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만나는 글쓰기 - 치유하는 자기 이야기 쓰기
이남희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7월
평점 :
책 읽기 9년차, 어느 날 길다면 긴 3주간의 휴가를 얻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십 여권의 책을 들고 오직 책 읽기와 사색에 들어갔다. 내 손에 쥐어진 책은 최지원의 <최재원 선집>이다. 최치원의 여러 문장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최치원의 시를 읽는 순간 번뜩이는 뭔가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 이런 것이 시로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뭔가가 떠올라 시를 지어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시에 가까운 그런 시였다. 그런데 신기했다. 시상이 떠오르고, 떠오른 시상을 적어보고, 적어보니 시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몇 편을 더 지어 내가 나가는 독서 모임에서 읽어 주었다. 반응이 괜찮다. 시상을 계속 떠오르고, 시는 지어지고, 그래서 200여편 지었다. 독서 모임 때마다 한 편 정도씩 읽어주었을 때 반응은 여전하였다. 이젠 신춘문예에 올려보란다. 아버님을 모시는 병원에서도 그냥 막 지어진다. 산책을 하다가 여름 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도 막 적어진다. 이게 왠일인가? 가끔 어떤 모임 자리에서 읽기도 하고, 반응을 살피니 꽤 좋아졌다. 가족들도 인정해 준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 상상도 못할 모습이다. 책 읽기는 수면제요. 글쓰기는 딴 세상으로 여겨졌던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내가 나를 봐도 놀라고, 남들이 나를 보고도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다고 한다. 이젠 나만의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한 권을 써 놓고 망설이고 있다. 반응을 보는데 괜찮은 편이다. 출판 계획이 있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다.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왔다. 시를 쓰면서 시집을 사서 읽고, 시를 쓰는 법에 관한 책도 읽었다. 일기 쓰는법,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읽어 오고 있었다. 마침 <나를 만나는 글쓰기>를 읽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이 책이 나에게는 나에 관한 책을 쓰는데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생은 사춘기에 자신을 찾는 변화의 시기를 겪고, 성년이 되어 30-40대에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변화를 겪는다. 40전후로 왠지 짜증이 나고, 허무감에 견딜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원인모를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 원인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해서이다. 이 때 글쓰기는 최고의 해답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쓰다보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 새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된다. 자기에 대한 글을 쓰는 종류는 카타르시스적(자기 정화) 글쓰기, 자기 분석 글쓰기, 일기 쓰기, 묘사문 쓰기 등이 있다. 그 방법을 약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를 보는 세가지 시선이 있다. 나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중립적인 시선, 부정적인 시선 이 모두를 다 생각하며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는 의식과 무의식이 있는데 그 무의식의 세계도 적어 보아야 한다. 자아와 페르소나 즉 외부에 보여 지고 있는 직업, 역할, 지위 등이 페르소나라면 자아는 그 이면에 원래 모습이 자아이다. 공연히 싫은 동성 친구 묘사를 해 보면 나의 본 모습이 나오게 된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페르소나도 묘사해 보자. 만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괜히 어색해진다고 할까, 왠지 그 앞에 서면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 든갈까. 그런 상대이다. 서로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 공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알고 지낸 뿐이다. 어쩌면 비호감이 지나쳐서 적대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사이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어느 자리에선가 나를 소개한다고 상상하고 글을 써보면 도움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50가지 정도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림자, 즉 자아와 반대되는 무의식적인 여러 심리이다. 억압되어 의식화될 기회를 잃고, 분화되지 못하고 발달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는 원시적 심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체라면 반드시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거느리지 않은 자아는 없다. 의식이 긴장을 늦추고 느슨해진 순간, 그림자는 예기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어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사람은 태어날 때 남성과 여성, 양성의 특질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여성의 모습이면 남성적 특질을 억압하고 여성적 특질만 키워 나가게 된다. 그러느라 억압된 남성성은 무의식으로 내려가 아니무스로 뭉쳐지고, 반대로 남성이어서 억압된 여성성은 아니마로 뭉쳐진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아줌마 현상’이 이런 모습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나를 만나는 글쓰기가 되려면 내 마음을 건강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연습장을 꺼내놓고 다음 네 항복을 써 놓는다. 1. 내가 좋아하는 물건, 2. 내가 좋아하는 장소, 3. 내가 좋아하는 일, 4.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런 다음 떠오르는 즉시 써내려 간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외향과 내향 즉 외향은 활동적, 외부로, 사교적, 사람들과 함께, 다수, 표현적, 넓게 등등으로 나타난다. 내향적으로는 반성적, 내부로, 말이 없는 개인적 공간, 소수, 조용한, 깊게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을 다 적어 본다. 생각하는 방법은 사고와 감정으로 나타난다. 사고는 머리, 객관적, 정의, 초연, 비개인적, 비판, 분석, 정확, 철저, 원리원칙 등으로 나타나다. 감정은 가슴, 주관적, 조화, 관심, 개인적, 감사, 공감, 설득, 가치들 등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가감 없이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근거는 감각과 직관으로 나타난다. 감각은 세부에 집중, 현재에 관심, 심리적, 사실적, 차례로, 안내에 따라, 일관성, 즐기다, 노력, 유지 등이며, 직관에 의한 생각하는 법은 패턴에 집중, 미래에 관심, 상상적, 개혁적, 임의대로, 예감에 따라, 다양성, 희망하다. 영감, 변화 등으로 나타는데 이런 것들도 느낀 대로 적어 본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를 찾아본다. 자아상을 발견하려면 기억의 고고학적 발굴이 필요하다. 즉 1. 성에 눈뜰 무렵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일, 2. 초등학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 3.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등이다. 순서를 지켜서 써보는 것이 좋다. 이 기억을 찾는데 있어서 마를린 먼로 스타일과 안데르센 스타일이 있다. 마를린 먼로 스타일은 상처를 상처로 끝낸 부정적 기억 더듬기였다면, 안데르센은 긍정적 자기 찾기가 되어 훌륭한 작가로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안데르센 모델을 찾아야 한다. 나를 바라보는 나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자아상, 현실의 나,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가 있다. 이 세가지를 잘 분별하고, 최고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는 현실의 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약간 과장되게 그려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이상화해서 생각한다고 한다. 자기도취적 성격 장애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능력이 없거나 아예 눈을 감아 버려서, 자기가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 그대로의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사는 경우다. 자기부정 혹은 자살 은 이상화된 자기 이미지와 현실의 ‘나’를 비교하는 데 사로잡혀 있으면 자신의 단점만 크게 생각되고, 자기는 고작 요것밖에 안된다 싶어 자신감이 점점 위축된다. 그러다 보면 인간관계를 자꾸 피하려 하게 되고, 새로운 도전은 하지 않으려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신감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이게 극단에 이르면 자살에 이르게 된다.
이젠 글쓰기를 통하여 자유로운 나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자기 글쓰기를 하다보면 자시가 분석이 되고, 자기를 찾게 된다. 그런 자기를 찾게 되면 자유롭게 되고, 행복감을 갖게 된다. 자신을 찾는 방법의 완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화내는 방법을 잘 터득해야 한다. 낮은 자아상은 화를 지나치게 적게 내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주장이 있다. 필요할 때 화를 내지 않으면 서로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당하는 쪽에서 아무 소리 하지 않으면 상대는 자신이 다른 이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게 당연시된다. 화내기의 절제가 지나치다 보면 자신이 화난 줄 모르는 사람까지도 있는 것이다. 화를 찾거나 잘못 내면 갈등이 심해지지만 제대로 화를 내게 되면 인간관계는 오히려 개선되고 갈등도 줄어든다. 상대방과 나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서로가 깨닫고 서로 지켜 주게 된다면 서로를 격려, 응원해 주는 윈윈의 관계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화낼 줄 안다면 비로소 자기를 돌볼 줄 알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인생을 글로 써오는 과정에서 아마도 감정의 진폭에 휘둘리거나 압도적인 어떤 하나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스스로를 잘 돌볼 줄 안다면 자기 이야기 쓰기의 과정에 함몰되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