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저 자라나는 시간이었다면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이 생기면서부터는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밀접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관심 유무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로 나아가며

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 시점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해졌는데,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혼란의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불안'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느껴지는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줄 책을 만났다.

만연한 실패의 감각이 퍼져 있는 지금을

'미세 좌절 시대'라 명명하며

삶의 목표가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대사회의 여러 병폐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펼치는 작가의 진단이 담겨있는

〈미세 좌절의 시대〉이다.


일간지 기사 출신이자 소설가인 장강명은

치밀하고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단단하게 구성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전했던 작가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이슈를 집대성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불안'이라는 감정은

예측 불가능한 데서 오는 흔들림이기도 하다.

"보다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

희망찬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작가는

이런 희망찬 이야기에 대한 청사진을

이 책을 통해서 담고자 했다.


고통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가 아닌

끊임없이 그 질문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는 긴장을

삶의 축복이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관성을 깨뜨리는 건강한 의심과

팩트를 직시하는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모색하는

하나의 탐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의 신문과

여러 잡지에 발표된 글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에 눈을 뜰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불안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주로 사회 분야의 이슈를 담고 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 속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주제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 풍경을 뜯어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한다.

사실 정치 이슈에 대해서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극과 극으로 만 치닫는 정치,

정답이 없이 질문을 방황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유구하게 이어져 온 지역, 세대, 진영 간 충돌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리 위해 개선할 제도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좀 더 가볍게 우리의 삶과 경험, 일상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된

작가의 과거 이야기를 포함해

잡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상이나

한국어의 특성에 대한 비판,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4부에서는 다양한 책과 영화 등

문화 미디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전하며

깊이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

필독서라 불리는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나

문화계의 지원에 대한 제도,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한 엿볼 수 있다.


1, 2부를 읽으면서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에

생각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으로

사회 정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우리의 일상과 가닿는 3,4부의 이야기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모습을 좀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헬 조선' '불안의 시대' 등

부정적 감정으로만 점쳐지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앞으로는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외면하며 바라보지 않는다고,

나와 관계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문화 어떤 이슈이든

나와 가닿아있는 '오늘'이라는 현실 앞에서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혼미한 시기를 어떻게 건너 갸야 할지,

주춧돌을 쌓는 마음으로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밤에 찾아온 손님 ㅣ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그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다정한 사람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냉정하고,

밝아 보이는 사람이 어떤 면에서는

끝없이 어두워 보이고 말이다.

이런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보는 사람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 진짜 얼굴이고,

어떤 모습이 가짜 얼굴일까?

애초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의 얼굴은

어쩌면 나의 내면에서부터 가공된

'만들어진' 이미지 일 수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얼마든지 나의 '마음'에 의해

얼굴을 수없이 바꿔 끼우며 사람들의 기대에 맞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얼굴에 대한 가장 큰 맹점은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울처럼 나를 비추는 어떤 물성을 통해서만

우리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모든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내면과 얼굴이 하나가 된 나의 표정은

그 누구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일상의 조명이 꺼진 원초적인 어둠 속에서만

비로소 진짜 자신으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서늘하고 비겁한 민낯을 그려낸 작품이 있다.

그늘 단편선 4번째인 〈밤에 찾아온 손님〉이다.

단편소설 3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익숙한,

나를 가장 잘 아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연인, 가족, 친구라는 사이에서

숨겨진 인간의 민낯을 꺼내 보이며

신뢰와 사랑으로 덮어두었던

위선이 드러나는 순간을 통해

모두가 지난 '이중성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가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서늘한 문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반응이

우리가 실제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이어서

더욱 묘한 기시감으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비로소 진심이 담긴 표정을 짓는 나를 들킨 듯

소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만들어 온

나의 수많은 표정과 얼굴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연인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꿉〉,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등〉,

친구와의 이야기를 다룬 〈피식자의 만찬〉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닌

우리가 나름대로 깊은 믿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과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평온한 일상의 유지를 위해

우리가 가장 가까운 이에게조차 보이지 못했던 모습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인간 본성의 욕망 중 하나일 수도 있고,

비뚤어진 마음이라 보였던 것은

사실은 내가 지닌 가장 솔직함 일 수도 있다.

이런 어둠 속에서 찾아오는 본능을 마주하며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선'과 '얼굴'에 대해서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불편했던 감정들은

어쩌면 들켰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가장 어두운 구석의 진짜 얼굴을,

밖에서 보이는 가짜 얼굴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얼굴로 보이고 있는가?

내가 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그의 진짜 얼굴이 맞을까?


소설을 읽으며 질문을 조금씩 더해본다.

그리고 나조차 볼 수 없었던 나의 진실한 얼굴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비 해방일지 - 삶을 가볍게 만드는 ‘새 물건 안 사기’ 챌린지
애슐리 파이퍼 지음, 박선령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와 함께 삶에 더해진 무게를 줄이고 싶은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 말에 열광을 하며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남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막상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을 하고 나서는

'정리'를 위한 수납용품이나 '미니멀라이프 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서

본래의 미니멀라이프가 추구하고자 한

의도와는 멀어진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끼게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밖에서 주로 보내던 시간이 집안으로 옮겨지게 되고

우리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필요한 물건으로 가득한 집안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늘어났고,

불필요한 것을 비우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을 더 들이기보다는

꼭 필요한 것만을 남기면서

자신의 일상을 다듬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도착하는 택배,

꽉 차게 있지만 입을 게 없어서 뒤적이게 되는 옷장,

유효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화장품,

꽉 찬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산 수납함 등

우리 곁에는 '정말 필요한 게 맞나?' 싶은 물건들이

나 자신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 해방일지〉를 쓴 작가 역시 소비로

마음의 해방을 찾고자 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지친 하루 끝에 반복했던 쇼핑은

잠깐의 위로가 되었지만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주지는 못했고

새 물건을 사지 않는 30일의 챌린지를 도전하며

그녀는 그 시간이 이전까지 소비로 덮어두었던

자신의 불안과 피로, 생활의 리듬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더 이상 새 물건을 들이지 않으면서 찾아온

공간과 시간적 여유는 그녀에게 관계를 회복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전보다 가벼운 삶을 선사합니다.

자신이 겪은 이 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그녀는 〈소비 해방일지〉를 통해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30일 챌린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소비하느라 빼앗겼던 돈과 시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과연 물건을 사지 않고 30일을 보낼 수 있을까?'

'사지 않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막상 책을 펼쳐보고 나니

무조건 물건을 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소비로 흐르던 돈과 시간을

제대로 추적하고 파악하며,

충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멈추어 가며 그 사이에서 생긴 여유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감각의 회복' 측면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비를 멈추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답을 작가와 함께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해답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결핍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비주의가 설계한 함정을 파악하고,

나의 선택권과 나만의 속도를 회복함으로써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30일 챌린지는 크게 4단계로 나누어집니다.

4주 차 내에서 각 7~8일의 데이 미션을 수행하며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고,

무의식적인 소비를 행하게 하는

트리거를 찾아내 제거하며

새것을 들이는 대신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쇼핑이 사라진 자리에 유대감을 채우며

삶의 방향성을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늘 물건을 사면서도 '설렘'은 일시적이거나

사도 사도 부족했던 사람이라면

나에게 '소비'가 어떤 의미인지,

또 단지 '소유'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쓸모에 맞춰 물건을 소유하며

'소유'한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말이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한 번씩 꽉 찬 물건들을 정리할 때마다

몇 번 쓰지도 않은 물건들을

그대로 버리지는 않았나요?

분명 '갖고 싶어서' '필요해서'라며 샀던 것들인데,

그 필요가 이토록 얕은 마음이었는지

후회하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낭비되는 시간과 돈을 나에게로 다시 돌린다면

우리는 전보다 덜 소유하고, 덜 소비하면서도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적재적소에 나의 돈과 시간,

에너지를 투여하는 것이 바쁜 현대사회,

나를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타인과 견주어 나를 높여주지 않습니다.

정작 필요한 '나를 채우는 방법'은

소비를 통한 소유가 아닌

나 자신의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비 해방일지〉였습니다.


오늘도 당신은 무언가를 구매했나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진짜 내 삶'을 찾아, 30일간의 여정을

함께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유쾌 상쾌 통쾌한 촌철살인 의료 사용 가이드
김현정 지음 / 부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부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학 기술과 장비, 신약이 등장하며

난치병, 불치병이라 불리는 병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며, 질병으로 인해

또 건강 이상으로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다.


'만약에, 혹시'라는 생각에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하고

질병 발생에 대비해 보험을 들고,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 치료를 받으며

사람들은 '몸을 관리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행하고 있는 이 의료에 대한 행동들은

정말 '올바르게 의료를 사용한다'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건강과 질병에 대해 들려주고,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를 통해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몸의 주체로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다치고 아픈 곳이 있거나

불편함을 느낄 때 병원에 갈 때면

조금 미묘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더 아프기 전에 초장에 잡아야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증상 대비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이 이만큼이다.

급기야 그중에는 소화를 돕기 위한 소화제도 들어가고

나를 치료해 주는 의사 선생님은 타이트하게 환자들을

관리하지만, 정작 자신의 증상 앞에서는 여유가 있다.

환자에게는 처방과 치료를 진행해도,

자신의 경우 러프하게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의학적인 지식이 더 많고 누구보다 증상에 대해

잘 아는 의사들은 그래도 되는 걸까?


이번에는 다른 나라와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감기에 걸리면 우리나라는 항생제, 해열제를 비롯해

콧물을 마르게 하는 약처럼

다양한 약이 포함된 처방전을 내린다.

반면 어느 나라는 물과 비타민C 섭취를

많이 하라고 하고 약 처방 없이

주의 사항 안내만으로 끝난다.


질병에 대해 바라보는 이런 시선의 차이가

단순히 나라별 의료 가이드의 차이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불안'에 사로잡혀

과잉진료를 스스로 유도하고 있는 걸까?


작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의료'라는 것에 대해서

진짜 문제는 '아픈 몸'이 아니라 '불안'에 있다며

필요한 만큼의 의료를 소비하고,

자신만의 주관을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의료 과잉 시대에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몸의 주인으로서 소신껏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험담과 진심 어린 조언을

쉽고 재미있고 통쾌하게 전하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불안을 권하는 사회의 현상을 다루며,

그것의 해법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 단계

즉, 영차의료에서 길을 찾는다.

수술이나 약, 인공삽입술 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병에 대한 마음가짐, 운동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들로

몸의 주체인 '나' 스스로의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고 이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확립할 수 있도록 한다.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받는 것이 익숙했는데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사회 분위기나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의 결과물은 아닌지 뒤돌아 생각하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앞으로 더 많은 의료 기술과 장비, 신약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는 역시 다양해질 것이다.


주어지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스스로 몸을 관리하고 관심을 가지며

몸의 잠재력을 키우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의료 기술적인 관점에 대한 부정이나 반발이 아닌,

올바른 의료 이상에 대한 청사진을

모두가 함께 그려갈 수 있어야겠다.


'아프면 치료받으면 되지'가 아니라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을 만드는 자세!

백세시대를 넘어 120~130시대를 바라보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가장의 최선!

몸의 주체로서 보다 단단한 기준을 확립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처방전 없는 진료실
센카와 다마키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경우가 많다.

감기처럼 일상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작은 질병의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무언가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기 위해

좀 더 큰 규모의 병원을 찾게 되면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았나?' 싶게

치료를 받기 위해 한참을 대기해야 하고,

기다려서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1~3분 남짓의 짧은 시간은

그저 검사 결과를 듣고 처치를 받으며

투약에 대한 설명을 듣기에도 빠듯할 따름이다.


나 역시 주기적인 추적관리를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종합병원을 찾는다.

상급병원에 해당하는지라,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약한 시간보다 평균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많다.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선생님이

진료를 더디 하는 것도 아니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샌드위치나 과일 정도로 간단히 때우면서

수없이 이어지는 대기 환자들을 마주하며

최대한 빠른 진료를 하고 있는데,

병원 예약 시스템상 3분에 1명씩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실제로 진료를 진행하다 보면

(처치나 확인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니)

진료 시간이 늘어지기 마련이고,

대기하는 환자들은 환자대로 기다리면서 지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힘들게 만난 의사선생님과

받아야 하는 치료나 불편함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는 치료에 관련한

가장 간단한 대화만을 나누게 된다.

'많이 아프셨죠? 불편하셨을 텐데' 하는

작은 말 한마디라도 듣게 되면

어쩐지 공감을 받는 기분이 들어 울컥할 정도이니,

몸의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갔지만

마음을 어루만져 줬으면 하는 본능적인 마음은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병원과 의사의 모습을

막연히 바라고 그리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나 〈낭만 닥터 김 사부〉처럼

환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여기 있다.


종합병원의 견물 뒤편 허름한 단층집에

'종합내과'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어쩐지 수상한 곳.

의사 가운에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반바지를 입은 의사와

누구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주황색 간호사 복을 입고

서로에게 주저함없이 할 말을 내뱉는 두 사람이 있는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학계 연구과 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고,

재직 중 집필한 작품으로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종합병원 부지 내 허름한 단층집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의사가 있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의학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3편까지 출간되며 시리즈 누계 판매

14만 부를 돌파하며 그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처방전 없는 진료실〉은

시리즈의 그 첫 번째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를 건네며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병원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환자에게 디저트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병원과 의사라니

이런 곳이라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언제든 찾아가 위로를 받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설은 6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운전을 고집하는 아버지,

수상한 영양제에 빠진 어머니,

그리고 환자들의 아지트라 불리는

종합내과에서 함께 일하게 된

린타로와 미카짱의 이야기,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감행한 예비신부,

고혈압은 제약회사의 음모라고 믿었던 회사원,

민간요법에 심취한 아내 등

아오시마 종합병원과 병원 뒤편에 위치한

허름한 단층집으로 된 '종합내과'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치료'라는 것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와

사람들이 받고 싶어 하는 '치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은 병원이라는 공간도

의사와 환자라는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대화나 공감, 마음을 나눈 적이 별로 없다.


의례적으로, 당연히 그래왔으니 까라며

틀에 박힌 치료를 받으며 이런 진료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외면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타지 같은 이상향을 그리면서 말이다.


"검사를 하고, 병명을 알려주고,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라는

린타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병원을 찾았을 때

가장 받고 싶었던 '공감'에 가닿아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도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기에 가졌던 아쉬움 들을

소설 속에서의 린타로를 만나며 달래고,

따뜻한 힐링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현실 속에서도 소설에서 만난 린타로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기를,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차가 있고

언제든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곳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