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홍신 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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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욕망의 꿈을 꾸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보면 사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욕망이라는 존재와 불가분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살아간다는 것도 그 자체로 넓게 보면 인간이 지닌 하나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것이고, 그래서 누구나 조금 더 오래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며 애를 쓴다. 일례로 의학이란 분야도 그러한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일환 일 것이며, 다른 분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욕망이란 것을 따로 떼어두고 인간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둔다는 것은 불가해보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오늘도 우리는 욕망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실체를 인식하게 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때에는 그만큼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인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며 오늘도 내일도 욕망을 채우기 위한 방황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혹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 고민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러한 욕망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자신의 모든 경험과 사상을 담아 평생을 바쳐 만든 파우스트라는 작품에 대해, 독자들마다 생각하는 의견들이 있을 것이겠지만, 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미와 관련하여 인간이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를 두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극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그 배경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읽어야 하는 문제로, 사실 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의외로 그 흐름을 쉽게 따라 잡기가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과 관련하여 이를 어떻게 추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인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인간의 내부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욕망과 양심과의 갈등을 극화시킴으로서 인간다운 삶이 과연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한번쯤은 읽어 봐야 하는 작품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작품 속 제 1부의 전제에서 노학자 파우스트라는 인물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모든 학문을 두루 익히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리고는 이를 심히 괴로워하며 이러한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때로 마술에 힘을 빌려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대지의 지령을 불러내어 의논해보려고 하지만 모두 헛수고임을 알고 허무한 마음에 죽음의 독배를 마시려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한 마리의 삽살개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우연하게 만나게 된다. 사실 메피스토의 등장은 이전에 신과의 만남에서 인간을 유혹해 악의 수렁으로 빠트리겠다는 내기를 하고 난 뒤여서 이들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의 만남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메피스토를 이용하고자 했고, 메피스토는 신과의 내기에서 파우스트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들 둘은 서로 간의 암묵적인 계약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작품 1부의 내용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도움으로 그레트헨이라는 처녀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이들 두 사람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고, 2부에서는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헬레나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녀를 차지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히면서 파우스트는 뜻하지 않은 파국을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 된다.

이 작품의 전개 내용으로 볼 때, 1부가 파우스트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감정의 작은 영역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고 보면, 제 2부에서는 이보다는 좀 더 확대된 파우스트의 사회적인 활동부분으로 그 배경이 옮겨가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와의 만남 이후로 함께 다니며 육신의 쾌락이나 세속적 권력, 호사스러운 생활과 같은 유혹을 매개로 매사 시험을 받게 되고 그때마다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는 자신의 사사로운 개인적인 욕망에 굴복하여 안주하기 보다는, 1부이야기에서 보듯 그레트헨과의 관계를 육체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 진실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거나, 2부 헬레나의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껴 잠시 환상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이후 이를 탈피하여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즉 파우스트는 이후 욕망을 통해 얻어지는 모든 개인적 즐거움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이보다는 타인의 숭고한 영혼을 배려하거나 혹은 많은 사람들이 얻게 되는 행복을 통해 이를 새로이 발견함으로서, 결과적으로 파우스트를 타락시키기 위한 메피스토의 의도가 종국에는 마침내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전개내용의 어떤 부분은 상당히 공감하기 힘든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너무 부각시켜 이를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괴테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쉼 없이 추구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이것을 뛰어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점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작품처럼 보인다. 더불어 오늘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철학적 고민들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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