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워 - 기후 위기 시대, 자원과 에너지를 향한 거대한 생존 전쟁
아서 스넬 지음, 노승영 옮김 / 리더스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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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쟁'

19세기에는 향료와 은, 20세기에는 영토와 석유 등

전쟁의 목적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어떤 목적'이 전쟁을 이끌어 내고 있을까?

21세기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열리는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한다.


'기후 변화'라고 하면 전지구가 직면한 문제로,

나 역시도 과학이나 환경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후로 인해 달라진 변화는

우리의 생활 깊숙하게 또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고

이제는 이와 관련된 '전쟁'이라 할 만큼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봤던 기후 위기를

지정학과 절묘하게 엮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혼란을 규명하고

앞으로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탐구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지정학이라 하면 정치 현상과

지리적 조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물리적인 요소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지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해서

기후 변화가 촉발하고 심화하는

국가 간 갈등 양상을 파헤치는 〈뉴 워〉이다.


제목처럼 인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 앞에 도달했다.

물질적인 것을 가지기 위해 다투었던 전쟁이 아니라

자원과 에너지를 향한 거대한 생존 전쟁이 펼쳐진다.


이상고온, 탄소 배출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나타난 변화는

우리의 생활에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타버릴 것 같은 날씨는 물과 땅을 메마르게 하며

농작물을 키우는데도 영향을 주고,

어느 지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며

많은 이재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더 이상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어졌고,

각 나라들은 이런 기후 변화에 대응을 하며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생존 전쟁에 집중한 〈뉴 워〉는

기존의 미국 대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서

자원 부국들의 위상 변화와, 중간국들이 마주한 현실

또 자원 및 에너지와 관련해 달라진 국가들의

권력구도까지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현재 전 세계가 처한

국제정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패권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내다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기후 위기'가 가져오는 변화 앞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들은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자체,

즉 지정학적 위치마저도

권력과 힘이 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여름이면 매번 홍수로 매번 피해를 입게 되는 곳에

부러 머물고 싶은 이는 없을 터.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세계 어느 곳

어느 나라에나 생길 것이고

우리는 이런 생존 전쟁 앞에서

어디를 향해야 할지 바라볼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


외교관 출신이자 지정학 컨설턴트인 아서 스넬은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곳곳에서 작용하는

기후 변화의 힘을 추적한다.

고대 원소라 불리는 '흙, 공기, 불, 물'의 개념에 맞춰

현재 우리가 처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담아낸다.


1부에서는 '흙'을 주제로 '식량'을 놓고 벌어지는

21세기의 전쟁에 주목한다.

표토의 침식과 유실이 빨라지면서

농업 생산량이 점차 하락할 수 있음을 얘기하고,

또 이런 기후 변화는 기존의 세계 권력이 집중되었던

서구에서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되며

그 중심으로 '중국'을 꼽는다.


2부에서는 '공기'를 주제로 다룬다.

무더워지는 날씨,

현재 거주지 대부분 살기 힘든 땅이 될 수 있다.

폭염의 영향과 이로인한 국내외 이주를 들여다보며,

더워지는 공기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 등

미래 청정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불'을 주제로 화석연료에 대해 집중해 본다.

석탄 등 화석연료 산업의 종말이

이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탐구하고,

점차 커지고 있는 산불의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문제로 나타나는지도 살펴본다.

기존의 탄화수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소와 원자력까지도 다루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물'을 다룬다.

점점 증가하는 인구에게

얼마나 많은 민물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이상 고온으로 극지방에서는 얼음이 녹아

지형이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강과 댐의 복잡한 지정학도 함께 탐구할 수 있다.

또한 높아지는 해수면 상승의 위협과

이로 인해 소멸될 수 있는

일부 나라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한다.


기존의 '강대국'이라 하면

일찌감치 부와 자원을 획득하고

지리적으로 유리한 서구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나타난 여러 변화들은

이런 강대국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시키고,

기존의 불이나 화석연료에 기반하지 않은

탈서구 세계가 탄생함을 예고한다.


한정되고 점점 줄어가는 자원,

기후 위기의 상황 앞에서

더 이상 '안전한 땅'이 없는 전 세계의 현실.

누가 부상하고 누가 쇠퇴할지

또 이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마주한 현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질서를 읽어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함으로써

불가피한 기후 변화 앞에서 마주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갈수록,

나타나는 엄청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적응'을 할 새도 없이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이런 변화 앞에 국제질서를 제대로 바라보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래의 방향을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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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워 - 기후 위기 시대, 자원과 에너지를 향한 거대한 생존 전쟁
아서 스넬 지음, 노승영 옮김 / 리더스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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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문제하면 자연적 측면에서만 바라봤는데, 이제는 기후를 넘어 생존 그리고 사회와의 연결점까지도 생각해야 할 때가 왔어요. 그런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게 해주는 책으로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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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도시락 편지 - 매일 혼자 점심 먹는 왕따 딸을 살린 기적의 편지
크리스 얀들 지음, 최지영 옮김 / 이야기장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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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는 손 편지를 참 좋아한다.

편지라는 매체에 담긴 것은 거기 쓰인 내용뿐 아니라

편지를 쓰는 사람은 쓰는 시간 동안,

편지를 받는 사람은 읽는 시간 동안

오롯이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전화 같은 음성 메시지나 문자나 메신저 같은

휘발성이 짙고 즉각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고르고 골라 내용을 적으며

스스로 창작과 편집을 거치며 다듬어진

그 모든 수고를 오롯이 담아낸 집약체인 편지의 의미가

단순히 '편지 한 통' 그 이상으로 다가오니까 말이다.


나는 손 편지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쓰고 있고,

이벤트를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 자체가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MBTI의 대문자 F 성향의 사람이다.

한 번씩 나의 이런 온도가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고 느낄 때면

나의 이런 성향은 누구를 닮은 걸까?라는

물음에 다다르곤 했다.


어렸을 때는 당연히 그건 '엄마 쪽' 유전자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아빠 쪽' 유전자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커다란 공간박스를 꽉 채운 편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갔던 아빠가 혼자서 언니를 돌보고 있을

엄마에게 쓴 편지인데,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한 글자씩 눌러써서

우표를 붙여 보내는 손 편지로

아무리 지금보다 긴 복무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박스를 꽉 채울 정도의 많은 편지에

무슨 내용들을 담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빠는 일기도 꾸준히 썼었고,

그 일기의 기록은

내가 태어나던 날의 다급함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쩌면 '쓰기'에 특화된 아빠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이런 아빠의 다정다감함을

내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본격적인 학생의 범주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빠른 생일에 남들보다 일 년 일찍 들어간 학교,

지금과는 다르게 굉장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시험을 앞두고 특히나 긴장을 많이 했었다.

시험을 못 본다고 혼나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시험을 본다'는 행위 자체에 굉장히 겁을 먹었다.

시험기간이 시작되고,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 시간이 되기 전

공부를 하기 위해 가방에 손을 넣었을 때

낯선 무언가가 손에 닿았다.

장미가 그려진 네모난 초콜릿과 함께

긴장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 시험을 잘 치라는

아빠의 응원이 담긴 편지!


생각지 못했던 선물과 곧고 예쁘게 쓴

아빠의 글씨를 보니 마치 아빠가 바로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감정이 북받쳐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그때!


그 이후로도 아빠는 내가 성인이 되고

그때의 아빠보다 나이를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생일 등이면

짧은 한마디라도 적어서 주시곤 한다.


긴장했던 순간들도, 때로는 지치는 순간들도

아빠가 보내주었던 편지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힘을 얻곤 했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부모님이 건네는 가장 큰 응원은

그 어떤 응원보다도 더 큰 힘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런 우리 아빠만큼이나 다정한 아빠가 여기 또 있다.

왕따를 당하는 딸을 위해

도시락 편지를 쓰는 크리스 얀들이 그 주인공이다.


본인 역시 직장 내 괴롭힘과 계약 종료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는

같은 시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도시락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짧은 한두 줄의 편지이지만,

무엇보다도 진심이 가득 담긴 메시지는

그의 딸인 에디슨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딸에게 쓴 도시락 편지와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진 글을 엮은 이 책은

인생의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이들에게 길이 되어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딸에게 써주었던 편지의 사진도 들어있고,

157일의 편지와 함께 그 편지를 쓸 당시의 상황이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한

크리스의 메시지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아이의 세상이 되어준다는 뜻이기도 한데,

크리스가 딸에게 남긴 메모를 읽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자라오면서 받았던 아빠의 편지 속

아빠의 당시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이해하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 준

위로와 응원, 인생 조언은

직접 말로 하기에 쑥스러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깊은 진심까지 담고 있어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늘 편지를 쓰고 읽으며 좋아했던

그 '진심'이라는 것의 힘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아이들도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지 않고

손 편지는커녕 일반 편지도 낯설어지는 시대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심'이 가진 힘은

언제까지고 누군가를 통해서든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심의 힘, 따스한 응원의 기를 믿고

계속해서 이것을 전하고픈 이들이

책을 읽고 나만의 '도시락 편지'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오랜만에 예전의 편지들을 펼쳐보고

또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편지'가 지닌 힘을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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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무용수 - 인생은 언제나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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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흔처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사건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그러했고

누군가에게는 홀로코스트가 그렇다.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그래도 될까'싶게 너무나 무거운 시간들은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끝내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인하고 두려웠던 현실에 대한 파악뿐 아니라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을 것 같은 그 시간 속에서

끝끝내 빼앗기지 않은 단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체조선수이자 무용을 배웠던 열여섯의 어린 소녀는

온 가족이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는 그곳에 당도한다.

헤어지는 줄도 모른채 부모님과 헤어지고,

유일한 혈육인 언니와 남은 그녀에게

'살기 위한' 도구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것은 무용.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웠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용기는

수많은 두려움과 흔들림 앞에서

뜨거운 용기라는 힘을 전한다.

이제는 40년 넘게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무너진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에디트 에바 에거의 〈아우슈비츠의 무용수〉이다.


에세이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지만,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줄곧 받는다.

이제까지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깊이의

고통을 담고 있어서일까,

인간의 존엄마저 저버리는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나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인 건지

홀로코스트 책은 늘 그렇게 나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있었던 사실'보다는

다른 의미로 믿고 싶었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했던 안네 프랑크나

너무나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 외에도

홀로코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종종 읽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우리의 위 선조 대분들이 겪었던

일제강점기의 잔혹했던 현실들을 겹쳐보며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가진 모든 것을 잃고,

앞으로 삶을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처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믿기 힘든 과거의 사실들을 현재의 나에게 대입하며

과연 '나라면'이라는 가정은

감히 '이해'나 '공감'이라는 어쭙잖은 단어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뒤흔들 수 있는 경험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이들도 봤었고,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내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나 고통 속에 머무르지 않고

이내 용기를 내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만나본 에디트 에바 에거의 이야기 역시 그랬다.

아우슈비츠를 겪었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담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고통을 넘어 자유를 되찾은 자신의 이야기,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이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다시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끔

정립한 치유 이론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수용소로 이동하게 되었을 때

아직 10대에 불과했던 소녀였던 작가는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마음속에 품은 '한마디 말'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가족을 잃은 슬픔,

하루하루 생과 사의 경계에서 위협을 받으면서도

버티고 끝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마음에 새긴 것은 아무도 내게서 뺏을 수 없다"

라는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된다.


이윽고 되찾은 자유,

그것으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평범한 일상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나 크게 새겨져 버린 상처는

어른이 된 그녀를 내내 따라다니며

할퀴고 숨 막히게 하며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머무르게 한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을 인터뷰하며

감추고자 외면했던 과거의 고통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고통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나의 미래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며 한 발자국씩 밖으로 나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며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가 모두에게 추천하는 '선택 이론'이다.


자신과 같이 과거의 문제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직시하고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치유에 대하여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심리치료사의 모습을 보인다.


직접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기에

내담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고,

자신 역시 과거를 제대로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찾을 수 있었던 자유를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다정함'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는 힘들고 고통스럽다고는 하지만,

이내 스스로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엄청난 사건이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견주어

나의 고통을 평가절하하거나

혹은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꽁꽁 숨겨둔 채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아픈 상처일수록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마주하면서 상처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것이

작가가 책을 통해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숨 막히게 하는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일으켜 세운

작가의 용기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하면서도

언제든 모든 선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자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고통 속에 잠든 모두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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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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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로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고,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온해 보일 때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느끼곤 한다.


스스로 인생의 끝을 결심하고 찾아간 낯선 장소,

그곳에서 만난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사람.

끝을 결심한 여자와 일주일간의 화려한 결혼식을 앞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마주한 곳에서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삶의 의미를 잊은 이들에게

다시 인생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만났다.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가디언 타임 선정 올해의 책으로 꼽힌

〈웨딩 피플〉이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밑바닥에 떨어진 기분이 들었을 때

내가 누군지 모르는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남편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피비는

평온하던 일상이 순식간에 최악의 날로 다다른다.

여러 번의 시도를 했지만 반복되는 유산,

이로 인해 서로 믿고 의지하던

남편과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이는 곧 남편의 외도와 이혼으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키우던 고양이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에 그녀는 이윽고 결심을 한다.

'삶을 끝내겠다'라고 말이다.


평소라면 엄두 내지 않았던 해안가의 5성급 호텔에서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그곳에서 준비한 약을 먹고

세상을 떠나겠다는 결심.


아무런 짐도 없이 방문한 호텔에서

그녀가 마주하게 된 풍경은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 방문한 신부와 하객들.

하객들을 제외하고 일반 손님은 자신밖에 없고,

이들 중 외로워 보이는 사람은 없다.

우연한 기회에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피비는

자신의 죽음을 결혼 주간 동안만큼은 연기했으면 하는

신부 라일라와 엮이게 되면서

인생의 큰 반향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던 걸까?

"진짜 죽으려는 사람은 조용히 죽는다"라는 말 처럼,

"죽으러 왔어요"라고 선언했던 피비의 마지막 날은

궁금했던 축사 때문인지 미수에 그치고 만다.

다음날 그녀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신부 라일라로 인해 피비는 자신의 계획과는 달리

이곳 해안 호텔에서 머무르며 처녀 파티와 리허설 디너,

요트 선상파티, 신부 대표 들러리 등을 함께 하게 되면서

자신이 오랫동안 둘러싸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혼을 겪은 피비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결혼을 앞둔 라일라는

서로 앞에서만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우정'을 보여준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히려 솔직했던 경험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메리지블루라 생각했던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 속 라일라의 혼란과

결혼에 대한 준비과정들 속에서 느낀 진심은

우리가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단정 짓고

솔직하지 못했던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해안가의 5성급 호텔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준비와 풍경들은

마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온다.

늘 정해진 보기 중에서 선택하던 삶을 살던 피비가

처음이자 자신을 위해 선택했던 이 호텔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처럼

'무료한 안전'을 추구하는 나에게도

이 호텔 같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에 걸친 이야기를

위트 있으면서도 따스하게 담아낸

이 소설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이야기 속에서 19세기 전문가라 칭하는 피비가

미처 읽지 못했다가 다시 펼쳐든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이 소설들을 다시 펼쳐 읽으며

새로 맞이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피비의 완성을

〈댈러웨이 부인〉과 겹쳐보는 것이다.


인생의 문제 속에서 늘 자신을 탓하던,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진짜 나의 모습을 찾지 못했던 피비가

스스로 자신에게 씌었던 가면을

하나 둘 벗어던지며 '진짜 나'의 모습을 되찾고,

나아가 라일라 역시 피비와의 시간을 통해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낯선 이들이 서로에게 주는 다정함,

그 연대의 힘 또한 느낄 수 있다.


죽음을 계획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삶' '살아있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작품!

많은 이들이 열광한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웨딩 피플〉이었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진짜 나의 모습을 찾기를 희망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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