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클레오파트라
스테이시 시프 지음, 정경옥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는 현재의 기록이지만 그 내용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인 것이다. 역사의 모든 내용이 기록자의 입장에서 사실에 근거한 가급적 객관적인 자세에서 작성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지만, 인간은 모든 사물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사실상 이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역사의 기록을 통해 당시의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볼 때는,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비판적 견지에서 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였으며 프톨레마이오스 왕가의 최후의 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7세가 죽은 뒤, 지금으로부터 무려 2천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듯하다. 그녀의 실제모습에 관해서는 당시 주조된 것으로 생각되는 동전 표면의 초상화가 유일한데도, 마치 그녀가 미의 화신인 양 인식되고 있다거나, 심지어 그녀의 일생 중 극히 일부의 내용만을 가지고 남자들을 홀리는 요부, 혹은 사치만을 일삼은 악녀에 이르기까지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실제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오늘날 역사상 그 어떤 인물보다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레오파트라 7세에 대해, 저자가 그녀와 관련한 여러 역사의 사료와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허구적이고 과장된 신화 속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이 아닌, 한때는 거대한 제국을 거느린 통치자였으며, 로마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당대의 영웅들을 사로잡기도 했던,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루어 놓은 책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표피적으로만 알아왔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이 책을 계기로 그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 7세의 파란만장하고 화려한 삶을 두고, 후세 역사가들은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여러 인물들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는 많은 자료들을 남겼는데, 이후 출판물에 따라 번역이 천차만별이고, 일부 내용에 있어서 부합하지 않는 모순된 부분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를 적절하게 다듬고 객관화 하여, 독자들이 가급적 최대한 공정하게 그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클레오파트라로 통칭하여 말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정확한 명칭은 클레오파트라 7세다. 그녀는 기원전 69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셋째 딸로 태어나,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뒤 프톨레마이오스 13세가 되는 남동생과 함께 불과 18세라는 어린나이에 공동 파라오가 된다. 당시 이집트는 풍부한 농업생산력과 대외무역의 성장, 그리고 각종 사회제도의 발달로 지중해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의 이면에는 그녀의 아버지대로부터 이어진 로마제국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남동생과 함께 공동으로 파라오에 올랐지만, 남동생이 이집트 정치에 관여하기에는 너무 어린 열 살에 불과한 관계로, 사실상 왕위 초기에는 그녀에 의해 이집트가 다스려졌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후 여왕으로서 자국민으로부터 그녀가 크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타고난 능력 즉, 9개 국어에 능통할 만큼의 놀라운 언어 구사력과 대중들을 사로잡는 연설의 힘, 그리고 위엄 있는 풍모와 현실을 꿰뚫는 상황 판단력 뛰어났으며, 더구나 그녀의 그러한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만들었던 왕실의 철저하고도 집중적인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위 초기의 독자적인 그녀의 정치적 지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이어오던 우호적 관계로의 로마정책은, 당시 이집트의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 세력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켜 왕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재기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다시 왕위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로마 제국내의 중심세력 중 하나였던 카이사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성공함으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던 그녀의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를 제거함과 동시에 반란을 엿보던 일부 반대세력을 일시에 축출하고, 국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와 카이사르는 정치, 경제적으로 서로 공생의 관계를 넘어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면서, 그녀는 카이사르의 아들 카이사리온을 낳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이집트 제국을 건설하려는 본격적인 정치적 야심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자국 내의 공화정치를 주장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갑자기 피살당하게 되고, 그런 연유로 자신의 지지 세력을 잃게 된 그녀는, 이를 대신해 안토니우스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이후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왕들의 여왕으로 자신의 아들은 왕 중의 왕으로 격상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 운명이 다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로마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벌였던 악티움해전에서 크게 승리하면서, 그 결과로 그녀는 전쟁의 전리품이 되어 일반 대중들에게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치욕을 두려워 한 나머지, 마침내 자살을 선택하여 당시 39살 나이로 이집트 통치 22년간의 일생을 마감하게 되고, 그녀의 조국이었던 이집트는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결국 합병된다.

 

 

클레오파트라 7세에 관한 이 책 내용의 커다란 줄기는, 이미 백과사전식에서 다루었던 대략적인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비추어 그녀와 여러 정치 경제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를 가급적 왜곡하지 않는 방향에서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에 대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역사자료를 한데 모아, 이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유추하고 다양한 분석을 가미하여, 독자들이 클레오파트라라는 인물을 바라보는데 이해하기 쉽고 객관적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그녀와 관련한 기존의 책들이 대개 자의적이고 인물에 대한 본질적인 평가보다는, 흥미위주의 대중적인 요소에 주로 중점을 두었다고 보면, 이 책은 클레오파트라 7세의 성장에서부터 이후 국가의 통치자로, 그리고 이후 제국을 만들기 위한 야심가로서의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진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이 여타의 책들과는 차별화 된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클레오파트라 7세는 몰락해가는 이집트의 부흥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그 대가로 자국 내에서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부세력을 끌어 들임으로서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혈족 간의 왕권 다툼이 심했던 당시의 복잡한 환경을 고려해본다면, 그녀의 정치적인 여러 행동들은 단지 개인의 탐욕스런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택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집트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 7세의 생생한 모습을 다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편협적인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닌,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한 전체적이고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의 참모습을 발견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