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는 진료실
센카와 다마키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딘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경우가 많다.

감기처럼 일상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작은 질병의 경우에는 그나마 낫지만,

무언가 검사를 받고 진료를 받기 위해

좀 더 큰 규모의 병원을 찾게 되면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았나?' 싶게

치료를 받기 위해 한참을 대기해야 하고,

기다려서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1~3분 남짓의 짧은 시간은

그저 검사 결과를 듣고 처치를 받으며

투약에 대한 설명을 듣기에도 빠듯할 따름이다.


나 역시 주기적인 추적관리를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종합병원을 찾는다.

상급병원에 해당하는지라,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약한 시간보다 평균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기다린 적이 많다.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선생님이

진료를 더디 하는 것도 아니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샌드위치나 과일 정도로 간단히 때우면서

수없이 이어지는 대기 환자들을 마주하며

최대한 빠른 진료를 하고 있는데,

병원 예약 시스템상 3분에 1명씩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실제로 진료를 진행하다 보면

(처치나 확인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니)

진료 시간이 늘어지기 마련이고,

대기하는 환자들은 환자대로 기다리면서 지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힘들게 만난 의사선생님과

받아야 하는 치료나 불편함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는 치료에 관련한

가장 간단한 대화만을 나누게 된다.

'많이 아프셨죠? 불편하셨을 텐데' 하는

작은 말 한마디라도 듣게 되면

어쩐지 공감을 받는 기분이 들어 울컥할 정도이니,

몸의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갔지만

마음을 어루만져 줬으면 하는 본능적인 마음은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병원과 의사의 모습을

막연히 바라고 그리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나 〈낭만 닥터 김 사부〉처럼

환자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여기 있다.


종합병원의 견물 뒤편 허름한 단층집에

'종합내과'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어쩐지 수상한 곳.

의사 가운에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반바지를 입은 의사와

누구도 입지 않을 것 같은 주황색 간호사 복을 입고

서로에게 주저함없이 할 말을 내뱉는 두 사람이 있는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학계 연구과 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고,

재직 중 집필한 작품으로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종합병원 부지 내 허름한 단층집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의사가 있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의학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3편까지 출간되며 시리즈 누계 판매

14만 부를 돌파하며 그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처방전 없는 진료실〉은

시리즈의 그 첫 번째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를 건네며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병원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만 생각했는데,

환자에게 디저트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병원과 의사라니

이런 곳이라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언제든 찾아가 위로를 받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설은 6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운전을 고집하는 아버지,

수상한 영양제에 빠진 어머니,

그리고 환자들의 아지트라 불리는

종합내과에서 함께 일하게 된

린타로와 미카짱의 이야기,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감행한 예비신부,

고혈압은 제약회사의 음모라고 믿었던 회사원,

민간요법에 심취한 아내 등

아오시마 종합병원과 병원 뒤편에 위치한

허름한 단층집으로 된 '종합내과'를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치료'라는 것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와

사람들이 받고 싶어 하는 '치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은 병원이라는 공간도

의사와 환자라는 또 다른 '인간관계'를 맺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대화나 공감, 마음을 나눈 적이 별로 없다.


의례적으로, 당연히 그래왔으니 까라며

틀에 박힌 치료를 받으며 이런 진료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외면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타지 같은 이상향을 그리면서 말이다.


"검사를 하고, 병명을 알려주고,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을 권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라는

린타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병원을 찾았을 때

가장 받고 싶었던 '공감'에 가닿아 있었다.


물론 현실에서도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기에 가졌던 아쉬움 들을

소설 속에서의 린타로를 만나며 달래고,

따뜻한 힐링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현실 속에서도 소설에서 만난 린타로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될 수 있기를,

우리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

달콤한 디저트와 따뜻한 차가 있고

언제든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곳

〈처방전 없는 진료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