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는 동안 P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 몇 번인가 더 섹스를 한 뒤 슬며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한번도 콘돔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 역시도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신재생 소재의 콘돔과 포장재의 필요성에 대해 불필요하게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사이 내 24인치 캐리어ㅡ 집에서온전한 내 공간은 그것뿐이었다ㅡ에는 임신테스트기가 늘어갔다. 첫 관계 이후 생리가 하루만 늦어져도 아침저녁으로 테스트기를 사러 다녔다. 길쭉한 그것의 몸체는 물론 플라스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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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홑이불로 몸을 가린 나를 내버려두고 아무렇기않게 팬티를 찾아 발을 꿰었다. 그러곤 주방으로 가서 위스키를 따랐다. 그가 내 위에 있는 동안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없었다. 쾌라든가 불쾌라든가 하는 것도 알기 힘들었다. 너무강렬한 신체의 감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성기 같은 게 몸에들어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내 몸이 구석구석 만져지고, 그의몸과 밀착되는 동안 나는 P가 얼마나 낯선 사람인지를 실감했다. 무엇보다 그의 땀, 이제 막 나기 시작하는 새 땀과 종일거리에서 흘린 땀이 섞여들어 내 몸으로 스미고 있었다. 나는사람의 냄새가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생생하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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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받았다. 나는 내 몫의 커피를 사고 싶었지만 그는 태연한 얼굴로 한 잔을 나눠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천 원짜리 커피를 사주기가 싫은 것인지 늘 텀블러를 가지고오는 일을 잊는 내가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게 그의 생태주의적삶의 양식을 훼손하는 일인지 나는 궁금했지만 그냥 입을 닫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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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때때로는 절망일지라도, 대체로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랫소리라고 믿는다.
이 소설 속에서 몇몇 사람은 노랫소리를 들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당신의 삶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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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이란 가상의 링 위에서 말이다. 그 링 위에서나는 파란 여자들이기도 했고 산달을 앞둔 임신부인가 하면 웅크린 룰루, 손가락을 떠는 룰루이기도 했다. 싸우자, 생각했다. 알사탕만큼 작고 사소한 싸움일지라도,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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