아주 느려질 때는 다가올 미래를 알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시간을 멈추기 위한 몸의 마지막 발악입니다.] 러스의 근거 없는 추측을 듣고서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느낀 감정은 절망이 맞았다.
"내가 절망할 걸 알기에 숨겼다는 거지?"
[폭동은 절망에서 옵니다.]
"폭동은 희망에서 와."
시에라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지금 돌아가면 지구에 남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 P103

[함장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진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때때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앗아갑니다.] - P105

"모두 지구를 향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이었던 우리가 사랑했던 세상 모든 존재들이 있던 저 작고 푸른 점을 향해."
경례. - P107

"형이 상상해봤는데, 만약 푸코랑 다르게 생긴 애가 본인이푸코라고 하면서 푸코의 기억과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나는 그 애를 푸코라고 생각할 거 같아. 사람이든 로봇이든 강아지든 기억이 같으면" - P117

숨 쉬지 않는 형 옆에 누워 아직 따뜻한 몸을 끌어안았다.
아빠가 나를 떼어놓고 안아줄 때까지 나는 그렇게 죽은 형 옆에 누워 잠을 잤고, 형과 옥수수밭에 누워 책 읽는 꿈을 꿨다.
행복해서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 P118

형이 죽은 이틀 후, 나는 옥수수밭에서 형을 만났다. - P123

형이 하는 말은 달콤하고 씁쓸했으며, 환상적이고 무서웠다. 형은 내 대답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것마저 형 같았다.
형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재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 P130

정수리에서부터 흘러내리다 굳은 피가 이마와 볼에 묻어 있었다.
형이 나를 보고 웃었다. 볼에 경련이 심하게 일어났다.
그날 옥수수밭에서 네 번째 형을 만났다. - P140

돈이 많다고 기가 세지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악해지고 못돼지면 영혼에서 악취가 났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악하고 못됐다. 그래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귀신이 착한 사람만 데려간다는 말은 그런 의미였다. 귀신도 악취가 나는 영혼에는 붙기 싫으니까.
- P265

몇 번의 계절을 넘기고 내가 죽었던 그 계절로 다시 돌아올때까지, 나는 성불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았고 대신 죽은 이의 이름을 외우고 다녔다. 나와 비슷하게 살았고, 비슷하게 죽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혹시나 나처럼 잊을까 봐, 그들은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돌연 울음을 터트렸다. - P265

차사가 삼창을 할 때까지 나는 그들을 꽉 끌어안고 괜찮다고다독였다. 다음은 괜찮을 거야. 네가 누리지 못했던 남은 삶의 행복과 영광을 다음 생에 덧붙일 거야, 그럼 다음 생은 행복만가득할 거야. 나는 그들의 몸이 흩어져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자 차사가 억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죽음은 그들의 것이고, 내죽음은 내 것이니 오히려 저승으로 가는 그들이 내게는 위안이었다. - P266

"추모가 많은 죽음은 심판을 받지 않고 그대로 다음 생으로넘어가니, 너는 곧바로 다시 태어나면 되겠구나."
나는 그곳에서 잊고 있던 이름을 되찾았다. 차사가 내 이름을 천천히 삼창했다.  - P266

"죽은자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사람들 덕에 귀신이 이름을되찾는 경우가 종종 있지. 그러니 이미 이승을 떠난 너는 이 강을 건너 환생의 문을 넘기 전까지 네 인생의 억울함에 목매지말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떠올려라. 그게 저들이 너에게 바라는 가장 간절한 바람일 테니. 네 몫의 서글픔은 저들이 다 해줄것이니. 다음 생에는 네 이름을 절대 잊지 말거라."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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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은 첫 작품을 통해서 저는 조금은 덜 막막한 길을 걸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길 바라며 다시 고민에 들어가겠습니다. 저한테 주셨던 따뜻한 격려가 어딘가에서 유리병에 담아 바다에 띄우는 편지 같은 글을 쓰고 있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도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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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대본집 2 - 이신화 대본집
이신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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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좋아하는 작품. 야구 1도 몰랐지만 본방챙겨가며 봤던 가장 최근의 드라마. 현생바빠서 드라마 잘 못 보는데 정신없이 빠져서 봤던 드라마.
맺음말로 작가님말이 나오는데 너무 감동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들이름 하나하나 언급하고 그 배우들에게 전하는 말이 적혀져있다. 이신화작가님이 얼마나 세심하고 따뜻하고 심지 굳은 사람인지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인작가들에게도 전하는 응원의 말이 짧게 있다.
눈물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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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신 확인하겠습니다. 어쩔 땐 단장님도 못하는 일이 있죠 근데 단장님, 상심이 길면 안 돼요. 오늘 하루만 힘들어하세요. - P389

입원실 안에 있는 아드님 입원비가 만만치 않겠죠. 가족을 위해서라고 하면 뭐든 해도 되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이 많다 보니 제가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 다른 사람의 가족들을 울게도 합니다. - P408

잘못된 용어를 쓰시네요. 바로 잡아드리자면 배신을 때리는 게아니라 불의를 봤으면 고발을 하란 얘깁니다. - P413

제가 우승까지 시키고 나간다면 더 좋았겠지만 주축 선수가 돈에 팔려가도 아무 일이 없는 망가진 팀을만들지 않는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최소한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그런 팀. - P419

인간적인 신뢰를 회복하기엔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이 일을 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불행하게 아직 더 좋은 감독님을 찾진 못했습니다. 지금 바로 협회로 오시죠. - P422

저에겐 친숙한 곳이지만 영혼을 팔고 일하는 사람이 가끔 즐기는여흥이 이곳이라면 좀 아쉬울 것 같습니다. - P441

200억, 일주일만 기다리면 된다. 뭐 다 좋은 얘기야 가서 옮기기만 해 달라. 뭐 별거 아닌 거 같지. 근데 있잖아. 회장님 정도 위치에서는 기분이 중요해. - P443

반면 드림즈는 충실한 지역 연고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위를 기록했던 2014년도에는 가장 많은 매진을 기록하고 평균 관중 수는 서울 팀을 제외하고 1등을 차지했습니다. 좋은 성적을기록하면 언제든지 야구장으로 나올 팬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야구팬들이 하는 말이 있죠. 열 받긴 해도 팀 세탁은 죽어도 못 하겠다. - P470

PF 이름이 대표님께는 의미가 있듯이 드림즈라는 이름에도 각자의 기억들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진 팀이지만 30년 넘는 세월동안 10번 경기하면 평균적으로 네 번은 이겼습니다.
누군가는 그 경기들 중에서 이겼는지 졌는지는 기억이 안 나더라도 아버지와 같이 경기장을 가서 치킨을 먹은 기억이 오래 남아있을 수도 있고, - P470

(말끊으며) 날도 따뜻해진 걸 보면 단장의 시간은 지났습니다. 이제 선수와 감독이 잘 하겠죠. 오늘의 결정만으로 대표님은 대단한 결정을 했고 제 걸음은 가벼워질 거 같습니다. - P481

- 제가 떠나는 곳이 폐허가 아닌 건 저한테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이번에도 아무도 단장님을 지키지 못했네요.
- 아뇨 저한테는 처음으로 뭔가를 지켜낸 걸로 기억이 될 거 같습니다.
- ...
- 이걸로 계속 힘이 날 것 같습니다.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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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쥐포굽는 아주머니, 천 원씩 쥐어주던 아저씨, 펜스에 매달리던아저씨, 울다가도 뛰어와서 사인 받던 어린이들은 아직도 임동규선수를 보고 웃어줄지도 모르죠. 임동규 선수, 드림즈에서 은퇴하겠습니까.
_!!
ㅡ 그 대신 어두운 과거들은 청산해야 합니다. 그 불량한 친구들, 가까이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저를 존중해야 합니다. 저도 임동규선수를 존중할 거니까요.
ㅡ 그 때는... 죄송했습니다
ㅡ 그리고 동료들을 평가하지 말아야 하고, 친목질이라고 표현했던... 그런 것도 해야 합니다. 야구 잘하는 것 말고는 다 바꿔야 됩니다. 예전의 임동규라면 절대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드림즈에서 은퇴하겠습니까.
ㅡ 드림즈에... 가야죠... - P324

-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마음속에 있었던 불씨를 다시 지피는 건 스스로만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 P359

- 성적은 단장 책임, 관중은 감독 책임, 전 그걸 믿는 편입니다. 단장은 스토브리그 기간과 정규 시즌 동안 팀이 강해지도록 세팅을해야 하고, 감독이라면... 경기장에 온 관중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야죠.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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