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도시락 편지 - 매일 혼자 점심 먹는 왕따 딸을 살린 기적의 편지
크리스 얀들 지음, 최지영 옮김 / 이야기장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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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는 손 편지를 참 좋아한다.

편지라는 매체에 담긴 것은 거기 쓰인 내용뿐 아니라

편지를 쓰는 사람은 쓰는 시간 동안,

편지를 받는 사람은 읽는 시간 동안

오롯이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전화 같은 음성 메시지나 문자나 메신저 같은

휘발성이 짙고 즉각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고르고 골라 내용을 적으며

스스로 창작과 편집을 거치며 다듬어진

그 모든 수고를 오롯이 담아낸 집약체인 편지의 의미가

단순히 '편지 한 통' 그 이상으로 다가오니까 말이다.


나는 손 편지를 좋아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쓰고 있고,

이벤트를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 자체가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MBTI의 대문자 F 성향의 사람이다.

한 번씩 나의 이런 온도가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고 느낄 때면

나의 이런 성향은 누구를 닮은 걸까?라는

물음에 다다르곤 했다.


어렸을 때는 당연히 그건 '엄마 쪽' 유전자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아빠 쪽' 유전자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커다란 공간박스를 꽉 채운 편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갔던 아빠가 혼자서 언니를 돌보고 있을

엄마에게 쓴 편지인데,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한 글자씩 눌러써서

우표를 붙여 보내는 손 편지로

아무리 지금보다 긴 복무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박스를 꽉 채울 정도의 많은 편지에

무슨 내용들을 담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빠는 일기도 꾸준히 썼었고,

그 일기의 기록은

내가 태어나던 날의 다급함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쩌면 '쓰기'에 특화된 아빠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이런 아빠의 다정다감함을

내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본격적인 학생의 범주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빠른 생일에 남들보다 일 년 일찍 들어간 학교,

지금과는 다르게 굉장히 내성적이었던 나는

시험을 앞두고 특히나 긴장을 많이 했었다.

시험을 못 본다고 혼나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시험을 본다'는 행위 자체에 굉장히 겁을 먹었다.

시험기간이 시작되고,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 시간이 되기 전

공부를 하기 위해 가방에 손을 넣었을 때

낯선 무언가가 손에 닿았다.

장미가 그려진 네모난 초콜릿과 함께

긴장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 시험을 잘 치라는

아빠의 응원이 담긴 편지!


생각지 못했던 선물과 곧고 예쁘게 쓴

아빠의 글씨를 보니 마치 아빠가 바로 옆에서

응원을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감정이 북받쳐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그때!


그 이후로도 아빠는 내가 성인이 되고

그때의 아빠보다 나이를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생일 등이면

짧은 한마디라도 적어서 주시곤 한다.


긴장했던 순간들도, 때로는 지치는 순간들도

아빠가 보내주었던 편지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힘을 얻곤 했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부모님이 건네는 가장 큰 응원은

그 어떤 응원보다도 더 큰 힘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런 우리 아빠만큼이나 다정한 아빠가 여기 또 있다.

왕따를 당하는 딸을 위해

도시락 편지를 쓰는 크리스 얀들이 그 주인공이다.


본인 역시 직장 내 괴롭힘과 계약 종료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는

같은 시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도시락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짧은 한두 줄의 편지이지만,

무엇보다도 진심이 가득 담긴 메시지는

그의 딸인 에디슨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딸에게 쓴 도시락 편지와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진 글을 엮은 이 책은

인생의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이들에게 길이 되어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딸에게 써주었던 편지의 사진도 들어있고,

157일의 편지와 함께 그 편지를 쓸 당시의 상황이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한

크리스의 메시지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아이의 세상이 되어준다는 뜻이기도 한데,

크리스가 딸에게 남긴 메모를 읽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자라오면서 받았던 아빠의 편지 속

아빠의 당시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이해하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 준

위로와 응원, 인생 조언은

직접 말로 하기에 쑥스러워 미처 전하지 못했던

깊은 진심까지 담고 있어서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늘 편지를 쓰고 읽으며 좋아했던

그 '진심'이라는 것의 힘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아이들도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지 않고

손 편지는커녕 일반 편지도 낯설어지는 시대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심'이 가진 힘은

언제까지고 누군가를 통해서든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심의 힘, 따스한 응원의 기를 믿고

계속해서 이것을 전하고픈 이들이

책을 읽고 나만의 '도시락 편지'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오랜만에 예전의 편지들을 펼쳐보고

또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편지'가 지닌 힘을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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