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정신과 의사들이랑 헤어지는 걸 무서워하더라고요. 난 안 무서워할래요. 왜냐하면 난 겁을 모르는 여자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돌아섰다. - P73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그들에게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가령 중년의 백인 게이 교수는 환자의 인종차별적발언으로 상처받은 내게,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말을 쏟아내던 환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때 어렴풋이 ‘이사람이 어쩌면 나를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P87

그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 알코올중독을 앓는 노숙자가 병상에 누워있더라도 의사 출신 환자를 볼 때와 비슷한 크기로 공감하려면 말이다. 이제 막발을 내디딘 풋내기 정신과 의사에게 그 간극은 한없이깊고 멀게만 느껴졌다. - P98

‘이 상담실에서 한 발자국 나가면, 나는 그녀를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반 고흐의 작품 <신발>을 좋아한다.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Walk a mile in one‘s shoes)‘는 격언을떠올리게 해서다. 물론 누구도 (모든)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볼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구는 나에게 타인의 경험과 관점,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자경문과 같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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