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 2 - 대륙의 꿈
김성한 지음 / 나남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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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흥망성쇠를 통해 우리의 삼국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고 또한 칠백년의 역사 동안 요하지역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웅혼한 기상과 의지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이 작품의 2권에서는 우중문, 우문술 두 장수를 앞세워 30만 대군을 이끈 수나라가 본격적인 고구려정벌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고구려의 명장이었던 을지문덕과 그 휘하의 장수들은 수적 열세의 문제로 정면대결을 피하고 치고 빠지는 식의 전투를 벌이며 후퇴하는 작전을 펼친다. 먼 길을 달려온 수나라의 병사들은 정신과 육체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의기양양해져 마침내 살수(지금의 청천강)를 건너오게 되지만, 그동안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기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던 고구려군의 예기치 않았던 총공세를 받고 급격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을지문덕의 당시 살수대첩은,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가였던 신채호 선생이 1908년에 썼던 <을지문덕의 전>에서도 밝혔듯이, 수나라와 고구려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고, 그 사건의 중심이었던 을지문덕 역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세기적인 위대한 인물로 여겨지는데, 이 소설 속의 살수대첩 부분은 박진감 넘치게 그려져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볼만한 대목이다. 수나라는 이 전투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극히 적은 수의 병력으로 후퇴하기에 이른다.

소설 속 주인공 능소는 살수 지역에서 혼란에 빠진 수나라 군사들을 소탕하는 작전에 투입되면서, 요동성으로 진출하고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고, 이를 계기로 군관으로 승진하여 귀향길에 오르게 되지만, 반면에 수나라 장수였던 우중문은 살수에서의 대참패로 인해 삭탈관작과 더불어 죄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몇 년 만에 눈물로 재회한 능소와 상아, 이들 두 사람은 우만노인의 주례로 그토록 바랐던 혼인을 올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아를 짝사랑했던 지루가 이들의 혼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급습하여 상아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결과로 상아는 큰 상심에 빠진다. 한편 수나라의 양제는 살수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얼마 지나지 않아 백만 대군을 일으키고 삭탈관작 당했던 우문술을 중앙으로 불러들여 고구려 정벌을 위한 재침에 나선다. 그러나 고구려는 이미 약광 장군 밑에 있던 능소의 활약으로 여러 척후임무를 통해, 여기서 얻은 정보로 수나라의 재침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다. 마침내 재침략에 나선 수나라의 장수 우문술은 오십만 대군을 손수 이끌고 요동성을 공략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여타의 수군은 수군대로 패배를 당하게 되며, 오히려 이 전투에서 수나라의 병부시랑은 고구려에 투항하기까지 한다. 결국 고구려 정벌의 실패로 민심을 잃은 수나라는 이때부터 서서히 내분의 조짐과 지방 군부 세력들의 요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수나라의 고구려 재침은 두 나라에 여러 가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고, 주변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민심을 잃고 국운이 쇠퇴하던 수나라는 전국에 크고 작은 지방 세력들의 반란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혼란을 틈타 우문술의 두 아들은 수양제를 죽이고 황제와 승상에 오르게 되지만, 또 다른 반란세력에 의해 견제를 받아 얼마 후 목숨을 잃고 수나라는 결국 망하게 된다. 또한 수나라의 재침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고구려는 30년간의 안락한 평화를 누리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고구려 왕조는 점차 부패되어 가고 있었으며, 이를 참지 못한 연개소문은 마침내 휘하 부대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 마리치(막리지)자리에 오른다. 수나라가 망하고 난 뒤 새롭게 중국을 통일한 당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내부에 혼란이 심해지자 고구려 정벌의 야심을 꿈꾸고, 사신을 보내 신라를 공격하지 말라는 등의 내정간섭을 하기도 한다. 한편 연개소문과 유대관계에 있던 능소는 백암성, 그의 부관 돌쇠는 오골성 성주로 부임하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태종 이세민의 침략으로 이들은 또다시 전쟁터로 몸을 향하게 된다. 요하 2권에서는 살수패배로 점차 약해진 수나라가 멸망하는 과정과 당나라의 건국, 그리고 고구려가 서서히 부패로 인해 권력의 내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급박하게 그려져 있고, 또한 소설 말미에 머지않아 고구려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생길 것을 미리 암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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