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심은 고통을 겪고 있는 주체의 아픔을 이해하는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타자화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연민하지만 그 아픔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동정심은 나와 고통을 느끼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단절시킨다. 반면, 공감은 고통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신발을신고 걸어본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느낌으로써 비로소 그 고통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덜어낼 수 있다. 진심 어린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실제로 덜어준다. 심리 치료에서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보이는 요인이 바로 치료자의 공감 능력이다. - P119

그날 이후 제이콥은 내가 졸업하는 날까지 벨뷰 병원정신과 응급실에 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제이콥 어머니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착각했지만 정말 필요했던건 진심으로 공감해줄 단 한 사람의 마음이었던 듯싶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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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정신과 의사들이랑 헤어지는 걸 무서워하더라고요. 난 안 무서워할래요. 왜냐하면 난 겁을 모르는 여자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돌아섰다. - P73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그들에게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가령 중년의 백인 게이 교수는 환자의 인종차별적발언으로 상처받은 내게,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말을 쏟아내던 환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때 어렴풋이 ‘이사람이 어쩌면 나를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P87

그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 알코올중독을 앓는 노숙자가 병상에 누워있더라도 의사 출신 환자를 볼 때와 비슷한 크기로 공감하려면 말이다. 이제 막발을 내디딘 풋내기 정신과 의사에게 그 간극은 한없이깊고 멀게만 느껴졌다. - P98

‘이 상담실에서 한 발자국 나가면, 나는 그녀를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반 고흐의 작품 <신발>을 좋아한다.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Walk a mile in one‘s shoes)‘는 격언을떠올리게 해서다. 물론 누구도 (모든)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볼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구는 나에게 타인의 경험과 관점,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자경문과 같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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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매일같이 학대하고 해치려는 삼촌이 다칠까봐 걱정했다는 소년의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날 뻔했다. 진료를 마친 후, 트라우마 치료 전문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으며 이 대목을 이야기하다가 나는 교수님 앞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 P52

"좋았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런데 딱한 번 생각나는 장면이 있어요. 삼촌이 목말을 태워줬을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 P53

"그때 이곳 사람들이 말해줬어요. 미움과 혐오는 사랑으로 지우는 거라고. 제 몸에 새긴 혐오의 문신을 사랑과 평화의 문신으로 덮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클리닉 식구들이 도와줬어요. 제가 문신 위에 새로운 문신을 새기도록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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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이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다른 사람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노력으로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음을 알기에. - P14

급기야 목소리는 그녀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누군가가 네 딸을 해치려고 해. 아이를 지키려면 아이에게 정신과 약을 먹여. 지금 당장.‘
그리고 그녀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 P25

정신과 의사가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디 그녀의 아이가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길 기도하는 것뿐이다. 또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엄마가 했던 실수는 너를 해치려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P27

애도는 부정-분노-협상 - 우울-수용 순으로 이어지는 선형적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많은 연구에서애도 반응은 순차적이거나 직선적이지 않으며 사람마다다른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혀냈다.
상실을 경험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일련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뒤 결국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실한대상과 관계를 재정립하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합된 애도(integrated grief) 단계로나아간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일부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못하고 지속적인 애도 반응을 보인다. 이를 연구자들은
"복합성 애도(complicated grief)‘ 또는 ‘지속적 애도 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라 부른다. ‘복합성‘은 상처가 났을 때 발생하는 ‘합병증(complication)‘에서 온 단어다. 즉 사별을 경험한 후 상실에 적응하는 것을 가로막는 생각,
감정, 행동들이 마치 상처 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합병증과 같다는데서 연유한것이다 - P40

애도는 그렇게 새로운 나를 만나고 고인과 이전과다른 방식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비록 사랑하는사람을 잃었더라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며 세상은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애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순간 ‘애도‘로 탈바꿈한다. 즉 애도는 상실 후 경험하는 사랑의 다른모습인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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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외삼촌이 화로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더이상 흘릴 눈물이 없어 울지 못하는 사람들과 울 만큼의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 P214

나는 지금까지 강가에 서서 흘러내려오는강물과 이미 흘러내려간 강물만 바라보다가 내 앞에 흐르는 강물을 지나쳐버리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 강이 수많은 지류와 만나듯, 사람도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나는 나와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세월의강물에서 느리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랐다. - P249

어머니의 위로에 왈칵 눈물이 솟아올랐다. 나는 고개 숙여 입을 틀어막고 끅끅 소리를 내며 울었다. 이미 많이 울어서 더 울지 못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 나올 만큼, 내 속에 이토록 많은 눈물이 채워져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겨우 울음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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