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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모든 제목에 일단은 인문학을 붙여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다. 이 책도 모든 순간의 인문학, 인문학이 들어가 있어서 관심이 갔다. 인문학의 적용이 색다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영화, 심리학, 특히 남녀간의 심리를 주로 다룬 책이다. 문학, 시, 연극, 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이성간의 사랑의 주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 정말로 수많은 순간의 느낌을 정말 잘 케치하고 그 느낌을 정리하고 분석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학문의 깊이까지 곁들여 흥미진진한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사랑이 다양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종류, 아가페부터, 스톨겐, 필리아, 에로스로 나누는지 알았는데, 에로스의 사랑에도 수많은 경우의 수, 관계, 성격 등에 따른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너무 복잡해서 다 이해하기가 불가능했다. 이런 복잡한 사랑을 어떻게 분석해 냈을까 탁월한 사랑의 감성에 찬사를 보낸다.
여자 작가이기에 여자의 심리에 대한 분석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여자의 심리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여성들의 질투, 상처, 굴곡진 마음, 사랑받고픈 애정 결핍 등등의 심리는 사실 남자로서는 너무 복잡해서 걱정이 된다. 이런 심리들을 어떻게 다 이해할 것이며, 이해한들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남자들이 아예 포기하나 보다. 그리고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나가나 보다. 그래서 여자가 따르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인가 보다. 남자는 감수성 있고, 서정성이 있는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말은 여성의 감성을 건드려준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러나 여성의 무한정한 그 감수성을 어떻게 다 채워줄 수 있겠는가? 언젠가는 남자가 지쳐 쓰러질 것이다. 그러면 여자는 역시 남자란... 하고 남성성에 대한 회의를 말하고 결론낼 것이다. p85 “진정한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매력의 조건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의 조건과 무관하게 살아야 한다는 데에 진짜 어려움이 있다. 생각해 보라. 매력적인 사람이 된답시고 자신을 모호한 이미지로, 신비스러운 조재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다. 그냥 내 식대로, 아니 나를 잘 가꾸다 보면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나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다.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우리는 고독을 너무 무겁고 차갑게 느낀다. 고독은 우리가 즐겁게 누려야 할 지적 순간이다. 모든 고독한 순간에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충만해지고, 명랑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고독해질 순간이 없다. 아니 고독해지면 불안해 한다. 혼자 있어도 스마트폰과 친구하고, 같이 있어도 가상의 세계에 자신을 친구로 내어주고 있다. 고독할 시간이 없으니 인문학을 할 수 없다. 인문학은 고독한 때에 나온 학문이다. 고독이 없이는 인문학을 할 수 없다. 인문학을 할 수 없으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인생을 논할 수 없으면 제대로된 인생을 살 수 없다. 고독은 인문학이다. 고독을 위해 떠나라. 남자도, 여자도 필요없다. 남자나, 여자가 진정으로 필요함을 알기 위해 남녀를 떠나라. 남녀가 소중해지기 위해 피해보라. 그러면 제대로 보게 될 것이다.
물건을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같이 있어도 고독하고, 고독해서 같이 있고, 그것도 저것도 안되면 물건이라도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을 한다. 그러나 물건은 진정한 결핍을 채우지 못한다. 순간의 채움을 더욱 더 깊은 결핍을 만든다. 진정한 사람과 사물에서의 결핍이 고독을 해결한다. 결핍은 나를 만날 수 있게 한다. 나를 만나면 남을 만나게 된다. 남을 만나면 행복해 진다. 모든 만남은 행복이다. 진정한 만남이 육체와 정신의 만남을 만든다. 이런 만남만이 인문학의 만남이다.
작가의 민감한 감성의 촉수와 깊이 있는 인문학과의 만남이 느껴진다. 사실 이런 만남은 쉽지 않다. 인문학이 깊이를 생각하게 한다면 가벼운, 아니 민감한 인문학을 읽을 느낌이다. 새로운 인문학에 눈을 뜬 것 같다.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